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가 답이다 .1] 왜 밥상머리교육인가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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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8   |  발행일 2015-10-08 제14면   |  수정 2015-10-08
버릇 없는 사회…‘건강한 인성 되찾기’ 첫걸음은 조기예절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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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밥상머리 교육의 강사로 나선 임영주씨가 밥상머리교육 체험에 나선 가족들에게 밥상예절을 알려주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할배 할매의 날 가족공동체 회복운동>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요리사가 나오고, 잘 차려진 밥상이 나온다. 바야흐로 ‘셰프 전성시대’다. 너도나도 요리를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집 안에서는 ‘좋은 아빠 요리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주부 9단 엄마’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사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맛있는 요리보다 훨씬 중요한, 우리 밥상의 역할이다. 예로부터 우리의 밥상은 아이들 예절교육의 장이자 가장 기초적인 인성교육의 장이었다. 오죽했으면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하지만 요즘 부모들이 밥상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관심을 잃은 탓에 우리 아이들의 인성도 메말라가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다’라는 푸념까지 들린다. 이에 경북도는 우리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무너진 동방예의지국의 아성을 되찾기 위해 밥상머리 교육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의 밥상머리 교육 사업의 성과 등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밥상머리교육 실천지침
 일주일에 두번이상 ‘가족식사의 날’을 가진다.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함께 모여 식사한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먹고 함께 정리한다.
 TV는 끄고, 전화는 나중에 한다.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먹는다.
 하루 일과를 서로 나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식의 열린 질문을 던진다.
 부정적인 말을 피하고 공감과 칭찬을 많이 한다.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경청한다.
 행복하고 즐거운 가족식사가 되도록 노력한다.
 <경북도 제공>


#1 지난 8월30일 오후 8시50분쯤 대구시 수성구의 한 빌라 안으로 A군(15)이 들어섰다.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던 앳된 얼굴의 그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둔기 하나를 쥐고 있었다. A군은 어떤 집의 초인종을 누른 뒤, 문을 열고 나온 40대 남성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쳤다. 이 사고로 40대 남성은 병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사연은 이렇다. 평소 친구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A군이, 친구를 해하려 집을 찾았다가 그를 만나지 못하자 홧김에 집 밖으로 나온 친구 아버지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다. A군에게 친구의 아버지는 더 이상 예의를 차려야 할 어른이 아니었다.


#2 이보다 더한 막장 드라마는 지난 5월 전북에서 펼쳐졌다. 5월23일 오전 4시30분쯤 전주시 완산구의 한 길가에서 B군(19)이 새벽운동에 나선 70대 노인과 어깨를 부딪혔다. 상식선에서는 B군이 노인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B군은 노인에게 치료비를 요구한 것도 모자라,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노인의 얼굴을 수차례 내리쳤다. 심지어 노인을 무릎 꿇리고 큰절까지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핵가족화로 젊은세대 인성 ‘황폐화’
만 10∼14세 강력범죄 갈수록 늘어

집안에서 소양·예의범절교육 절실
조선시대 식시오관 등 좋은 본보기
가족 식사시간 대화도 중요한 역할

禮의 고장·정신문화의 수도 경북도
청소년 대상 ‘밥상머리 시책’ 앞장

귀로 듣고도, 눈으로 직접 보고도 의심스러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하극상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어른 공경과 예의범절 등의 유교적 문화가 자취를 감추면서, 사회 구성원들은 조기예절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가장 훌륭안 대안이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다.

이쯤 되면 ‘의와 예의 고장’ ‘선비의 고장’ ‘정신문화의 수도’라고도 불리는 경북도가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경북도는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 청소년들의 인성회복을 목표로 할매할배의 날 제정과 함께 밥상머리 교육 확산 운동 등의 야심 찬 시책을 가동하고 있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요. 한마디로.”

‘요즘 애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이 내뱉는 푸념이다.

