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치외법권’ 형사 정진役 임창정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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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8   |  발행일 2015-08-28 제40면   |  수정 2015-08-28
“언론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 영화가 시원하게 해결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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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외법권’의 정진은 FBI 출신의 프로파일러다. 하지만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분노조절장애로 인해 피의자 폭행, 협박, 납치, 고문을 일삼은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 그가 경찰계 내부에서 사람 패려는 목적 하나로 경찰이 된 ‘또라이’로 치부되는 이유다. 임창정에게는 ‘불량남녀’(2010)에 이어 두 번째로 주어진 형사 캐릭터이지만 방점은 ‘또라이’에 찍힌다. 연출을 맡은 신동엽 감독 역시 ‘정진이는 자격증만 있는 친구’라며 그의 화려한 필모와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어쩔 수 없이 정진은 그가 거쳐왔던 안쓰러운 남자들의 연장선에 머물게 됐지만, 임창정은 “그래도 이번엔 갑질에 대한 분노, 국가에 대한 불신을 잠시라도 날려버리고 싶은 대중에게 청량제 구실을 해줄 인물”이라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

‘치외법권’은 법 위에 군림하는 최악의 범죄조직 보스를 잡기 위해 무법수사팀으로 엮인 두 명의 또라이 형사, 정진과 유민(최다니엘)의 좌충우돌을 다룬다. 정진은 법보다 돈과 권력이 우선하는 세상을 향해 시종 통쾌한 주먹을 날린다. 명분은 있다. “경찰이라도 정말 나쁜 놈들은 절대 잡을 수가 없다. 높으신 분들께서 국민 피 빨아먹는 그놈들을 다 보호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난 범인을 잡으면 일단 패고 본다. 왜냐하면 언제 풀려날지 모르니까.” 언제나 그랬듯 끝을 향해 밀어붙이는 이야기 동력의 6할 이상은 전적으로 임창정의 존재감에서 비롯된다. 과묵한 정통 마초였던 정진 캐릭터가 능청스러움과 우직함, 그리고 똘끼 충만한 입체적 캐릭터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노련한 코믹연기와 함께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 그를 반갑게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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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배우 한번에 되는 것 아니란 걸 느껴
한겨울 칼바람속 촬영이라 많이 힘들었다

나는 즉흥적이고 애드리브 많이 사용
최다니엘은 준비 많이 해오는 스타일
서로에 대해 잘 알아 연기하기 편했다

다음달 14일 5곡 수록한 미니앨범도 출시

 

▲불의에 대항해 액션을 펼치는 모습이 시원했다.

“그래서 출연한 거다. 이렇게 합을 맞추는 액션도 처음이라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도 재밌고 액션까지 시원하게 보여줄 수 있으니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유쾌하고 가볍게 접근하지만,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그다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또 힘들고 억울한 서민들의 사정을 제대로 알아달라는 진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언론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 영화가 시원하게 해결해 주겠다는 거지. 솔직히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추하고 충격적인 일들이 뉴스를 통해 매일 소개되지만 범인들이 벌을 받는 모습을 우리는 보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에선 러닝타임 내내 그걸 보여준다. 그 점에서 코믹하지만 감동이 있고, 또 센스가 충만한 맛깔스러운 도시락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연기하면서 통쾌했을 것 같다.

“우리는 정진 같은 친구를 또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정서와 행동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상식을 넘어선 갑질을 하거나, 분명 저놈이 나쁜 놈이고 범인인데 발뺌을 한다면 누구라도 정진처럼 한 방 때려주고 받아버리고 싶을 거다. 영화는 그렇게 참고 사는 일이 보편화되어버린,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으로만 여겼던 일들을 끄집어내 보여준다. 관객은 그런 정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대리만족을 느낄 듯하다. 물론 나도 연기하면서 통쾌했다.”

 

▲액션도 시원시원하게 펼쳐지던데 연기하기는 어땠나.

“사람들은 내가 액션영화에 많이 출연한 줄 안다. 앞서 말했지만 본격적 액션은 이번이 처음이다. 확실히 힘들더라. 합을 맞출 때 맞고, 때리고, 피하는 과정들이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정확하지 않으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액션배우는 한 번에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촬영하는 동안에는 욕심이 생겨서 진짜 싸움처럼 보이길 원했다. 다행히 감독이 내가 원하는 대로 합을 짜왔다. 좀 날티나는 액션을 바랐는데 딱 그 느낌이었다.”

