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약령시를 전통시장으로 바꾼다고?

  • 최보규
  • |
  • 입력 2015-08-04 07:38  |  수정 2015-08-04 07:38  |  발행일 2015-08-04 제9면
보존위, 중구청에 신청서 제출
임대료 등 운영난에 고육지책
일각 “한방특구 정체성 훼손”

대구 약령시가 전통시장으로 변신을 꾀해 논란이 예상된다. 350년의 역사를 지닌 ‘한방특구’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3일 대구 중구청에 따르면, 대구약령시보존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중구청에 전통시장 인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보존위는 전통시장 지정시 시설현대화 사업 등 각종 지원사업에 응모할 계획이다. 수년 전부터 약령시 내 점포의 운영이 힘들어지면서, 고육지책으로 변화를 택한 것.

실제 2009년 210곳이던 약령시 한약 관련 점포는 지난해 174곳으로 급감했다. 2011년 현대백화점 입점 이후 주변 상권 개발로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약 관련 상점이 떠난 자리에는 식당, 카페, 헤어숍 등 한방과 상관없는 업종이 들어선 상태다. 기타업종은 34곳으로 약령시 전체의 17.6%에 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통시장 지정으로 한방특구라는 이미지가 더욱 퇴색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한방산업으로 특성화된 약령시특구가 전통시장으로 등록되면, 350년 동안 이어져 온 약령시의 정체성이 약해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약령시의 경우, 동성로와 인접해 온누리상품권의 사용문제도 제기된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품권이 대형 프랜차이즈점에서 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온누리상품권은 은행 등에서 5%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데, 전통시장 내 프랜차이즈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보존위에서 신청한 전통시장 구간은 2만5천322.5㎡ 규모로, 총 193개의 업소가 운영 중이다. 이 중에는 커피전문점은 물론, 식당·분식점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의 프랜차이즈점 사용 문제는 여러 번 문의가 왔던 내용이다. 현재 대기업 직영을 제외한 개별 사업자 운영 프랜차이즈점에서만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프랜차이즈점은 오히려 고객을 끌어모아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