엔진, 크기는 줄이고 파워는 높였다

  • 박광일
  • |
  • 입력 2015-08-01 07:34  |  수정 2015-08-01 07:36  |  발행일 2015-08-01 제12면
1600㏄급 엔진으로 기존의 2000㏄급 성능…자동차에도 ‘다운사이징’ 바람

 

20150801
르노삼성자동차의 1.6 TCE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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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LF쏘나타 터보
20150801
기아자동차의 신형 K5
'터보' 기술로 배기량대비 출력 UP
연료 직분사 방식으로 연비 높아져

르노 SM5 TCE·현대 LF쏘나타 등
업계 가솔린·디젤 새 모델 출시 잇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의 ‘다운사이징(downsizing)’ 바람이 거세다. 다운사이징은 ‘소형화’를 의미하는 말이다. 원래 컴퓨터 분야에서 먼저 사용된 용어다. 미국 IBM 왓슨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헨리 다운사이징’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1980년대 대형컴퓨터보다 작으면서 보다 우수하고 유연하며 빠르고 신뢰성 있는 소형 컴퓨터의 개발을 주창했다. 이후 PC(개인용컴퓨터)가 개발되고 빠른 속도로 대중화됐다.

여기서 유래한 다운사이징은 흔히 제품의 크기나 회사의 규모를 줄이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이런 다운사이징이 자동차 업계로도 확산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의 다운사이징은 엔진의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높이면서 크기는 줄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배기량 1600㏄급 엔진으로 기존의 2000㏄급 엔진의 성능을 내는 것이다.

엔진의 출력을 높일 수 있는 각종 기술의 발달로 이런 다운사이징이 가능하게 됐다. 최근 국산차 업체들도 1600㏄급 가솔린 엔진이나 1700㏄급 디젤 엔진을 단 중형차와 SUV 모델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2000㏄=중형차’ ‘1600㏄=준중형차’의 등식이 점점 깨지고 있는 것이다.

◆다운사이징…출력·연비 동시에 잡아

그동안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숙제는 엔진의 출력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었다. 엔진의 출력과 연비는 항상 반비례해 왔다. 엔진의 출력을 높이려면 배기량을 키울 수밖에 없었는데, 배기량을 키운 만큼 연비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연비를 높이기 위해 배기량을 줄이면 그만큼 출력도 낮아졌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엔진 다운사이징이 가능하게 되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 다운사이징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은 바로 ‘터보(Turbo)’와 ‘직분사엔진’이다. 터보는 ‘터보차저(Turbo charger)’라고 불리는 과급기를 통해 공기를 강한 압력으로 엔진에 밀어넣어 출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그만큼 작은 엔진에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터보도 마찬가지로 출력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그만큼 연비는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고효율의 직분사엔진이 개발되면서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직분사엔진은 연료를 엔진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연료를 공기와 섞어 엔진에 간접 분사하는 방식과는 달리 연료를 직접 분사함으로써 소모량을 줄여 연비를 8~10% 높일 수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의 가솔린 승용차에 장착돼 나오는 ‘GDI(Gasoline Direct Injection)’ 엔진이 그것이다. 이 직분사엔진에 터보차저를 달아 다운사이징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동력 효율이 높고 변속 성능이 우수한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와도 맞물리면서 그 효과는 배가 되고 있다.

◆쏘나타·K5·SM5 등 1.6 터보·1.7 디젤 장착

국내 자동차 업계의 ‘다운사이징’ 선두주자는 르노삼성자동차다. 르노삼성은 이미 2013년 5월 1.6 가솔린 터보 엔진에 6단 DCT를 조합한 SM5 TCE(Turbo Charged Efficiency) 모델을 선보였다. SM5 TCE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직분사 엔진과 독일 게트락사(社)의 6단 DCT를 탑재해 엔진의 크기는 줄이면서 파워는 극대화한 고성능 모델이다. 또 지난해 6월 SM5 라인업에 1.7 디젤 모델을 추가했다. SM5 디젤 모델에도 6단 DCT를 얹었다. SM5 TCE의 최대출력은 190마력으로 기존 2.0 가솔린 모델(141마력)보다 무려 49마력 높다. SM5 디젤은 최대출력이 110마력으로 낮지만 토크는 24.5㎏·m로 2.0 가솔린 모델(19.8㎏·m)보다 높다.

