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영양고추 서울 정복

  •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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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17   |  발행일 2015-09-17 제30면   |  수정 2015-09-17
[취재수첩] 영양고추 서울 정복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서울시청 광장에서 영양의 매운 고추장터가 열렸다. 2007년부터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핫페스티벌(H.O.T festival)은 올해 9년차로 그 절정을 이루었다. ‘청정자연의 선물, 영양고추에 빠지다’란 슬로건으로 서울시민 30만명의 발길을 붙잡았다.

H.O.T festival은 서울, 경기 수도권 시민들에게 우리 고유의 먹거리와 신선한 농산물을 보여주고 영양군의 자랑거리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H.O.T festival은 Health, Origin, Taste의 앞머리를 따서 조합한 말로 건강하고 맛있는 우리 먹거리를 의미한다.

이번 축제에는 붉은 고추 상징물들이 시청 광장을 수 놓았으며 영양의 푸근한 인심과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등으로 어느 시골 5일장보다 더 흥겨운 분위기에 서울 시민들이 흠뻑 취했다고 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고추 단일 품목으로 서울광장에서 축제가 개최된 것은 영양고추가 처음이다. 이 같은 흥행은 영양군의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그 계기가 되었다. 그 이전 영양읍내에서 머물던 고추축제를 직접 전국의 소비자를 찾아가는 행사로 그 범위를 넓혔던 것이다. 당시 기초자치단체에선 엄두도 내지 못할 때 육지속의 섬, 오지의 대명사로 불렸던 영양군이 시작한 것이다. 둥지를 떠나 세상 맛을 본 고추는 날개를 달고 더욱 날아 오르고 있다. 서울 광장 고추축제의 영향은 다른 지자체들도 시청 앞마당 행사를 잇따라 기획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올해 축제 3일동안 30여만명에 이르는 관람객들이 방문했으며, 35억여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TV광고, 프로그램 PPL 및 신문보도 등으로 300억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행사 이후 직거래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수치상으로 성과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 영양군의 설명이다.

이번 축제의 또다른 성과는 영양고추유통공사와 영양농협, 남영양농협 등 52개 단체와 농가가 참여해 우수한 품질의 고춧가루와 고추를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했다는데 있다. 9번의 축제를 거치면서 소비자들이 믿고 구입하는 길을 터 놓았으며, 시민들이 가을이 되면 오히려 영양고추축제를 기다리곤 한다.

물론 성과를 거두기까지 초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재정이 열악한 영양군이 서울에서 대규모 축제를 개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행사의 내용과 성격상 서울시민들 관심을 끌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권영택 영양군수와 영양군민, 영양군공무원, 재경향우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더해 해가 거듭될수록 노하우가 쌓이면서 오늘의 성과를 일궈냈다.

영양고추는 이제 서울을 넘어 세계를 향하고 있다. 2004년 3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설립한 영양고추유통공사는 국제규격에 맞는 고품질 고춧가루를 생산하고 있다. 2007년 100만불 수출을 시작으로 점차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영양고추의 이러한 우수성과 차별화는 곧 생산 농민들의 소득증대와도 직결되고 있다. 국내 우수한 판로확보는 물론, 수출을 통해 영양고추의 세계화로 경제위기 극복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영양군의 끊임없는 변신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만하다.

배운철기자<2사회부/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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