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보험금 때문에 과잉진료…보험 역기능 우려

  • 천윤자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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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7   |  발행일 2015-10-07 제12면   |  수정 2015-10-07
[시민기자 세상보기] 보험금 때문에 과잉진료…보험 역기능 우려

추석날 입원을 하다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명절증후군이란 말은 남의 말로 들었다.

4형제에 셋째 며느리로 손윗동서가 둘, 아랫동서까지 서로 일을 분담하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바빠서 자주 보지 못하는 부모 형제를 만난다는 생각에 들뜨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더욱이 올해는 장조카가 쌍둥이를 낳았고, 둘째 조카도 아들을 낳아 데리고 온다지 않는가. 새로 태어난 아이들을 맞이하자니 기쁨이 두 배가 되는 듯했다.

그런데 추석을 이틀 앞둔 날 얼굴이 가렵기 시작했다. 이마 쪽이 불그레하고 자꾸 손이 갔다. 알레르기다 싶어 동네 피부과에 갔더니 대상포진이란다. 주사를 맞고 5일 치 약 처방을 받아왔다. 병원도 연휴에 들어가니 걱정이 되었지만 약만 잘 챙겨 먹으면 될 줄 알았다.

추석 전날은 보건진료소에서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환부가 옆으로 번져가며 상태가 심상치 않다. 오른쪽 눈 주위가 포진으로 덮였다. 두통과 함께 환부의 통증까지 오기 시작했다.

추석날, 환부를 가리기 위해 이마를 덮는 모자를 쓰고 시댁으로 갔다. 차례를 지내고, 아침을 먹으면서도 통증 때문에 힘들었다. 진통제라도 맞아야겠다는 생각에 응급실에 갔다.

의사가 상태를 보더니 입원치료를 하란다. 링거를 두 개씩 달고, 환자복을 입고 5인실 침상에 누웠다. 좌우를 둘러보니 나와 똑같은 옷을 입은 환자라고 부르기엔 너무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입원한 지 오래되었는지 서로들 친한 것 같다. 환자 보호자는 앞 병상의 어르신뿐이다. 그들에 비해 중환자 같은 나는 자꾸 신경이 쓰였다. 저들은 어디가 아플까 궁금했지만 물어보기도 조심스러웠다. 오가는 대화를 들으니 교통사고 환자 같았다. 회진을 온 의사와 옆 침상의 환자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들렸다. 우리 병원에서 할 검사는 모두 했고, 소견상 더 이상 입원할 필요가 없으니 퇴원하라는 의사의 말에 환자는 여기저기 아파서 퇴원을 할 수 없단다.

며칠이 지나 상태가 호전되면서 침상에서 일어나 병원 주변을 둘러봤다. 팔에 깁스를 한 환자,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 환자 등 모두 교통사고 환자다. 병원 입구에는 보험처리를 대행해 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해 보험이란 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보험금 때문에 과잉진료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실비보험이 일반화되면서 조금만 아프면 병원을 찾고, 단순한 감기로도 입원을 한다니 보험의 역기능이 우려된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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