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리포트] 75일만에 美횡단 성공 천병탁씨

  • 전영혜 시민
  • |
  • 입력 2015-09-02 07:17  |  수정 2015-09-02 07:17  |  발행일 2015-09-02 제2면
“200㎞ 남겨두고 자전거 사라져…오기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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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75일 만에 미 대륙 횡단에 성공한 천병탁씨가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병탁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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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미 대륙 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친 천병탁씨가 지난달 29일 동대구역에 도착하자, 아버지 천오근씨가 준비한 꽃을 목에 걸어주고 있다.

절실함에 현지인이 빌려줘 완주
“정말 힘들었다” 눈물 왈칵 쏟아
“값진 경험 여행기로 남기고파”

“이번 여행으로 얻은 것이 무척 많습니다. 가슴 따뜻한 사람들,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분들이 전해준 귀한 가르침도 많았습니다. 소중한 경험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중고 자전거 한 대로 미 대륙 횡단에 나섰던 대구 청년 천병탁씨(23·영진전문대 전자정보학과 1년)가 도전(영남일보 7월23일자 1·2면 보도)을 끝내고 지난달 29일 귀국했다.

지난 6월6일 미국으로 출국, LA에서 뉴욕 타임스스퀘어까지 자전거로 약 6천500㎞를 달린 천씨는 목적지를 불과 200㎞ 앞두고 있던 지난달 14일 끔찍한 일을 당했다. 가방이 실린 자전거를 가게 앞에 세워두고 음료수를 사러 간 3분여 사이에 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자전거는 물론 가방에 넣어둔 노트북·카메라·여권까지 그의 모든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다. 자전거에는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죽을힘을 다해 주변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인근 주유소 쓰레기통에서 자전거 이외의 다른 짐들은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짐을 확인하고 “고맙다, 도둑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권도 중요했지만 노트북과 카메라에는 그동안의 여행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남은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새로 자전거를 구입하기에는 가진 돈이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횡단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의 딱한 사정을 알고 선뜻 자전거를 사주겠다는 교포도 있었고, 남은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지인들의 권유도 있었다.

“오기일 수도 있지만 내가 처음으로 계획한 나만의 여행을 그렇게 허무하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고 마음을 굳힌 천씨는 행군을 결정했다. 배낭을 구입하고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행군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그에게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뉴저지주 필라델피아에서 숙소를 제공해준 웜샤워 호스트인 더즈(Duzz)씨가 자전거를 빌려주겠다고 한 것. 천씨는 “황금 동아줄을 잡은 기분이었다”며 “사람들은 흔히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갖는 것이라고 하지만 절실함만이 기회를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천씨는 여행을 시작한 지 75일 만에 대망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도착한 그는 “‘정말 힘들었다’는 혼잣말과 함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힘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성취감과 기쁨이 더욱 컸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동대구역으로 아들을 마중 나온 아버지 천오근씨(53)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이 아들을 칭찬하고 대단하다고들 말했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했다. 그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랐다. 이렇게 아들을 만나고 나니 이제야 참 장하게 느껴진다”며 그동안 졸였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어떤 장사를 해서 돈을 벌까 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의 끝에는 늘 나 자신이 이대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병탁씨는 “진지하게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의 소중한 경험들을 글로 적어 여행기로 남기고 싶다는 뜻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글·사진= 전영혜 시민기자 yhjun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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