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이 수출기업에 유리?…“3∼4년간 장기화땐 재미 못봐”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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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8   |  발행일 2015-08-28 제13면   |  수정 2015-08-28
원화가치 변동따른 지역 926개 제조업체 생산·고용 분석
20150828

“생산성 증대 오히려 줄고
경쟁력 확보 노력 강화한
수입 업체가 생산성 증가”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수출 기업의 생산 증대에 득(得)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실(失)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27일 원지환 한국은행 대경본부 과장과 편주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분석한 ‘환율 충격이 제조업체의 생산성과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2006~2012년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원화 가치) 변동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926개 제조업체의 생산성 및 고용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장·단기로 나눠 분석했다.

통상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에 호재로 작용한다. 원화가치가 떨어져 수출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조사 결과 원화가치의 하락이 수출 기업에 득이 되는 것은 1년 정도의 단기간에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3~4년 정도의 장기간 원화가치 하락이 지속될 경우에는 수출기업이 환율의 득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기업이 환율변동으로 가격여건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셈이지만 되레 생산성 증대 효과가 사라졌다.

반면 놀랍게도 수입기업에는 수출 기업과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통상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기업에는 악재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증대 효과가 나타난다는 아이러니한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수입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경쟁력 확보 노력을 강화하면서 오히려 생산성 증가를 유인한다는 분석이다.

원 과장은 “원화가치 하락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가격 여건에서 유리해야 할 수출기업은 생산성 증대가 나타나지 않고, 수입기업은 생산이 늘었다는 이번 통상의 상식을 깨는 분석결과에 중소기업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의 기술개발 등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환율에서 유리한 조건임에도 장기적인 기업 성장은 이룰 수 없다는 얘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율과 같은 가격 변수에 치중해 경영 전략을 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결과 밝혀진 만큼 지역 수출입 기업들은 환율변동성에 휘둘려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체질개선을 도모하고 핵심 역량 배양 및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원·엔 환율 상승은 지역 수출기업의 생산성 증대에 단기적으로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지역 주요산업 중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는 기계산업에서만 원·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 생산성 증대를 이끄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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