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군위 위천 테마탐방로

  • 류혜숙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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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04   |  발행일 2015-09-04 제40면   |  수정 2015-09-04
한강 이남서 가장 맑았다는 위천 따라 군위의 초가을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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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령면 병수리의 구 병천교. 간동유원지가 있던 자리로 현재 이 일대에 테마파크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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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천 둑에 조성된 탐방로. 둑이 끊어진 곳에는 무지개다리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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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교 부근 데크 로드로 이어지는 위천 테마 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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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빼곡한 의흥면 이지리의 탐방로. 멀리 이지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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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댐. 2010년 완공된 것으로 위천의 최상류에 위치한다.


대추나무, 대단하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열매를 달고도 꼿꼿이 서 있다. 수확한 들깨들이 단을 이뤄 기대있다. 다리의 난간이든 담벼락이든 어디에든. 혹은 저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있다. 키 큰 수수는 모두 붉은 망을 뒤집어썼다. 베일을 쓴 귀족부인처럼 도도하다. 밭둑의 풀 베는 부지런한 사내 곁에서 달콤한 풀 향기가 진동한다. 들은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고, 이따금 포도밭이 보인다. 마을 입구에서 장한 느티나무들을 자주 만나고, 천을 가로지르는 오래되고 수수한 다리에 자주 눈길이 간다. 군위의 위천 변에 펼쳐져 있는, 군위의 초가을이다.

탐방로 길이 26.3㎞
군위읍에서 시작해
도로를 가로지르고
철길 아래를 지나고
벚나무길을 통과해
원산교서 끝나는 길

간동유원지 자리엔
테마파크 건설 한창

◆한강 이남에서 가장 맑았던 위천

군위의 젖줄, 위천. 낙동강의 제1 지류다. 군위의 동쪽 고로면에서 발원해 의흥면, 우보면, 효령면을 거쳐 달리다 효령면 병수리에서 남천(南川)과 합류한 후 군위읍 중앙을 북류해 종내는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위천에는 1급수에만 사는 쉬리, 버들치, 금강모치 등의 물고기들이 노닐었고 여름철 사람들이 즐겨 찾는 피서지로 이름 높았다. 당시에는 한강 이남에서 가장 맑은 천이라 했다.

90년대 들면서 위천 변 주변으로 돼지 축사가 하나 둘 들어섰다. 축산 농가는 점점 늘어나 군위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돼지 사육 두수를 자랑할 정도가 되었다. 그것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경제성장이 우선시 되던 그때는 축사에서 나오는 각종 폐수가 위천에 그대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그리 큰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다. 90년대 후반에는 군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위천의 모래를 파내 팔기도 했다.

골재 채취는 하천의 정화능력을 떨어뜨렸다. 폐수는 하천 바닥에 쌓이기 시작했다. 물은 썩어갔고, 물고기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2000년,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에야 사람들은 위천의 상황을 인식했다. 군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돼지사육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었다. 환경에 대한 의식과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고 2006년, 위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대단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오염원을 차단하기 위한 하수종말처리장을 완공했고,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을 설치했다. 또한 관내 가축 사육제한구역을 지정했으며, 천변에 있는 오래된 양돈 농가를 사들여 숲 공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물길을 따라 산책로도 만들었다. 군위읍 내량리에서 의흥면 원산리까지, 물길과 함께하는 26.3㎞의 길. 위천 테마 탐방로다.

◆위천 테마 탐방로

군위의 심장부인 군위읍에서부터 탐방로는 시작된다. 남쪽으로 향하는 길에는 돈사를 매입해 만든 도시숲과 체육공원, 아름다운 야경으로 사랑받는 사장교, 자전거길, 꽃길이 함께한다. 효령면 병수리의 병천교 부근에서 위천은 팔공산에서부터 달려온 남천과 합류한다. 병천교 부근은 옛날 간동 유원지가 있던 곳이다. 천이 병들면서 쇠락했던 간동 유원지는 지금 위천 테마파크 조성으로 부산한 모습이다. 강수욕장, 물놀이장, 야외테마식물원, 산림휴양원, 생태수목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 한다.

공사로 잠시 통행을 막아놓은 탐방로는 잠시 후 천변의 둑을 따라 이어진다. 둑길이 끊어진 자리에는 무지개다리가 놓여 있다. 아직 따끈한 9월의 볕살이지만, 바람에는 서늘함이 있다. 물은 흐르는 것인지 멈춰 있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천변에는 갈대나 잡풀들이 무성하다. 푸른 잎 덩굴들이 둑으로 기어올라 있다.

오천리 오천교 부근의 탐방로는 천과 도로가 팔짱을 낀 데크 로드다.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 장사진(張士珍) 장군을 기리는 사당도 만난다. 탐방로는 의흥면으로 향하는 919번 지방도를 만나고 헤어지기를 거듭하며 나아간다. 도로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중앙선 철길 아래를 지나기도 한다. 군데군데 쉼터도 있고, 벤치도 있다. 아름드리 벚나무가 빼곡한 길이 이어지면 탐방로는 막바지에 접어든다. 엄하고 단순하고 아름다운 이지교를 지나 잠시 후 원산교에서 길은 끝이다. 오던 길을 돌아본다. 거기 천변에는 군위의 초가을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위천의 최상류, 고로면 군위댐

위천의 최상류에는 군위댐이 자리한다. 2004년 착공해 2010년 말에 완공된 댐은 낙동강 하류의 홍수를 방지하고 군위, 의성, 칠곡에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30만명이 먹을 수 있는 물이라 한다. 댐 건설로 인곡리, 장곡리, 학성리, 괴산1리와 고로초등, 고로중학교가 수몰되었다. 댐 사면은 수몰지 주변의 자생 수목으로 녹화했다. 야생 동물들이 댐의 좌우를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통로도 만들었다. 수위변동으로 물고기들의 서식 환경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구간에는 부유식 산란장을 설치했고, 수질보전을 위한 인공습지와 수질 저하 예방을 위한 물 순환장치도 설치했다. 댐 건설에 있어서 생태계의 보전은 중요했다.

이곳은 외지고 평화롭고 깨끗하다. 안온한 느낌도 감돈다. 호수의 수위가 낮다. 물 속 마을이 보일까 자세히 들여다보지만, 호수에는 하늘만 잠겨 있다. 군위댐은 위천을 제어한다. 빠르게 또는 느리게, 풍성하게 또는 가난하게. 탐방로는 의흥면에서 끝나지만 위천의 상류를 향해 계속 달려오면서 그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 호수까지 혹은 그 너머까지.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위천테마탐방로는 총 26.3㎞. 군위읍의 생활체육 공원을 시작점으로, 의흥면 원산교를 끝점으로 생각하면 쉽다. 중앙고속도로 군위IC 에서 내려 군위읍의 체육공원까지 북향하거나, 5번 국도가 지나는 병천교에서 오천리 오천교까지, 이지리 부근의 벚나무 길 등 짧은 구간을 접해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의흥면에서 28번 국도로 남향하다 화수삼거리에서 좌회전해 908번 도로를 타고 계속 가면 군위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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