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Y투어 韓中日 맛 기행…중국 상하이·항저우를 가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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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4   |  발행일 2015-09-04 제38면   |  수정 20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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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명물인 동방명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3박4일 일정의 영남일보 제2기 삼시세끼 맛기행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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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성 성도인 항저우 명물 시후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인 루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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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가장 번화한 난징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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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와 항저우 풀코스 레스토랑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자오쯔. 피가 얇고 육즙이 매우 풍부한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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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최고 약선 전문 레스토랑인 호경여 식당의 인기 메뉴인 금박 뿌린 둥포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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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난징로 초강남 식당의 인기 메뉴인 유부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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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찬장인 상하이 최고 쇼핑가 난징로에 있는 신감각의 퓨전 쓰촨요리 전문점인 초강남에서 식사를 한 일행이 입이 즐거워 행복하다는 표정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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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초강남’의 둥포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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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잎에 싸여져 나온 찹쌀밥의 일종인 쫑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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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청양고추로 불리는 즈티엔지아오. 쓰촤요리에 빠짐없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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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난징로 초강남 식당의 한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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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경여 식당의 인기메뉴인 석반어찜.




상하이 쓰촨요리 전문점 ‘초강남’ 상차림은 남도한정식의 한상 차림 같다


■상하이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초강남
1인분에 10만원선 하는 고급
바다제비집 수프, 생선살 경단
둥포러우, 탄탄미엔 등
정신없이 한꺼번에 차려진다

쇼닝루는
매운소스로 볶은
민물가재 요리 마라룽샤 거리
중국 꼬치요리의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다


중국 상하이, 항저우로 떠나는 제2기 삼시세끼 맛기행 투어단은 모두 31명으로 꾸려졌다.

예상대로 오사카 맛투어 때처럼 중국에서도 관광지보다 ‘현지 음식’이 관심 1순위였다. 기존 패키지 관광은 항상 ‘초저가’에 중심을 두고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고품격 밥상은 언감생심이다. 부실한 한끼로 쉴 틈 없이 5~6곳의 관광지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주마간산식으로 훑다 보니 몸도 마음도 금세 천근만근. 관광이 제대로 될 리 없다. 20여년 동안 이런 흐름이 지속됐다. 이런 열악한 투어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던 게 ‘영남일보 한·중·일 삼시세끼 맛기행’의 취지다.

구성원 대다수가 만리장성, 장가계, 계림, 황산 등의 이런저런 중국 관광지는 한두 번 다녀온 처지였다. 음식을 중심으로 일정이 짜인 여행은 처음이라서 다들 대구를 떠나기 전부터 군침을 삼켰다.

지난달 27일 낮 12시15분 대구국제공항 이륙.

2시간 남짓 비행해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했다. 1994년 준공되는 순간부터 상하이의 대표적 랜드마크가 된 ‘동방명주(東方明珠)’를 찾았는데 판단 미스였다. 평일 낮시간대였지만 아직 학생 상당수가 개학 전이어서 그런지 중국인 입장객으로 북적거렸다. 2시간 정도 진을 뺐다. 높이 467m 동방명주의 또 다른 볼거리는 강화유리가 깔린 아찔한 ‘스카이워크 전망대’. 365도로 가설해 놓았고 TV프로그램 ‘1박2일’에까지 소개된 터라 한국인의 방문이 폭증했다. 여기서는 선 자세로는 좋은 사진이 안 나온다. 철퍼덕 바닥에 앉아 포즈를 취해야 하고 당연히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찍어야 고공감이 제대로 살아난다.

상하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황토빛의 ‘황푸강’.

강의 이쪽과 저쪽은 서로 다른 세상이다. 동방명주 맞은편은 ‘와이탄(外灘)’이라 부르는 20세기초 영국과 프랑스의 조차지다. 와이탄에는 예전 유럽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강 너머 고층빌딩이 즐비한 곳은 푸둥. 동방명주, 진마오타워 등 중국을 대표하는 초고층빌딩이 가득하다. 특히 동방명주는 서울타워의 2배에 이를 정도로 높다. 상하이는 밤이 더 절경이다. 경관조명등이 곳곳에 숨어있다. 상하이는 규정을 정해놓고 밤마다 주요 빌딩을 대상으로 다양한 불빛을 쏘아 조명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상하이의 최대 번화가는 와이탄과 연결된 난징루(南京路)와 신천지(新天地).

