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파스텔의 가을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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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9   |  발행일 2015-10-09 제40면   |  수정 2015-10-09
런웨이에선 트렌드…쌀쌀하고 생소해도 좋다 “나는 파스텔”
[정미화의 패션스토리] 파스텔의 가을 반란

동서양의 음식이 한 접시에 담겨 조화를 이루고, 과거의 클래식 음악에 현대판 랩을 접목한 노래가 음반 차트의 상위권에 오르는 요즘은 세계적으로 ‘경계 허물기’가 유행인 듯하다. 이는 문화, 예술, 과학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퓨전’ 또는 ‘컴바인’ 등 융복합을 의미하는 단어가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하나의 트렌드로 퍼져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IT 기업의 창립자 고(故) 스티브 잡스는 살아생전 늘 융합을 강조했고, 다수의 사회전문가 역시 급변하는 사회에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키워드로 융복합을 꼽았다. 다시 말해 융합은 성장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 셈이다.


패션계 또한 이러한 영향을 많이 받는 듯하다. 신속한 변화와 진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야인 만큼 오히려 아주 오래전부터 이를 시도해왔다. 건축, 미술, 음악 등 다른 분야와의 협업은 이미 진부한 주제가 되었으며, 얼마 전 부터는 ‘젠더리스’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성의 경계점을 넘나드는 작업까지 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계절의 경계를 넘나드는 또 다른 모험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봄/여름 시즌의 대표적인 컬러라고 여겨져 왔던 파스텔컬러를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 적용한 것이다. 쌀쌀해져만 가는 날씨에 파스텔컬러. 조금 생소하기도 하지만 이번 시즌 런웨이를 통해 트렌드 컬러로 등장하고 있는 파스텔컬러를 어떻게 활용할지, 그 방안을 모색해보자.

◆ 비슷한 계열=비슷한 계열의 파스텔컬러를 한데 아우르는, ‘톤온톤’ 매치 법은 아마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프라다는 핑크 컬러 재킷에 피치 컬러 팬츠를 더해 조화로운 컬러 연출법을 선보였다. 또한 이탈리아 도시여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브랜드인 막스마라는 안경, 니트, 스커트, 그리고 펌프스 등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든 아이템을 채도가 다른 파스텔 블루톤으로 통일하면서 화사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스타일을 연출하였다. 평소 컬러를 매치하는 데 있어 자신감이 부족하다면 톤온톤 매치법을 활용해보자. 그렇다고 너무 같은 색상의 파스텔컬러로 매치하는 것은 오히려 촌스러워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하자.

◆ 남성적 실루엣=일반적으로 파스텔 컬러는 ‘러블리함’ 또는 ‘여성스러움’을 상징한다. 파스텔 컬러가 지니고 있는 그러한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파스텔 컬러를 꺼리게 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조르조 아르마니와 로에베 등 다수의 컬렉션에서는 매니시 무드를 연상시키는 남성적인 실루엣의 아이템을 선보임으로써, 파스텔컬러를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낙낙한 더블 버튼 재킷에 팬츠는 파스텔이 가지고 있는 여성성의 수위를 낮추면서도 개성 넘치는 매력까지 갖추었다.

◆ 애니멀 패턴=매해 가을/겨울 시즌이면 등장하는 패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애니멀 패턴이다. 지브라, 레오퍼드, 파이톤 등 다소 강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이들은 이번 시즌, 파스텔을 만나 사랑스럽고 부드럽게 변모했다. 이는 기존의 애니멀 패턴 그 자체보다는 더욱 다채롭게 만끽할 수 있다는 뜻. 파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연출하는 디올의 롱드레스는 은은한 파스텔 핑크에 지브라 패턴을 더해 과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선사했고 끌로에는 도시적인 느낌의 셔츠와 스키니 스카프, 그리고 레몬 컬러의 파이톤 프린트의 가죽 소재 원피스를 매치함으로서 1970년대를 연상시키는 레트로 스타일을 센스 있게 연출하였다. 막스마라 또한 겨울의 상징인 레오퍼드 프린트에 파스텔 옐로 컬러를 접목시킨 코트를 선보여 레오퍼드가 가지고 있는 강인함을 중화시켰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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