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재약산 주암계곡(해발 1천108m·경남 밀양시, 울산시 울주군)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08-14   |  발행일 2015-08-14 제38면   |  수정 2015-08-14
빛 닿지 않는 바닥…숲엔 원시가 숨쉰다
20150814
주계바위를 오르면서 바라본 재약산.
20150814
주암계곡을 걷다보면 곳곳에 폭포와 소를 만난다.
20150814
주계바위를 오르는 로프구간.
20150814
주계바위를 넘으면 위태로운 바윗길을 지나게 된다.



주계바위를 돌아 내려오면
벼랑위의 좁은 길 간담 서늘
키보다 더 큰 억새군락지에선
만세 자세로 헤쳐나가야
계곡에는 크고 작은 소·폭포

태백지역 매봉산에서부터 부산의 몰운대 앞바다에 이르기까지 낙동정맥이 남쪽으로 내달리다 가지산에 이르러 불끈 솟구친다. 가지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이어진 지맥을 영남알프스라고 한다. 높이로 보자면 유럽의 알프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서쪽으로 이어진 운문산 쪽은 산세가 웅장하면서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남쪽으로 신불산, 재약산, 영취산 일대의 산들은 해발 1천m가 넘으며 정상부는 억새 군락이 평원을 이루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그 중심이 되는 재약산 주암계곡은 원시림 같은 숲과 계곡으로 여름 산행지로는 제격이다.

영남알프스는 유럽의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명작동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이미지처럼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이 배어나오는 산군이다. 너른 억새평원과 고원은 모나지 않은 산의 굴곡이 부드럽다. 마루금 어디서나 트인 풍경은 국립공원의 산들처럼 제한이 없어 자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부드러움 속에는 강인함도 숨어있다. 힘 있게 치솟는 기암절벽이 숨어있는가 하면 일대의 산군이 1천m를 넘는 산이다 보니 지나친 방종은 자칫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재약산에서도 비교적 사람의 발길이 뜸한 능선으로 올라 때 묻지 않은 주암계곡으로 하산하는 길도 마찬가지다. 주계바위까지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까다로우나 능선은 유순하고 부드럽다. 계곡은 원시림을 걷는 듯 오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재약산은 천황산(1천189m)과 재약산(1천108m) 두 산의 이름을 일제강점기에 붙여진 이름 그대로 오랫동안 천황산으로 불리다가 재약산으로 바꾸어 불린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아 생소할 수 있다. 들머리도 대형 차량의 진입이 어려워 승용차로만 주암마을까지 들어갈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찾는 이가 적은 편이다.

먼저 들머리가 되는 강촌연수원 옆길을 따라 들어가면 출렁다리를 건너 철구소 용주암을 지난다. 용주암을 지나 단장천 계곡 옆으로 승용차가 다닐 만큼 넓은 길을 따라 10분을 오르면 잠수교 징검다리가 있고, 이를 건너 약 30분을 더 가면 주암마을이 나온다. 승용차로 바로 들어가면 이곳에 주차를 하면 된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매점과 왼쪽으로 계단이 있고, 그 왼쪽으로 화장실이 있다. 주암계곡으로 바로 오르려면 데크가 깔린 계단을 오르면 되고, 주계바위를 넘어 재약산 방향으로 오르려면 화장실을 지나 계곡 하류 쪽으로 6~70m를 내려가면 계곡 건너는 지점을 만난다. 정상적으로 계곡을 건너면 초입에 ‘재약산 401’ 구조위치 푯말이 세워져 있다. 10분 정도 오르면 길 왼쪽에 묵무덤을 지나고 이후는 경사가 가팔라진 데다 비가 온 뒤라 바닥이 미끄러워 걷기가 까다롭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은 너덜길로 바뀌면서 발 디딤이 더욱 조심스럽다. 30분 만에 주계바위(일명 심종태바위) 아래에 닿고, 약 5m씩 2단으로 된 로프구간을 올라 돌아나가면 주계바위 정상인 775m봉우리에 올라서게 된다. 봉우리에는 구조위치 402번 표지와 구금함을 일체형으로 만들어 세워두었다. 맑은 날이면 일대의 산들이 조망되는 장소인데 딱 정상 부분의 높이에 구름이 걸려있어 위치만 가늠할 정도다. 봉우리를 돌아 내려오면 오른쪽이 절벽인 구간을 지나는데 벼랑 위를 따라 난 길이라 간담이 서늘해진다. 두어 번 바윗길을 오르내리고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정상 방향의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곳인데 누군가 주변의 돌을 쌓아 탑을 만들어두었다. 이후는 밋밋하면서 완만한 오름길이 30분가량 이어지다가 구조지점 3번을 지나면 좌우로 산죽이 빼곡한 길이 나타난다. 다시 바윗길이 이어지고 982m 봉우리 오르기 직전에 구조표지 404번을 지나 왼쪽 작은 바위를 오르면 지나온 능선 길과 계곡 아래 들머리로 잡은 강촌연수원 일대 상가들이 눈에 들어온다.