현재 상하이 젊은이의 욕망과 다국적 브랜드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 곳이다. 난징루는 5㎞에 이르는 쇼핑거리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레스토랑, 펍, 바, 백화점 등이 밀집해 있다. 신천지는 19세기말 중국 전통가옥과 서양식 건축물이 결합된 과거의 단가옥인 ‘스쿠먼(石庫門)’을 잘 보존하고 그 역사를 알도록 해주는 박물관도 열었다. 이 박물관을 가기 전 동방명주 내부에 있는 상하이 역사박물관부터 찾아라. 그 시절 풍경과 거리를 철저한 고증을 거쳐 미니어처로 잘 재현해 놓았다.

첫날은 대구의 동성로 같은 난징루에 입점해 있는 퓨전 쓰촨(四川)요리 전문점인 ‘초강남’을 찾았다. 초강남은 난징루 IFC몰 10층에 위치해 있다. 2000년 베이징에서 처음 문을 연 초강남은 중국 전역에 62개의 분점이 있으며 상하이 내에도 5개가 있는 고급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인테리어에 80억원을 투자했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쓰촨요리 레스토랑답게 메뉴에 표시된 고추의 개수로 매운 정도를 나타내고 있어 한 개만 있어도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맵다. 다들 매운 맛의 절정을 보여준다는 쓰촨요리에 적잖이 걱정하는 눈치였다.

◆중국의 대표적 향신료와 양념 이야기

기자는 일행에게 중국을 대표하는 향신료에 대해 설명했다.

중국인 중에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독특한 향기를 가진 샹차이(香菜·일명 고수). 이번 일정에서는 요리 전에 빼달라고 부탁했다. 그 다음은 독특한 맛으로 양꼬치 구울 때 후추처럼 뿌리는 게 ‘즈란’이다. 한국의 여느 고추와 달리 열매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든, 중국의 청양고추로 불리는 작게 생긴 고추가 있다. 필리핀의 청양고추로 불리는 ‘라부요’와 비슷한 포스의 ‘즈티엔지아오(紫天椒)’다. 이 대목에서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의 고추 재배자 제랄드 파울러가 그동안 세계 최극강 매운 고추로 불렸던 ‘뷰트 조로키아’(일명 유령고추)등 세 종류의 매운 고추들을 교접해 만든 ‘나가 바이퍼(Naga Viper)’인데 청양고추보다 천 배는 더 맵다.

화자오(花椒)와 다랴요(大料)도 중국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약방의 감초같은 양념. 화자오는 혀를 톡 쏘듯이 자극하는 강한 매운 맛이 나며 특유의 매콤한 향을 살리기 위해 요리할 때는 펄펄 끓는 기름에 넣어 사용한다. 이걸 이용해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火鍋) 전용 소스를 만든다. 매운맛을 즐기는 중국인들은 참기름 대신 화자오 기름을 사용하여 채소를 볶기도 한다. 다랴요는 육류를 삶을 때 꼭 넣는다.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냄새가 제거되기 때문이다. 이 다섯 가지 조미료만 극복해도 중화요리는 한국인에게 정말 친숙해질 것이다.

초강남에서는 1인분 10만원선의 고급 상을 받았다.

다들 난생 처음 만난 이상야릇한 맛의 특징을 서로에게 알려주며 호기심의 나래를 편다. 연신 메뉴판을 살펴보면서 음식의 정확한 중국 발음을 가이드에게 물었다. 바다제비집으로 만든 수프, 생선살로 만든 경단, 둥포러우(東坡肉), 생선요리, 볶음밥, 튀김유부, 탄탄미엔 등이 정신 못차리게 한꺼번에 차려졌다. 전라도 남도한정식의 한상 차림 같았다.

중국음식문화는 중국 무술영화처럼 좀 풍이 세고 스케일도 웅장하다.

먼저 앉으면 냉채류부터 세팅하면서 큰접시에 단품 요리를 10여개 이상 동시에 낸다. 이후에는 각자 알아서 덜어 먹으면 된다

한국요리는 예쁜 접시에 여러 종류의 밑반찬을 조금씩 담아 먹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중국 요리는 큰 쟁반이나 큰 그릇에 요리를 듬뿍듬뿍 담아 식탁에 올려놓고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준비된 음식을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음식 낭비풍조는 역사적인 원인에 기인한다. 고대 중국 왕조에서는 사회가 발전하고 국가가 번창함에 따라 음식문화가 날로 사치스러워져 귀족 계층은 향락적인 식생활을 추구했다고 한다. 그후 사치스러운 음식문화는 민간에까지 널리 유행되어 음식점, 술집 등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탄탄미엔(擔擔麵)은 중국 6대 국수에 속하는 사천의 대표 매콤한 국수다. 중국의 대중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수 중 하나로 매운 국물에 땅콩 맛이 곁들여져 있다. 이 국수는 문자 그대로 시장에서 지게를 지고 다니며 팔던 서민국수다. 1840년대 쓰촨성에 살던 천파오파오(陳寶寶)라는 행상한테서 유래됐다고 한다. 지금도 그 국수를 메고 골목을 다니며 파는 행상이 있다.

