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3차례 대국민 사과…본격 여론전

  • 입력 2015-08-03 15:52  |  수정 2015-08-03 20:50  |  발행일 2015-08-03 제1면
귀국 첫 일정으로 부친 신격호 면담…이후 롯데월드타워 현장방문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놓고 창업주 일가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귀국과 동시에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그간 일본에 머물던 신동빈 회장은 이날 오후 2시28분 대한항공 KE2708편을 타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공항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을 보자 먼저 아무 말없이 30여 초간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서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재차 허리를 굽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국내외 있는 우리 기업들이 빨리 정상화되고 발전시키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태 수습 의지를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발언을 마치고 공항을 떠나기 전에도 다시 한번 사과하며 허리를숙였다.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을 이끄는 총수가 국민 앞에 세 번이나 고개를 숙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경영권 문제가 가족간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한 것을 두고 악화하는 국민여론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가슴에 롯데그룹 배지를 달고 정장 넥타이 차림으로 귀국한 신동빈 회장은 그간국내 언론에 직접적인 노출을 꺼리던 모습과 달리, 이날은 작심한 듯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응답했다.


 이런 모습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국내에서 적극적인 여론전을 통해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의 회사를 뺏았다'고 주장한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일 롯데 경영권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구성 및 주주총회 날짜와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상적 경영판단 능력보유 여부 등에 대해서는 "여기서 이야기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신 회장은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한국어 실력 논란을 의식한 듯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나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라는 이름으로 40여년간 생활하다 지난 1996년 한국 국적을 회복했으나 한국어가 완벽하지는 않다.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지장은 없어보였으나 일본어 억양과 발음의 흔적은 숨기지못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한 채 일본어로 인터뷰에 응해 '롯데는 일본 기업인가'라는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신 회장은 이날 같은 내용의 취재진 질문을 받자 "(롯데의) 95%의 매출이 우리나라(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한국기업이다"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인터뷰를 마친 후 대기하고 있던 롯데그룹의 차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으며 곧바로 자신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소공동 롯데호텔로 향했다.


 오후 3시26분께 롯데호텔 1층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신동빈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고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겸 거처가 있는 34층으로 올라갔다.


 이후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만나 5분가량 대화를 나누고서 공사가 진행 중인 롯데월드 타워로 이동했다고. 인사말 외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신 회장은 호텔에서 나갈 때에는 1층 로비가 아닌 다른 통로를 이용해 취재진에노출되는 것을 피했다.


 부자간 회동 결과를 듣기 위해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십명의 취재진은 허탕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룹 홍보실은 신 회장이 호텔에서 빠져나간 지 1시간이 훌쩍지나서야 그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사장도 신동빈 회장이 오기 전에 롯데호텔에 도착해 눈길을 끌었다. 신 사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서 있는 인물로, 롯데호텔에서 신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나러 온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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