세대 간의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져가고 있다. 여기에는 기성세대의 보수적 성향도 일부 작용하지만, 전문가들은 ‘핵가족화가 가속되면서 젊은 세대들의 인성이 왜곡되고 황폐화됐다’는 진단과 함께 우려감을 표한다.

젊은 세대들의 예의에 벗어난 행동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막 인성을 갖춰나가기 시작하는 소년들의 비행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과 강도, 강간, 방화 등 4대 강력범죄를 저지른 10대가 최근 4년간(2011~2014년) 1만3천84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소년들이 하루 평균 9건의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 중 흉악범죄로 분류되는 살인이 90건이고, 방화는 1천29건이나 된다. 또 강도는 3천131건, 강간은 9천596건으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더한 문제는 10대 강력범죄 중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연령대인 ‘촉법소년’(만 10~14세)에 의한 범죄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촉법소년의 강력범죄는 2011년 363건, 2012년 432건, 2013년 413건, 2014년 47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10대 강력범죄 중 촉법소년에 의한 범죄 비중도 2011년 10.1%, 2012년 11.7%, 2013년 11.85%, 2014년 15.4%로 매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의 경우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고 있어 재범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별도의 대책이 요구된다. 집안에서의 기초적인 소양교육이라든지 예의범절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기본적으로 인성을 형성할 나이에 교육이 잘 이뤄진다면, 이 같은 범죄가 줄어들 것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법은 밥상머리 교육에 있다

전문가들은 무너진 동방예의지국의 아성을 되찾는 것에 대해 과거 조선시대와 해외 사례를 들면서 ‘밥상머리 교육’이 해답이라고 언급한다.

우선,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에서 지켜오던 식사예법 중에는 ‘식시오관(食時五觀)’이라는 것이 있다.

식시오관의 내용은 △음식에 들어간 정성을 헤아림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성찰 △입의 즐거움과 배부름을 탐하지 않음 △음식이 약이 되도록 골고루 섭취 △인성을 갖춘 후에야 음식 섭취 등이다.

옛 어른들은 식사 때마다 이 같은 다섯 가지 마음가짐을 아이들에게 갖게 해 먹을거리를 귀하게 여기도록 했고, 자연스레 세상 이치와 예의범절에 대해 알려줬다.

자식교육 잘 시키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유대인들에게도 밥상은 중요한 예의교육장이다.

유대인들은 밥상머리에서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쳐 주는 대신에 절대로 다그치는 일이 없다고 알려졌다. 인간생활의 가장 기본적 행위인 식생활에서 아이들을 존중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예의에 대해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는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하버드대학교의 캐서린 스노 교수는 연구 결과(1980년)를 통해, 아동의 언어발달에 가족 식사시간의 대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컬럼비아대학교 약물오남용 예방센터의 연구(2010년)에 따르면, 높은 학점을 받는 학생일수록 주당 가족과의 식사횟수가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대로, 가족과 식사를 자주 하지 않는 청소년들은 흡연과 음주, 마약 비율이 현저히 높았다.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밥상머리 교육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김종수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선비의 고장, 정신문화의 수도 경북이 동방예의지국의 명성을 되찾는 데 앞장서겠다.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올바른 인성을, 가정에는 화목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할배할매의 날
TV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요리사가 나오고, 잘 차려진 밥상이 나온다. 바야흐로 ‘셰프 전성시대’다. 너도나도 요리를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집 안에서는 ‘좋은 아빠 요리사’가 되기를 희망하고, ‘주부 9단 엄마’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사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맛있는 요리보다 훨씬 중요한, 우리 밥상의 역할이다. 예로부터 우리의 밥상은 아이들 예절교육의 장이자 가장 기초적인 인성교육의 장이었다. 오죽했으면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하지만 요즘 부모들이 밥상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관심을 잃은 탓에 우리 아이들의 인성도 메말라가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다’라는 푸념까지 들린다. 이에 경북도는 우리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무너진 동방예의지국의 아성을 되찾기 위해 밥상머리 교육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의 밥상머리 교육 사업의 성과 등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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