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캠페인 ‘책읽는 도시 행복한 시민’ 詩 읽어주는 여자] 상고르 '검은 女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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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9   |  발행일 2015-08-29 제1면   |  수정 2015-08-29
[2015 캠페인 ‘책읽는 도시 행복한 시민’ 詩 읽어주는 여자] 상고르

벗은 여인아, 검은 여인아

그대 입은 피부빛은 생명이라, 그대 입은 형상은 아름다움이라!

나는 그대의 그늘 속에서 자라났네, 그대의 부드러운 두 손이 내 눈을 가려주었지.

이제, 여름과 정오의 한가운데서 나는 알겠네, 그대는 약속된 땅임을, 목마른 높은 언덕의 정상으로부터

그대의 아름다움은 독수리의 번개처럼 내 가슴 한복판에 벼락으로 몰아치네



벗은 여인아, 검은 여인아

단단한 살을 가진 잘 익은 과일, 검은 포도주의 어두운 황홀, 내 입에 신명을 실어주는 입

해맑은 지평을 여는 사바나, 동풍의 불타는 애무에 전율하는 사바나,

조각해 놓은 듯한 탐탐북이여, 승리자의 손가락 밑에서 우레같이 울리는 탐탐북이여

그대 콘트랄토의 둔탁한 목소리는 연인의 드높은 영혼의 노래

(중략)



흰 피부를 미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부턴가 태닝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잘 태운 피부는 건강미와 성적 매력을 더해준다.

상고르는 시인이자 아프리카의 신생국 세네갈의 초대 대통령이었다. 그의 시는 흑인들의 춤과 노래에 기원을 둔 것으로 검은 대륙에 대한 신념과 긍지, 찬가를 담고 있다. 상고르가 프랑스어로 쓴 사랑의 노래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검은 피부에 대한 긍정이며, 그는 이 속에서 자신의 본질과 참모습을 발견하였다. 반복해서 부르는 벗은 여인, 검은 여인은 시인의 정신을 관통하는 자연의 꿈과 모계사회의 풍속이 남아있는 검은 대륙 그 자체이다. 또한 인류의 첫 어머니 루시에 대한 찬사이기도 할 것이다.
서영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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