▲대사들도 통쾌했다.

“후반부에 장광 선생님(강성기 역)이 쓰러져 있는 나에게 ‘내가 대통령을 두 명이나 만든 사람이야. 그런 내가 동네 아저씨처럼 보이냐’며 짓밟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나도 대통령을 세 명이나 찍어서 다 맞혔다. (대통령은) 네가 만든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만든 거다. 그런데 왜 그 공로를 당신 혼자 가지려고 하느냐’고 말한다. 그 대사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원래는 다른 대사였는데 그렇게 바꿔보고 싶다고 감독에게 말했다. 어떤 일의 성과에 있어서 우리와 다른 부류의 어떤 분들은 그것이 마치 자기가 다 만들고 자기가 다 한 것처럼 생색도 내고 그렇게 착각하면서 산다. 그건 어떤 힘이 있고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고민하고 열심히 생각한 끝에 뭔가 이루어진 건데 말이다. 어떤 한 사람이 그 공을 전부 다 독차지하려고 하는 그런 사회의 부조리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대사를 할 때는 신났다.”

▲신동엽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흥행작이 없다는 점에서 출연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듯한데.

“그런 우려를 상쇄시킬 만큼 사람이 좋다. 배우에 대한 배려도 많이 해주는 편이다. 말씀대로 감독님은 흥행작이 없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투자를 받아서 계속 영화를 만든다. 그야말로 ‘불사조’다. 왜 그런가 봤더니 사람이 좋으니까 주변에 사람이 많은 거다. 아이러니한 게 좀 까칠하고 세심하고 약간 못된 사람이 영화는 잘 찍는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우리 감독님은 정반대인 셈이다. 아무튼 또 같이 작업을 하자고 하면 하고 싶을 만큼 좋은 사람이다.”

▲코미디 장르에서 당신은 늘 진지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큰 웃음을 선사한다. 그건 당신만이 지닌 장기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 같다. 슬랩스틱보다는 그렇게 해야 더 웃기다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이 더 고단수이고 효율적이라 말할 수는 없는데 나는 그렇게 접근하는 게 더 편하고 맞다고 생각한다. 코미디 연기는 미스터 빈, 짐 캐리 이런 배우들이 하는 게 코미디 연기다. 대신 나는 애드리브를 자주 하는 편이다. 신기하게도 웃긴 애드리브는 마구 떠오른다. 내 천성 자체가 즐거운 게 좋고 웃는 게 좋은 사람이기 때문인지 내 머리가 그 쪽으로 무척 발달한 것 같다.”

▲전작 ‘공모자들’ ‘창수’에서의 웃음기를 뺀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장르마다 특징과 나름의 맛이 있지만 아무래도 코믹 장르가 내 옷을 입은 것처럼 편하긴 하다. 제약이 별로 없고 내 생각과 논리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코미디 장르를 많이 해봐서 그런지 웃음 포인트도 나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이 날 보고 웃는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가. 그게 또 날 여기까지 데리고 왔고.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내가 주인공을 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웃길 기회가 적어졌다. 극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쉽게, 가볍게 행동할 수 없고 내가 표현할 부분에 제약이 따랐다. 그 점에서 ‘공모자들’이나 ‘창수’는 좀 갇혀 있다는 느낌이랄까, 조금 답답한 게 있었다.”

▲이번엔 추위 때문에 고생했다고 들었다.

