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로 본 명당] 성주 월항 태실 입지, 주산 선석산 용맥이 끊어지지 않고 여기맥이 좌우로 포근히 감싸 어머니 품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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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2   |  발행일 2015-10-02 제36면   |  수정 2015-10-02
[박재락의 풍수로 본 명당] 성주 월항 태실 입지, 주산 선석산 용맥이 끊어지지 않고 여기맥이 좌우로 포근히 감싸 어머니 품 같은 곳

지자체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각종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다. 경북지역에서도 지난달(9월11일 경북대·영남문화연구원)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기획학술대회가 열렸다.

성주군은 조선초기 태실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가장 넓은 입지에 태실이 보존된 지역이다. 특히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이 있는 월항면의 태봉입지는, 당시 풍수에 조예가 깊은 세종대왕에 의해 선정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월항면 인촌리 선석산(禪石山·해발 742m) 아래의 태봉(胎峰·해발 250m) 정상에 소재하며 세종 20년(1438)에서 24년(1442)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세종대왕의 적서(嫡庶) 18왕자 중 큰아들인 문종(文宗)을 제외한 17왕자의 태실과 원손(元孫)인 단종(端宗)의 태실 등 모두 19기가 있다. 이곳 태봉에는 원래 성주이씨의 중시조(中始祖) 이장경(李長庚)의 묘가 있었는데, 왕실에서 태실을 쓰면서 그의 묘를 옮긴 후 태를 안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대왕자 태실은 사적 제44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생명공원으로 지정되어 10월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곳 태실의 입지는 당시의 왕명에 의해 생명존중사상이 적용된 곳이므로 어떠한 풍수지리적 형식논리를 갖춘 공간인지 살펴보자.

태실의 주산을 이룬 선석산은 백두대간맥에서 분맥한 금오지맥이 수도산(1천317m)을 세우면서 북으로 용맥을 뻗어가다가 좌선을 하면서 기봉한 뒤, 중심룡맥이 태봉을 세우도록 큰 역량을 갖춘 산세다. 즉 태를 잉태할 수 있도록 용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온 곳을 의미한다. 그리고 주산의 여기맥은 다시 좌우로 크게 개장하면서 좌청룡과 우백호를 형성하여 태봉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이러한 지세는 어머니 품에 포근히 안온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생명체의 공간을 형성한 것을 뜻한다. 또한 전면에는 태봉의 지맥이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지당(池塘, 인촌지)을 이루는데, 풍수적으로 안산을 대신한 물주작이 형성한 것이다. 즉 생명의 근원인 물이 존재하고 있는 공간이므로 생기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양수가 머물고 있는 공간을 말한다.

태반은 어머니의 자궁에 자리하는데 자궁 속의 태아는 탯줄에 의해 엄마로부터 생명의 기를 공급받게 된다. 이처럼 부모의 태반은 생명체를 낳고 키워주듯이, 이러한 태반이 묻힌 자연공간은 모든 생명체의 1차 태반인 것이다. 산은 살아있는 유기체이므로 태봉입지는 풍수적으로 생기가 오래도록 분출될 수 있도록 혈장을 갖춘 명당공간이다. 따라서 생명체를 잉태한 태봉은 현무봉과 좌우사격에 의해 감싸안은 지세를 이루는데 생기는 오래도록 태실의 공간에 머물게 한다. 또한 바람에 의해 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완벽한 사신사를 갖추어 장풍국 입지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태실의 입지는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도록 명당지세를 갖춘 곳이 되므로, 지금까지도 훼손되지 않고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작금에 와서 성주군에서 추진중인 태실공간의 세계적인 문화유산 등재는, 생명잉태의 소중한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생명존중사상에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풍수지리사상에 의한 입지선정이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생명존중사상에 근거한 태봉입지야 말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유산이므로 반드시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학술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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