◆ 길거리 음식을 맛보다

첫날 숙소로 가기 전 인근 매운소스로 볶은 민물가재 요리인 마라롱샤(麻辣龍蝦) 거리인 ‘쇼닝루’로 갔다.

마라는 ‘맵다’, 롱샤는 ‘민물가재’란 뜻. 여기로 가면 중국의 꼬치요리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부추꼬치는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국내 부추전보다 훨씬 자극적이다. 아직 가게 뒷골목은 비위생적이어서 조만간 정부 차원에서 정비를 할 예정이란다.

중국에는 참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포진해 있다.

대표적인 게 ‘유탸오’와 ‘사오빙’ ‘지단빙’ 등이다. 발효시켜 소금으로 간을 맞춘 밀가루 반죽을 연필처럼 길게 늘어뜨려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꼭 바게트 같다. 아침식사용으로 죽이나 콩국과 함께 먹기도 한다. 또 네모난 모양으로 빚어 기름에 튀겨낸 ‘유빙’도 있다. 유탸오는 약간 짠맛이 나고 유빙은 약간 단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중국 대도시의 아침거리를 거닐다 보면 어렵지 않게 길가에서 기름 가마에 유탸오를 튀겨내느라 바쁜 사람들과 작은 식탁과 의자를 놓고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침식사가 끝날 무렵이면 유탸오를 파는 ‘샤오탄(포장마차)’들도 하나둘 문을 닫는다.

사오빙은 밀가루를 반죽해 한쪽에 참깨를 뿌려 구운 것으로 중국 북방에서 주식 또는 간식으로 많이 먹는다. 사오빙은 둥근 것, 네모난 것, 소가 들어간 것, 소가 들어가지 않은 것, 설탕소가 들어간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지단빙을 만들려면 우선, 소금으로 간을 맞춘 무른 밀가루 반죽을 평평한 번철 위에 얹어 얇고 둥글게 부친다. 그 위에 계란 하나를 터뜨려 얹고 다시 매운 장이나 단맛 나는 장, 그리고 잘게 썬 파를 뿌린다. 마지막에 유탸오나 유빙을 올려 포개서 먹으면 된다. 지단빙은 맛있고 가격 또한 저렴해 대학가나 시장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다들 포만감의 절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섬섬옥수의 고장 저장성 항저우 시후(西湖)변에 있는 항저우 대표 레스토랑 중 하나인 루외루(樓外樓)의 대표 메뉴인 ‘둥포러우(東坡肉)’를 고대하며 꿈나라로 갔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항저우 ‘루외루’의 속이 카스텔라 맛 나는 둥포러우는 단연 인기였다

■항저우


둥포러우는 식당마다
맛과 레시피가 모두 다르다

루외루의 거지닭 요리는
황토진흙 구이 같다
맛보다 유래가 더 화제다
청나라 건륭제가 민가에서
맛을 보고 감탄했단다

약선요리 전문 호경여
바다생선 석반어 요리
여수 갯장어를
뜨거운 물에 데쳐 먹는 것 같다



저장성(浙江省) 성도 항저우(杭州)의 심장은 단연 둘레가 30㎞인 매머드 호수, 시후(西湖).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항주와 소주가 있다. 가장 이상적인 삶은 소주에서 나서 항주에서 살고, 광주의 음식을 먹고 유주에서 죽는 것이다.’ 항저우 속담이다.

항저우는 남송(南宋·1127~1279년)의 도읍지로 번성하면서 제왕 14명이 머물렀던, 중국 7대 고도(古都) 중 하나로 중국 10대 명승지에 꼽힌다. 중국 내에서 시후란 이름의 호수는 36개나 되지만 단연 항저우 시후가 으뜸이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 중국이 자랑하는 스토리텔링, ‘인상서호(印象西湖)’도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시후를 배경으로 연출한 공연이다. 일행은 이번 일정 중 하이라이트인 ‘루외루’를 찾았다. 루외루 뒤편에는 장제스의 별장이 있다. 루외루는 시후를 바로 눈앞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외국 국빈이 자주 찾아 복도 곳곳에 액자를 걸어놓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는 수억 원짜리 양각 부조가 눈길을 끈다.