“한겨울 촬영이라 정말 힘들었다. 진짜 단 1분도 밖에 서있지 못할 정도로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에서 2~3일 밤을 새워가면서 액션이라는 걸 하고, 얼어붙은 밥을 먹었다. 옛날에는 이런 게 낭만이고 영화는 이런 맛에 찍는 거지 그랬는데, 진짜 많이 힘들었다. 다음부터는 액션이 많고 추울 때 찍는 영화는 돈 많이 안 주면 안 할 생각이다.”(웃음)

▲최다니엘과 ‘공모자들’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상대배우와 호흡이 잘 맞고 그를 알아간다고 생각할 때면 영화촬영이 끝난다. 평소 그 점이 아쉬웠다. 그런데 다니엘과는 이미 호흡을 맞춰봤고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까 연기하기가 편했다. 다만 내가 즉흥적이라면 다니엘은 준비를 많이 해오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툭툭 애드리브를 치니까 당황하더라. ‘형, 이렇게 해도 돼?’라고 묻더니 자기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거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정말 좋았다. 예상치 못했던 순발력과 센스에 나도 깜짝 놀랐다. 중반 이후 다니엘의 아이디어가 영화에 굉장히 많이 반영됐다.”

▲예를 들면 어떤 장면이었나.

“초반에 둘이서 차를 타고 가다가 내가 ‘조용히 좀 하지’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그때 다니엘이 차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히고 유리창이 깨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게 예상하지 못한 실제 상황이다. 유리창이 깨진 것도 CG가 아니다. 다니엘의 머리에 크게 혹이 날 정도였는데 분명 이건 NG상황인 거지. 대사도 원래는 없었다. 그런데 다니엘이 머리를 부딪히고 나서 ‘내 차’이러면서 연기를 하는 거다. 순간 당황했지만 바로 ‘흥, 무슨 명품차가 이렇게 약해’라고 나도 애드리브를 쳤다. 그게 자연스러웠던지 감독이 그 장면을 살렸다. 나중에 다니엘이 그러더라. 자기도 이제 슬슬 애드리브의 맛을 알아가는 것 같다고.”

▲두 사람의 조합이 좋았다. 콤비로 계속 살려나가도 좋을 것 같더라.

“내 생각도 같다. 다니엘과 내가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일단 눈길을 끈다. 그런데 그 차이가 너무 크다. 쟤는 댄디하고 나는 터프하다는 정도의 느낌이 나야 하는데, 쟤는 그냥 부자이고 나는 다리 밑에 있는 거지고 노숙자라는 느낌이 드는 거다. 너무 안 어울려서 관객들이 ‘저건 너무 억지다’ 싶을까봐 거울도 보고 신경을 많이 썼는데 부질없었다. 아무튼 정말로 이 영화가 잘 돼서 후속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그건 장담할 수 있다.”

▲사업도 번창하고 있으니 행복하겠다.

“아이들이 건강하니까 행복한 거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고 그런 거니까. 요즘은 아이들을 돌보느라 더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그게 행복하다.(임창정은 2013년 프로골퍼 김현주와 협의 이혼했고 슬하에 아들 셋을 두고 있다.) 참, 미용실도 최근에 오픈했다.”

▲새 앨범도 곧 나온다고 들었다.

“다음 달 7일 음원 선공개를 하고, 14일 본 앨범이 나온다. 다섯 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인데 작사와 작곡뿐만 아니라 프로듀싱까지 다 참여했다. 타이틀 곡은 발라드인 ‘또 다시 사랑’이다. 이제 나이도 있어서 그런지 좀더 깊이감 있는 인생 이야기를 가사에 녹여내고 싶다.”

▲연기에 몸담은 지 25년이 됐다. 재밌나.

“물론이다. 음악도 그렇고 하면 할수록 재밌는 것 같다. 절대 놓고 싶지 않다.”

▲특별히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진짜 또라이를 연기해보고 싶다. 사회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물인데 사이코패스인 거다. 섬뜩하지 않나. 만약 편하게 생각하고 지내던 친구가 알고 보니 상상도 못할 만큼의 무서운 정신이상자라면 말이다.”

▲중국영화에도 출연할 예정인데.

“앨범이 나오면 바로 중국으로 가서 촬영을 시작한다. ‘임시보표’라는 영화인데 한국 톱스타와 중국 댄스 신동의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로드 무비다.”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배우와 가수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친구구나’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더불어 ‘나도 창정이처럼 바쁘게 살아야지’ ‘저렇게 열심히 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구나’라는 것을 어린 친구들도 보고 귀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자극은 받았으면 좋겠다. 그만큼 더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겠지. 솔직히 열심히 사는 건 자신 있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김현수 프리랜서 dada24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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