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인천, 솔직히 부럽다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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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11   |  발행일 2015-08-11 제30면   |  수정 2015-09-08
20150811

광역시 표기順 바꾸려는
인천의 위세 부러운 한편
수도권의 끝없는 탐욕엔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대구 위정자 정신 차려야

최근 대구시민들을 쓴웃음 짓게 한 일이 하나 있었다. 인천시가 지역 정체성 찾기 사업의 하나로 광역시 표기 순서를 바꿔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순서를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순으로 하자는 주장이다. 인천이 인구 수, 면적, 경제규모, 지역내 총생산(GRDP) 등 모든 경제 지표에서 대구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을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지난 6월말 현재 인천의 인구는 291만여명(대구 249만여명), 면적 1천46㎢(883㎢), 2013년 기준 GRDP 64조6천억원(44조8천억원)으로, 경제지표만 놓고 본다면 인천이 대구를 앞지른 것이 사실이다.


일견 인천의 주장이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속내까지 들여다 보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자기과시욕에서 나온 뜬금없는 주장이다. 인천의 욕심처럼 인구 수가 많고, 경제 지표가 높은 순대로 지방자치단체를 표기한다면 이들 지표의 변동 때마다 표기 순서를 바꿔야 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당장 대구, 인천뿐 아니라 광주(인구 147만여명), 대전(152만여명)의 순서도 바꿔야 하고, 1인당 소득기준을 적용하면 울산이 부산에 앞서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법도 지방자치단체의 표기순서는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순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광역시끼리 순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는 인천과 같은 주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시의 표기 순서는 인구 수나 경제지표는 물론이고 도시의 전통이나 역사성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구시는 시·도의 표기 순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 관습에 의한 결정으로 이를 바꾸려는 시도는 국가를 부정하는 것으로 인천의 주장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행정자치부도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인천의 주장이 생뚱맞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왠지 개운치 않다. 지속적으로 발전해가는 인천의 자신감을 보는 것 같아 솔직히 부럽기까지 하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동안 대구는 뭐했나 싶다. 막연히 3대 도시라고 자부하고 있었을 뿐, 사실상 인천에 3대 도시의 명예를 내준 지는 한참됐다. 이렇게 된 데는 외부적 요인, 즉 인천국제공항 개항, 수도권 집중 등이 작용한 것이 가장 컸다. 이에 못지않게 대구 위정자들의 안일한 상황 인식과 대응도 한몫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인천이 이런 주장을 한 시점(8월4일)이 묘하다. 인천에 며칠 앞서 지난달 30일 정부는 사실상 수도권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공장 신증설 및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한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어째 찜찜하다.

이번 인천의 어거지성 주장은 수도권 규제와 남부권 신공항이 왜 필요한지를 거듭 각인시켜 주고 있다. 극단적인 예지만 인천이 수도권에 있지 않고,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지 않았어도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수도권론자들의 탐욕은 끝이 없다. 각종 자료에 따르면 남한 면적 4분의 1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49.4%가 살고 있다. GRDP는 47.1%, 총 사업체 수는 47.4%, 행정·정치·경제·교육 등 국가핵심기능과 부의 80% 이상, 100대 기업의 84%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대한민국은 가히 수도권 공화국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한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심각한 지역 격차와 사회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에도 수도권론자들은 틈만 나면 수도권 규제완화를 외치고, 남부권 신공항 건설에 태클을 걸고 있다. 얼마나 더 탐욕의 배를 채워야 만족하려는지 두렵기조차 하다.

대구시는 남부권 신공항 건설과 잇단 대기업 유치로 인구 수가 400만명에 육박함에 따라 정부에 광역시 표기 순서를 서울 다음으로 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인천처럼 욕은 얻어먹겠지만.김기억 편집국 부국장 겸 사회부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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