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창업 성공학 개론 .1] 코리아센터닷컴의 김기록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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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8   |  발행일 2015-10-08 제15면   |  수정 2015-10-08
“변화무쌍한 시장서 살아남으려면 ‘정주영 공법’ 같은 직관 필요”
(데이터·논리에 기반한 경제적 합리성보다 창의성에 근거한 초합리적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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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록 코리아센터닷컴 대표가 사무실에 전시된 건담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코리아센터닷컴은 도서관 등 임직원들의 창의성 진작을 위해 사내에 다양한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젊은 인재의 창업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이 최근 발표한 대구·경북지역 54개 대학의 창업 인프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5개 대학이 창업휴학제도를 도입 중이며, 38개 대학에서 283개의 창업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대학의 창업 동아리는 437개, 회원 수는 5천242명으로 2012년에 비해 각각 270%, 126.6% 증가했고,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창업 분야는 소프트웨어(SW)·모바일 등 지식서비스업(47.9%)으로 조사됐다. 영남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지역 출신의 성공한 IT 창업가를 차례로 만나 성공비결과 경영철학을 들어본다.


쇼핑몰솔루션·배송대행서비스로
15년 만에 직원 500명 매출 500억
해외직구시장 개척자로 이름 날려

직원들 좋은 아이템 무조건 실행
직접 부딪치면서 전략·전술 수정
이때 학습한 것은 조직원과 공유

부서 간 경쟁보다 소통을 중시해
사업별 아닌 직무별로 팀 꾸리고
사장실 없이 아무 곳에서나 일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주영 공법’과 같은 초합리적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초합리적 의사결정이란 계량적 데이터와 논리적 의사결정에 기반한 경제적 합리성을 뛰어넘어 직관·창의성에 근거한 판단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선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끊임없이 변신하며 시장 변화를 몸으로 느껴야 합니다.”

대구 출신으로 경신고를 졸업한 ‘코리아센터닷컴’의 김기록 대표는 해외직구(직접구매)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2000년 3명의 직원을 데리고 창업해 15년 만에 직원 500여명, 연매출 500억원의 중견기업 코리아센터닷컴을 키워냈다. 국내 최초로 전자상거래 통합 솔루션 ‘메이크샵’을 선보인 데 이어 ‘몰테일’을 설립해 해외직구 배송 대행 시장에 최초로 기업화를 시도했다.

지난 1일 서울 금천구 코리아센터닷컴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합리성을 뛰어넘는 사업가의 감각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직구 사업 탄생 배경

김 대표는 “코리아센터닷컴은 2000년 ‘메이크샵’이라는 임대형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해왔다. 쇼핑몰 구축부터 운영, 마케팅 서비스까지 제공해주는 모델로 사업을 확장했고 가입자 35만명, 운영 쇼핑몰 수만 3만여개에 달하는 안정적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쇼핑몰 구축 관리 솔루션 지원 사업인 메이크샵은 1990년대 후반 향수 쇼핑몰을 운영했던 내 경험이 반영됐다”며 “나처럼 쇼핑몰을 운영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게 메이크샵"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외직구사업 탄생과 관련해 “메이크샵 입점 쇼핑몰에 해외 수출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2007년 미국에 자회사인 ‘메이크샵앤컴퍼니’를 세웠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 내수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업 생존이 위험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바로 ‘해외직구 사업’”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당시 금융 위기로 미국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 현지 브랜드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이에 미국 시장에서 값싸게 팔리는 의류, 신발 등의 제품을 국내에 싸게 배송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2009년 8월 몰테일의 배송대행 서비스가 탄생하게 됐다.

그는 “2009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8월 ‘몰테일’이라는 해외배송대행사이트를 오픈한 후 본격적인 해외직구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금융위기라는 예측 못한 리스크를 맞아 살아남아야겠다는 절박함이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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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으로 디자인된 사무실에서 코리아센터닷컴 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생존비결은 빠른 의사결정과 정보공유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경영학에선 현대 시장 환경을 ‘격동의 장’이라 부른다. 변화가 너무 빠르고 다양해서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시장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직원들과 대화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무조건 추진하는 편이다. 시장에 직접 부딪치면서 전략과 전술을 끊임없이 수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아이템이 있으면 일단 실행하면서 시장을 온 몸으로 느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습한 것을 조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시장은 빨리 변한다. 따라서 공유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조직이 작아야 한다. 의사결정도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코리아센터닷컴의 연매출은 500억원이다. 가산디지털단지 본사 직원만 300명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지사 직원까지 합치면 500명이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사업별로 팀을 구성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여전히 직무별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업별 조직은 산출물 중심의 조직이다. 예를 들어 쏘나타 부서, 그랜저 부서, 아반떼 부서로 조직이 구성되는 것이 사업별 조직이다. 이렇게 되면 오너는 좋다. 왜냐하면 부서 간 경쟁이 촉발돼 매출이 큰 폭으로 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직은 부서 간 경쟁이 심해 부서 내 의사소통은 잘 되지만, 부서 간 의사소통은 잘 되지 않는다.

◆산업 생태계 구축이 목표

김 대표는 “격동하는 시장 환경에서 성장이란 변화다.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에서 변화란 적응이다.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살아남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현장을 잘 아는 직원들이 언제든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한다”며 “샤워를 하거나 내 생각과 같은 책을 읽을 때 아이디어가 정리되곤 하는데, 이게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직원 및 사람과의 소통 그리고 현장에서의 경험 등이 축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센터닷컴에는 사장실이 없다. 김기록 대표는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사장실 없이 아무곳에서나 일을 한다. 대신 팟캐스트 방송을 녹음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있다.

또 경기도 파주에는 문화공간 ‘영감센터’와 ‘아트스페이스’를 만들었다. 영감센터는 메이크샵에 입주해 운영을 하는 쇼핑몰 대표들을 위한 공간으로,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와서 영감을 얻기 위해 쉬다 갈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자 “베스트컴퍼니가 아니라 스테디컴퍼니”라면서 “우리 회사가 계속 자가 발전해 나가며 하나의 산업과 생태계를 파생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다. 반짝하고 떠올랐다 없어지는 것이 아닌, 하나의 영역을 유니크(독특)하게 추구하는 회사로 남고 싶다”며 웃었다.

글·사진=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 김기록 대표의 성공 노하우
 직관·창의성에 근거한 초합리적 의사결정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 새로운 시장 개척
 작은 조직과  정보공유
 사장실이 없다. 현장과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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