5분을 더 오르면 982m 봉우리인데 봉우리 일대가 키 높이보다 더 자란 억새 군락지다. 바닥은 분명히 등산로인데 양쪽에서 억새가 길 쪽으로 몰리면서 시야를 가려 두 손을 들어 만세 자세를 하고 헤쳐 나간다. 10분쯤 내려서니 탁 트인 안부에 간이매점과 벤치며 쉼터를 만들어 둔 주암쉼터다. 여기에서 재약산 수미봉까지는 완만한 능선을 따르면 되지만 1.2㎞로 왕복하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일행들은 들머리에서 주암마을까지 약 3㎞를 걸어 계획보다 왕복 6㎞가 더 늘어났으니 곧바로 주암계곡으로 내려가자는 눈치다. 정상을 오르지 않고 주암계곡으로 향한다. 오른쪽 갈림길에 구조위치 405번과 구급함이 세워진 곳에 ‘주암마을 4.6㎞’ 이정표가 나란히 서있다. 토사유출을 막기 위한 듯 나무데크를 깔아 둔 길을 5분 정도 내려서면 데크는 끝이 나고 바윗길로 바뀐다. 비가 온 탓인지 바위가 젖어있다. 더러 진흙을 밟게 되어 미끄러지기 일쑤다. 계곡 상류의 물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계곡을 한 번 건너 40분가량 내려서면 왼쪽으로 사자봉에서 내려오는 갈림길에 ‘천왕정사’라는 작은 절집이 있다. 여기서부터 수량이 늘어난 주암계곡의 면모를 볼 수 있다.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걷게 되는데 크고 작은 소를 이루거나 작은 폭포들을 연이어 만나게 된다. 협곡을 이루는 계곡은 원시림처럼 숲이 빼곡해 빛이 바닥에 와 닿지 않을 정도다. 무더위의 산행임에도 굳이 계곡물에 손을 담그지 않아도 숲이 좋아 공간에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진다. 계곡길이지만 더러 산허리를 돌아 오르도록 난 길도 있고, 계곡 바닥 가까이 붙어 난 길도 있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길을 따라 1시간여 만에 나무계단을 만나고, 그 끝에 주암마을 앞 주차장에 내려선다. 계곡을 찾아 피서객들이 많이 들어왔는지 주차장이 빼곡하다.

여기서 오전에 들머리로 잡았던 강촌마을까지는 35분 정도면 다다를 수 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 길잡이

강촌연수원-(40분)-주암마을-(50분)-주계바위-(60분)-982m봉-(10분)-주암쉼터-(50분)-천왕정사-(60분)-주암마을-(35분)-강촌연수원

영남알프스의 수많은 계곡과 산길 중에는 때 묻지 않은 산이 많다. 그중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재약산 수미봉으로 올라 주암계곡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주계바위까지가 가파르고 까다로울 뿐 대부분 완만한 능선길이고 시원한 계곡 길을 걷게 되어 여름 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재약산의 들머리는 크게 두 곳으로 잡는다. 승용차나 소형승합차를 이용하면 주암마을까지 바로 들어갈 수 있고, 대형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강촌연수원에서 들머리로 잡으면 거리는 늘어나지만 운행에는 수월하다. 주암마을에서부터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약 8㎞로 4시간30분 남짓 소요되고, 강촌연수원에서 소개한 코스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약 13㎞로 6시간 남짓 소요된다.

☞ 교통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에서 내려 24번 국도를 따라 가지산터널을 지난 뒤 대현교차로까지 간다.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배내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오른쪽에 배네통하우스에서 좁을 길을 따라 아래쪽에 주암마을 주차장이 나온다. 배네통하우스에서 계속 직진해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강촌연수원이 있고, 그 주변에 주차를 하면 된다.

☞ 내비게이션

▶주암마을: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배내주암길 108-1(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270-1번지)

▶강촌연수원: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배내로 1189(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310번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