현대자동차도 7월 초 2016년형 L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기존 가솔린 2.0 CVVL(168마력/토크 20.5㎏·m) 모델 외에 가솔린 1.6 T-GDI(180마력/토크 27㎏·m) 모델과 디젤 1.7 e-VGT(141마력/토크 34.7㎏·m) 모델을 선보였다. 또 최근 출시한 신형 투싼에도 디젤 2.0(186마력/토크 41㎏·m) 모델과 함께 디젤 1.7(141마력/토크 34.7㎏·m) 다운사이징 모델도 내놨다.

기아자동차도 지난 15일 출시한 신형 K5의 라인업에 가솔린 1.6 T-GDI(180마력/토크 27㎏·m) 모델과 디젤 1.7 e-VGT(141마력/토크 34.7㎏·m) 모델을 포함시켰다.

한국지엠도 가솔린 1.4 터보 엔진(140마력/20.4㎏·m)을 장착한 준중형 승용차 쉐보레 크루즈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하반기 중에는 올란도 등의 차종에도 다운사이징을 적용할 예정이다.

◆고성능·연비·세금 고려하면 가격경쟁력 높아

다운사이징 엔진을 장착한 차량들은 기존 차급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엔진의 배기량은 작으면서도 기존 차량보다 가격은 높다 하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법도 하다. 하지만 엔진의 성능과 연비, 옵션 등을 고려하면 가격이 그리 높다고도 할 수 없다.

다운사이징 엔진에는 터보차저와 DCT 등 고가의 부품이 장착된다. 또 디젤 엔진의 경우 통상적으로 가솔린 엔진보다 가격이 200만원가량 높다. 가솔린 터보를 장착한 가솔린 모델의 경우 고성능에 걸맞은 고급 옵션들이 기본사향에 포함돼 있다. 또 배기량에 따라 붙는 세금도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LF쏘나타를 예로 들자면 가솔린 2.0 CVVL 모델의 스타일 등급의 가격은 2천245만원이다. 같은 스타일 등급의 가솔린 1.6 T-GDI 모델은 2천410만원, 디젤 1.7 e-VGT 모델은 2천495만원이다. 단순히 비교했을 때 다운사이징 모델인 가솔린 1.6과 디젤 1.7이 200만원가량 가격이 높다.

하지만 가솔린 2.0 CVVL 모델에는 토크컨버터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지만 다운사이징 모델에는 7단 DCT가 장착돼 있다. 또 디젤 1.7 e-VGT 모델에는 정차중 시동이 꺼졌다가 출발시 자동으로 켜지는 ISG(Idle Stop & Go) 시스템이 들어있다. 가솔린 1.6 T-GDI 모델에는 핸들에 변속레버가 달린 패들tl프트도 적용됐다.

연비 면에서도 다운사이징 모델이 강점을 보인다. LF쏘나타의 17인치 휠 기준 복합연비는 가솔린 2.0 CVVL 12.6㎞/ℓ, 가솔린 1.6 T-GDI 13.1㎞/ℓ, 디젤 1.7 은 16.5㎞/ℓ다. 기존의 가솔린 2.0 모델에 비해 다운사이징 모델들의 연비가 높다. 가격이 비싸도 비싼 게 아닌 것이다. 다른 차종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자동차 업계에 고효율·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자연스레 다운사이징을 적용한 차종이 늘고 있다”며 “기존의 소형차와 중형차, 대형차를 나누는 기준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 국내 중형차의 엔진라인업 별 제원과 가격 (단위:만원)
  현대 LF쏘나타 기아 K5 르노삼성 SM5
엔진 가솔린 
2.0
가솔린 
1.6 터보
디젤 1.7 가솔린 
2.0
가솔린
1.6 터보
디젤 1.7 가솔린 
2.0
가솔린 
1.6 TCE
디젤 1.7
최대출력 168마력 180마력 141마력 168마력 180마력 141마력 141마력 190마력 110마력
최대토크 20.5㎏.m 27㎏.m 34.7㎏.m 20.5㎏.m 27㎏.m 34.7㎏.m 19.8㎏.m 24.5㎏.m 24.5㎏.m
복합연비
(17인치)
12.6㎞/ℓ 13.1㎞/ℓ 16.5㎞/ℓ 12.6㎞/ℓ 13.1㎞/ℓ 16.5㎞/ℓ 12.6㎞/ℓ 13㎞/ℓ 16.5㎞/ℓ
가격 2천245∼
2천955
2천410∼
2천810
2천495∼
2천950
2천245∼
2천870
2천530∼
2천830
2천480∼
2천920
2천250∼
2천920
2천815 2천615∼
2천800
                                                                                                                    (르노삼성·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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