중국 항저우를 대표하는 요리는 서호초어, 용정하인, 동파육, 거지닭 등이다.

그 대표적인 요리가 ‘서호초어(西湖醋魚)’다. 초어(草魚)는 육질을 단단하게 하고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사흘간 굶긴 것을 쓴다. 서호초어는 조리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칼질은 반드시 7번 하며 물고기를 팔팔 끓는 물에 넣고 3분쯤 데쳐낸다. 짧은 시간 내에 데쳐내야 하기 때문에 재료의 두께를 고르게 하고 불 세기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그 맛은 짭조름한 가운데 감칠맛이 돌고 담백하면서 고소하고 식초가 들어가 새콤하다. 특히 사오싱(紹興)의 황주(黃酒), 쌀 식초, 간장, 백설탕과 녹말로 만든 양념장이 맛의 비결이다.

‘용정하인’은 항저우의 명물인 룽징차(龍井茶)의 잎을 넣어 만든 새우요리를 가리킨다. 용정촌의 특산 차를 이용한 요리인 것이다.

중국의 10대 명차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중국의 10대 명차는, 저장성의 서호 부근에서 나는 녹차 ‘서호용정’, 푸젠성 남쪽의 안계현에서 나는 우롱차의 일종인 ‘안계철관음’, 안후이성의 치먼현에서 나는 홍차인 ‘치홍’, 장쑤성 태호 부근 동정산에서 나는 ‘동정벽라춘(洞庭碧螺春)’, 안후이성의 황산 일대에서 재배되는 녹차 ‘황산모봉(黃山毛峰)’, 후난성의 동정호 군산도에서 나는 황차인 ‘군산은침’, 푸젠성의 무이산에서 나는 우롱차의 일종인 ‘무이암차(武夷岩茶)’, 푸젠성 복정과 정화현 등지에서 생산되는 백차인 ‘백호은침’, 운남성 일대에서 나는 ‘보이차’, 쓰촨성의 명산과 아안현의 몽산에서 나는 ‘몽산차(蒙山茶)’ 등을 일컫는다.

◆ 소동파의 분신 둥포러우를 찾아서

이번 일정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식당은 단연 루외루였고, 음식은 ‘둥포러우’. 둥포러우는 중국의 당송팔대가 중 한 명인 소동파 때문에 탄생된다.

1080년 소동파는 조정을 비난하는 시를 지었다는 죄목으로 황저우로 귀양 간다. 당시 소동파는 직접 ‘빨갛게 구운 고기음식’이라는 뜻의 ‘홍사러우’를 만들어 먹기도 했는데, 홍사러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식저육(食猪肉)’이라는 제목의 시에 ‘홍사러우는 약한 불과 적은 물로 오랫동안 푹 삶아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라는 요리법을 시구로 넣었을 정도였다. 1089년 소동파는 다시 항저우의 지주로 부임하게 되었다. 당시 저장성 서부 일대에 폭우가 내려 중국의 3대 담수로 중 하나인 타이후(太湖)가 범람해 주변 마을이 침수되었는데 소동파의 현명한 대응법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소동파는 시후 주변에 ‘소제(蘇提)’라는 제방을 쌓고 다리를 건설해 수재를 예방하도록 하였다. 이에 항저우 주민들은 소동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하였는데 소동파가 황저우에 있을 당시 홍사러우를 즐겨 먹었다는 소문을 듣고 돼지고기를 선물로 보냈다. 이에 소동파는 정사각형 모양의 홍사러우를 만들어 함께 고생한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이때부터 ‘소동파가 만든 홍사러우’라고 하여 ‘둥포러우’라 불리기 시작했다. 둥포러우는 저장성의 ‘금화양두오(金華兩頭烏)’란 돼지고기로 만든다. 네모나게 썬 돼지고기를 파와 생강 위에 얹고 사오싱 황주와 간장을 끼얹은 다음 센 불로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냄비 뚜껑을 닫고 약한 불로 다시 끓이는데 관건은 물을 적게 넣고 약한 불로 오래 고아 맛이 우러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입 먹어봤다. 뭐랄까, 껍질은 통밀빵의 껍질 같았고 속은 카스텔라 맛이 있다. 루외루 벽에 소동파와 둥포러우에 관련된 한시 액자가 걸려 있다.

마지막으로 화제가 된 메뉴는 루외루에서 태어난 황토진흙구이 같은 ‘거지닭(쟈오화지)’. 맛보다 유래가 더 맛있다. 이 거지닭이 등장한 것이 시기적으로는 명말청초 즈음.

