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출신 CEO가 만든 자동배팅연습기…“삼성 타자들도 써요”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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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1 07:52  |  수정 2015-09-01 07:53  |  발행일 2015-09-01 제19면
■ ‘지역스포츠 거점육성사업 기업’ 대구의 <주>GT
부상으로 현역은퇴 후 2013년 회사 설립
선수시절 기억 바탕으로 연습기 개발
20150901
지난달 28일 오후 <주>GT 김무성 대표가 야외에서 ‘자동 티 배팅 연습기’를 이용해 배팅 연습을 하고 있다.

야구의 기본은 배팅(Batting·타격)이다. 배팅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선수들이 꾸준히 하는 훈련이 바로 티 배팅(Tee Batting)이다. 티 배팅은 막대기 위의 작은 받침대에 공을 올려놓고 배트로 치는 연습이다. 티 배팅은 타격 폼과 스윙 연습을 할 때 꼭 필요한 훈련이다. 막대기 위에 놓인 공을 치면서 타격 폼과 스윙의 모든 부분을 신중하게 점검할 수 있다. 또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칠 수 있는 감각을 익히게 해 준다. 멈춰있는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하면 날아오는 공은 당연히 제대로 맞추기 어렵다. 그만큼 티 배팅은 야구 선수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티 배팅을 하기 위해선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거나 타자가 직접 공을 막대기에 올려야 한다. 그만큼 훈련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지역 CEO가 현역 시절의 경험을 살려 효과적으로 티 배팅 연습을 할 수 있는 ‘자동 티 배팅 연습기’를 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선수 경험 살려 ‘자동 티 배팅 연습기’ 개발

대구에 본사를 둔 자동화기기 전문업체 <주>GT(Global Tech) 김무성 대표이사(37)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다. 경북고와 계명대를 나와 2001년 한화이글스에 입단해 3년간 외야수로 뛰었다. 그러나 2군 경기 도중 무릎 반월판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 뒤 1년간의 재활훈련을 거쳤지만 결국 은퇴를 선택하게 됐다.

김 대표는 “20년 가까이 야구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더는 야구를 할 수 없게 된 현실에 가슴이 먹먹했다”면서 “지도자의 길을 제안받기도 했지만 깨끗하게 야구를 잊고 새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뒤 김 대표는 대구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자동차 부품 회사에 다니며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2013년 <주>GT를 설립했다.

야구를 잊기로 했지만 김 대표의 가슴 한편에는 야구에 대한 사랑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는 “대기업 등에 자동화기기를 납품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독자적인 제품이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어느 날 TV 야구 중계를 보면서 선수시절 티 배팅 연습을 하던 기억을 떠올려 ‘자동 티 배팅 연습기’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티 배팅을 하려면 2인 1조가 돼서 한 사람이 공을 올려주거나 타자가 직접 공을 올려야 해서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고, 공을 올려주는 사람의 부상 위험도 높아요.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부상 방지를 위해서는 공을 자동으로 막대기 위에 올려주는 ‘자동 티 배팅 연습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부상으로 현역은퇴 후 2013년 회사 설립

선수시절 기억 바탕으로 연습기 개발

공 올려주는 속도 올려 배팅 속도 향상

제품무게 45㎏에 바퀴 장착 이동 쉬워

겉면도 무광 페인트로 칠해 눈부심 방지

프로 2개팀 납품…초중고 팀들도 관심

국내 특허 등록 해외시장 전망도 밝아


◆시행착오 끝에 완성…국내외 특허 등록·출원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우선 야구공을 배팅대 위에 올리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표면이 매끈한 골프공과는 달리 야구공은 가죽 재질인 데다 실밥이 있어 여러 개의 공을 한데 담아 놓으면 서로 뒤엉켜 기계적으로 공을 분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품의 무게도 너무 무거웠다. 첫 시제품은 자체 무게만 100㎏이 넘었다. 바퀴가 달려 있었지만 모래밭이나 장거리 이동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디자인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제품의 모양이 직사각형이다 보니 타자들이 백스윙을 하는 과정에서 배트가 제품에 부딪힐 우려가 있었다. 또 제품 겉면이 금속이다 보니 빛이 반사돼 눈이 부신 단점도 있었다.

김 대표는 “처음에 시제품을 만들어 야구인들을 찾아갔더니 ‘모양이 너무 기계스럽다’ ‘무겁다’ ‘빛이 반사돼 눈이 부셔서 공이 잘 안 보인다’는 등의 지적이 많았고, 심지어는 제품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문제점을 모두 개선해 완벽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완성된 제품의 무게는 45㎏에 불과하다. 접이식 손잡이와 바퀴를 달아 이동도 편리하다. 본체 앞면의 폭을 슬림하게 줄여 백스윙 과정에서 배트가 본체에 부딪히지 않도록 했다. 제품 겉면에 무광의 검은색 페인트로 도색해 눈부심 현상도 방지했다. 현재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해외 특허도 출원해 놓은 상태다.

◆국내 프로구단에 납품…해외시장 개척도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완성된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자동 티 배팅 연습기’는 공을 담는 용기인 호퍼와 공을 올려주는 배팅대로 구성돼 있다. 호퍼에 공을 담은 뒤 스위치를 켜면 자동으로 배팅대에 공을 올려주는 것이다. 배팅대에는 센서가 달려있어 타자가 공을 치면 자동으로 다음 공을 올려준다. 또 배팅 스피드 향상을 위해 공을 올려주는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반응은 뜨거웠다. 프로야구 선수와 구단은 물론이고 사회인 야구팀과 초·중·고·대학 야구단, 기업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를 비롯해 프로구단에 납품했다. 제품을 통해 티 배팅 연습을 하고 있는 선수들도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체육용구 생산업체 및 스포츠용품 해외인증 획득지원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대구테크노파크의 지역융복합스포츠산업 거점육성사업 지원기업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제품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시장성도 충분하다. 현재 전국에는 1천여개의 리틀·초·중·고·대 야구팀과 10만개의 사회인 야구팀이 있다. 해외의 경우 고교 야구팀만 해도 일본은 5천개, 미국은 1만6천개가 넘는다. 남미를 비롯해 중국과 대만, 호주 등 야구를 즐기는 나라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전 세계 시장에서 전망이 밝은 편이다.

김무성 대표는 “국내 프로구단 및 각 학교, 사회인 야구단 등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보다 야구인구가 많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야구선수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보급해 국내외 야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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