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닥친 엘니뇨로 가뭄피해…또 다시 금융위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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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3   |  발행일 2015-09-03 제15면   |  수정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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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각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작물 재배가 차질을 빚고 있다. <출처 : www.pange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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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경북PRIDE상품 인도네시아 해외시장 조사원·자유기고가>

농업·생활 용수 모자라 경제 악영향
떨어진 루피아貨 가치 더 하락할땐
1998년 겪은 사회혼란 재현될 수도

인도네시아 경제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왜 그토록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는가. 지금 자카르타에서는 이 질문에 대해 인도네시아 한 경제학자가 내놓은 새로운 분석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인도네시아 경제가 순식간에 몰락한 이유는 바로 1997~1998년 발생한 강력한 엘니뇨(El Nino)가 주 원인이었다는 내용이다.

국립 인도네시아대학 모하마드 익산 교수(경제학)는 UN의 아시아태평양 경제위원회가 2014년 11월 발표한 ‘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아시아태평양 경제’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에서 1996년부터 2000년대까지 빈곤인구가 늘어나게 된 것은 1998년 금융위기 때문이 아니라 1997년 시작된 엘니뇨 가뭄 피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익산 교수의 분석이 새삼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올해 역시 강력한 엘니뇨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구물리청은 엘니뇨지수가 6월 1.6 수준에서 10월에는 2.6 수준까지 올랐다가 12월이 되면 2.2 수준으로 약간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해 8월 인도네시아의 엘니뇨지수가 0.1이었고, 12월 0.9였으니 정부 차원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인도네시아의 엘니뇨 피해는 2억5천만 인구 중 60%인 1억3천만명가량이 거주하고 있는 자바섬에 특히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 8천957억달러(2015년 IMF)의 58.15%를 기여하는 곳이 바로 자바섬이다. 정부와 언론이 엘니뇨여파에 주목하며 ‘1998년 위기’를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가운데 8월18일 기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1달러에 1만3천루피아(한화 약 1천300원) 수준까지 떨어져 있으니 이런 상태에서 1998년처럼 금융위기가 닥친다면 손을 쓸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필자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71㎞ 떨어진 곡창지대 ‘카라왕’, 자카르타 국제공항이 있는 ‘땅그랑’ 주변 농업지역에서는 모내기를 마친 초록색의 논보다 마른 논이 더 많다. 30개가 넘는 화산이 있는 화산섬 자바는 화산재가 토양 전체를 두껍게 덮고 있어 1년에 3모작을 할 수 있을 만큼 비옥한 지역이다. 한창 모내기가 시작되어야 할 8월 서부 자바의 논은 새로 심은 모보다 수확을 늦춘 논, 마른 논이 더 많은 상태다.

엘니뇨로 인한 고온건조한 이상기후의 피해는 농업부문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카르타 위성도시 ‘데뽁’에서는 지하수가 말라서 사람들이 생수를 구입하여 빨래하고 몸을 씻고 있다. 엘니뇨 가뭄 피해는 농업은 물론 수력 발전과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데까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려진 대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태국, 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다. 이 중에서 인도네시아 경제가 가장 크게 무너져 내렸는데, 1998년 1월 당시 달러에 대한 태국의 바트화 가치는 직전에 비해 40%,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40% 절하된 반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80%까지 절하됐다.

1998년 금융위기로 인도네시아는 빈곤, 실업, 물가 상승, 국가채무 증가, 해외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등 경제적 피해와 함께 사회적 혼란을 경험했다.

중국계 인도네시아인과 그들이 사는 지역이 분노한 시민들의 공격 대상이 됐고, 유가와 물가 상승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수하르토는 그해 5월 장기독재를 마치고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다. 인도네시아의 오늘을 만든 1998년의 사회·경제적 변화와 그 배경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영남일보·경북PRIDE상품지원센터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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