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 돌멩이는 ‘생명력’의 또다른 이름이었다…이자규 시인 ‘돌과 나비’ 출간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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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30   |  발행일 2015-09-30 제23면   |  수정 2015-09-30
익숙한 것에 대한 재발견 담아
길가 돌멩이는 ‘생명력’의 또다른 이름이었다…이자규 시인 ‘돌과 나비’ 출간
첫 시집 ‘우물 치는 여자’ 이후 7년여 만에 둘째 시집 ‘돌과 나비’를 펴낸 이자규 시인.

“같은 것과 다른 것의 역설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일상처럼 마주하는 것들의 물성을 시의 언어로 정리하고 싶었다고 할까요.”

이자규 시인의 둘째 시집 ‘돌과 나비’(서정시학)는 익숙한 것들에 대한 재발견이다. ‘왁자지껄함 속에서 고독을 느끼고, 조용함 속에서 꽉 차 있음을 느낀다’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자신만의 예민한 촉수로 견지한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물과 대상을 시적 언어로 꿰뚫고 있다.

2001년 등단한 시인은 7년 만인 2008년에 첫 시집 ‘우물 치는 여자’를 냈다. 이후 다시 7년이 흘러 이번 시집을 발간했다. 첫 시집이 시가 뭔지도 모른 채 마음 가는 대로 쓴 것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극서정의 큰 틀 아래 한편 한편을 정리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길가에 무심하게 내던져진 돌멩이 하나에 집중했다. 돌멩이는 시인에게 ‘생명력’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오톨도톨 돌기가 허기를 두레질할수록 삼엄한 고요가 온다, 와선 풀잎의 수상한 숨소리까지 귀 샘을 파고들어 독으로 익어갈 즈음// 날 저물고 있다, 사방 어두워지자 살아나는 눈초리에 쌍불 켜고 번득이는 찰나 휘익, 검은 점을 향하여 순식간이다 침묵 덩어리 날아오르는 돌// 나는 놈 위 뛰는 놈의 야행성, 파리를 삼킨 돌이 밤의 색깔로 포복한 채 서서히 몸을 움직인다’(‘돌이 난다’ 일부)

수년 전 병원에서 남편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망연자실한 그녀의 맘을 알았는지 하늘에서 억수같이 소나기가 퍼붓고 있었다. ‘땅이 하늘이었다’며 시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땅이 하늘이었다 물방울 안의 우주/ 나뭇가지 끝 거꾸로 도는 피/ 미친개의 발의처럼 어둠이 바람을 안고 저토록/ 차디찬 표면장력으로 투명해지기까지/ 앙상한 너와 목마른 내가 서로 껴안고 한 몸이었을 때/ 아득한 벼랑의 힘 또 한세상을 적시고 있다’(‘공중 우물’ 전문)

해설을 맡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유성호 교수는 “이번 시집은 한결같이 역동적이고 생성적인 서정의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삶에 대한 지극한 긍정과 성찰의 과정을 담고 있다”며 “등단 15년을 넘어서는 그녀의 시력을 성숙과 초월의 양쪽에서 추동해가고 있다고 할 것”이라고 평했다.

글·사진=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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