옛날에 거지가 훔친 닭을 강변 진흙 속에 넣어 놨는데 누가 와서 그 위에 모닥불을 피웠다. 그가 가고 난 뒤에 꺼내보니 기름기가 쏙 빠져서 담백하고 맛있어 유행하게 된다. 그런데 이 거지닭의 팔자가 달라진다. 청나라 건륭제가 한 민가에 들러 이 거지닭 요리를 맛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때부터 거지닭은 ‘부귀닭(푸구이지)’으로 신분이 달라진다. 내장을 제거한 닭을 갖은 향신료로 주물러 양념을 하고, 닭의 뱃속에 갖가지 채소와 버섯 등을 넣고, 월계수 잎이나 연잎으로 닭을 몇 겹으로 감싸고, 그것을 다시 진흙을 몇 겹으로 발라 몇 시간 동안을 정성을 들여 굽는다. 육즙을 보호하기 위해 비닐로 한 번 둘러준다.

◆ 약선요리 전문점 호경여

시후에서 유람선을 타고 뱃놀이를 했다. 다들 소동파의 표정이었다. 밤에는 동인당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 국영 약국인 호경여(胡慶餘) 약방 부속 약선요리 식당으로 갔다. 약방은 1870년에 설립됐고 식당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집의 둥포러우는 루외루와 버전이 좀 달랐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둥포러우는 식당마다 맛과 레시피가 모두 다르다. 한국의 소고기국밥 맛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 호경여 식당에서는 돼지의 다리 부위를 요리했고, 금박을 입힌 게 특징이다. 또한 그 맛이 꼭 여수 하모(갯장어)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먹는 것 같은 바다 생선 석반어(石斑魚) 요리가 나왔다. 수오란 약재가 들어가 신장에 효과가 있다는 돼지 간까지 냉채로 나왔다. 이 집의 전공이 한약이듯 요리를 할 때도 물성과 맛을 ‘음양오행 상생상극 원리’를 응용한다. 인삼, 감초, 구기자 등 30여 가지 한약재를 음식에 사용한다.

마지막 날 점심은 상하이 난징루 근처에서 흩어져 각자 자유식으로 해결했다. 기자는 중국의 가정식이 궁금해 한 푸드몰을 찾았다. 한 국수 전문점에서 불고기 국수 비슷한 걸 먹어봤다. 왜 그렇게 국수 종류가 많은지…. 요즘 중국 여성들도 거의 맞벌이라서 집에서 요리할 겨를이 없다. 가정식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는 것이다. 식당가에 진출한 여종업원도 우리처럼 그렇게 친절하지가 않다. 전통의상 치파오 차림의 여종업원을 ‘샤오제’라고 한다. 식당 앞에 ‘자창차이(家常菜)’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창차이는 쓰촨요리나 후난요리처럼 특정한 지방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좁은 의미에서 말하면 자창차이는 바로 ‘상하이 음식’을 가리킨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는 한자의 의미 그대로 ‘가정에서 평소에 먹는 음식’을 가리킨다. 한국식으로 얘기하자면 ‘가정식 백반’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정말 ‘날음식’을 싫어한다.

전통적인 중의학 이론에 따르면 날음식은 위생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와 장에 좋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이론의 영향으로 중국인들은 음식을 날것으로 먹으면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그래서 중국 각 지방의 요리체계만 봐도 한국의 비빔밥처럼 날음식으로 된 요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육류나 해산물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각종 신선한 채소도 모두 익혀서 먹는다.

마지막 석식은 상하이 대표적 정원인 예원 거리에 있는 딤섬 전문점 ‘녹파랑(綠波廊)’에서 했다. 다양한 만두를 맛보았다. 하지만 루외루의 맛에는 조금 못 미쳤다.

중국에는 얼마나 많은 만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상하이에 오면 ‘난샹샤룽만터우’를 맛봐야 한다. 상하이 근교의 ‘난샹’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만들어 먹던 만두 종류다. 중국에서 만두 하면 소가 없는 주먹만 한 맨 빵을 의미한다. 상하이 사람들은 고기로 만든 찐빵을 광둥의 딤섬처럼 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크기로 만들어 먹는 습관이 있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소룡(小龍)만두’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만두의 크기가 작고 만두피가 얇아서 속에 들어간 내용물의 색깔이 훤히 비치기도 한다. 소룡만두는 대나무로 만든 작은 원형 찜통에 쪄서 손님에게 찜통째로 내는 것이 중국식 매너다. 만두를 먹을 때 약속이나 한 것처럼 육즙이 입안 가득 번졌다. 일행의 미소가 ‘폭죽’처럼 연발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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