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커민스엔진 1년 만에 청산…왜?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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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2 07:19  |  수정 2015-09-02 09:23  |  발행일 2015-09-02 제3면
中 건설·부동산 경기 둔화 직격탄…공장 가동률 20∼30% 머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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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커민스엔진이 청산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대구시의 외투유치에도 불똥이 튈지 우려되고 있다. 2012년 대구테크노폴리스에서 열린 현대커민스엔진 기공식 모습. <영남일보 DB>

대구테크노폴리스에 둥지를 튼 현대커민스엔진<유>이 공장가동 1년 만에 갑작스레 사업을 철수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6월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640억원을 조달하는 등 최근까지 모두 2천억원 넘는 돈을 투자한 데다 아직 대구시와의 투자유치 계약기간도 남아 있어 그동안 받은 임대료 감면액과 각종 보조금 등 수십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청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7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면서 주력 사업을 제외한 사업 분야 및 계열사 축소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으로 일단 분석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부동산·건설경기 둔화로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굴착기 업체들이 현지 시장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설장비 들어가는 엔진 납품
母기업 현대重 굴착기 판매량
4년사이 5분의 1로 감소 영향
지금까지 누적 순손실 1100억
7월말 경영실적 문책 인사도

◆사업 부진으로 적자 늘자 ‘손절매 차원’ 청산

현대커민스엔진은 2012년 9월 현대중공업과 미국의 건설장비용 엔진 전문기업인 커민스가 50대 50 비율로 합작 출자해 만든 건설기계용 엔진 전문기업이다. 현대중공업과 커민스는 지난 6월까지 모두 2천9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커민스엔진에서는 굴착기 등 건설기계에 들어가는 엔진을 만들어 현대중공업에 납품해 왔다.

회사 출범 전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은 2010년 중국에서만 모두 1만8천567대의 굴착기를 판매했다. 중국 건설경기가 호황을 맞으면서 건설장비 판매도 늘어난 것이다. 건설장비용 엔진 수요도 늘어난 상태였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중국의 부동산 및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건설장비의 판매도 급감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중국 현지 굴착기 판매량은 겨우 3천743대에 불과했다. 4년 만에 판매량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건설장비용 엔진 생산에 들어간 현대커민스엔진으로선 당연히 초반부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현대커민스엔진은 공장 가동 이후 줄곧 가동률이 20~30%대에 머물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영업손실 172억원과 순손실 185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46억원의 영업손실과 909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회사 설립 이후 누적 영업손실은 350억원, 순손실은 1천100억원에 달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지난 7월말 인사를 통해 임원진을 대거 물갈이했다. 세대교체에 역점을 뒀다고 하지만 사실상 경영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시각이 많다”며 “현대커민스엔진의 청산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손절매 차원에서 회사의 손해가 더 커지기 전에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市, 임대료 감면액·보조금 환수, 타기업 유치

대구시는 이번 현대커민스엔진의 사업 철수 결정이 가뜩이나 어려운 외투기업 및 역외기업 유치에 불똥이 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우선은 현대커민스엔진의 청산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한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커민스엔진은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인 동시에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서도 미화 3천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기업에 해당돼 임대료 감면과 투자보조금, 고용보조금, 교육훈련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받았다.

대구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대구테크노폴리스내 7만8천㎡를 195억원에 매입해 현대커민스엔진과 2017년까지 무상 임대 계약을 맺었다. 지난 8월말 기준 그동안 현대커민스엔진이 감면받은 부지 임대료는 모두 19억3천만원으로 추산된다. 또 투자보조금 12억원과 고용보조금 3억6천900만원, 교육훈련보조금 1억100만원 등 모두 16억7천만원을 지원받았다.

대구시는 관계자는 “투자유치 계약상 사업 개시일로부터 5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회사의 부도 또는 청산으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임대료 감면액과 각종 보조금을 환수하도록 돼있다”며 “현대커민스엔진으로부터 해당 금액을 모두 환수조치하는 한편 해당 부지에 다른 외투기업 또는 대기업 계열사를 유치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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