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속 드러난 폴크스바겐 국내엔 12만대 팔았다는데…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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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10 07:54  |  수정 2015-10-10 09:55  |  발행일 2015-10-10 제12면
■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태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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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완성차 그룹 폴크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문제의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단 디젤차는 전 세계에 1천만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 판매된 차량도 폴크스바겐 브랜드 9만2천대, 아우디 브랜드 2만8천대 등 모두 12만대로 파악된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 1위를 달리던 폴크스바겐은 이번 사태로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쌓아올린 브랜드 가치 추락은 물론 리콜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향후 세계 각국에 천문학적 액수의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각국 소비자들의 민사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은 당분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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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 전세계 10여종 950만대 배출가스 조작장치 달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각) 폴크스바겐 그룹이 미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사 디젤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검사를 통과했다며 폴크스바겐 제타·비틀·골프·파사트, 아우디 A3 등 5종의 디젤차 48만2천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이후 전세계 각국에서 폴크스바겐 디젤차 전반에 대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것이다. 최초 조작이 의심되는 차량만 해도 전세계 10여종, 1천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독일 정부는 곧바로 폴크스바겐 그룹을 대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섰다. 독일뿐 아니라 미국과 우리나라 등도 자체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폴크스바겐의 CEO 마르틴 빈터코른은 지난달 25일(독일 현지시각)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이후 폴크스바겐의 새 CEO가 된 마티아스 뮐러는 지난 6일 “전세계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조작된 폴크스바겐의 디젤차는 모두 950만대로 최종 집계됐다”며 “문제의 차량에 대한 리콜과 수리를 내년 1월부터 시작해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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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 저감장치 사용시 연비 하락…실주행땐 작동 안해

이번에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의 차량은 모두 디젤 차량이다. 가솔린 엔진을 단 차량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왜 폴크스바겐의 차량 중에서 디젤 차량만 문제가 됐을까. 통상적으로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힘이 좋고 연비가 높으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도 덜 배출한다. 최근 완성차 업계가 앞다퉈 디젤 차량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디젤 엔진에도 치명적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다. 질소산화물은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다. 또 오존 생성과 스모그, 수목 고사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도 인체의 혈관과 폐 등에 침투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전세계 각국에서는 디젤차의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배출가스 기준은 크게 미국과 유럽(EURO) 기준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유럽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런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디젤차의 핵심장치가 바로 ‘배출가스 저감장치’다. 그러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달 경우 엔진에 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연비와 출력 면에서 일부 손실이 불가피하다.

미국 EPA는 폴크스바겐이 실험실 환경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켜지고, 실주행 때는 이 장치가 꺼지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배출가스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실주행 시에는 미국 기준(0.44g/㎞)의 15~35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 기준을 억지로 맞추면서 실주행시 연비와 출력 손실을 막기 위해 엄청난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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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 국내 골프 1만5천여대 등 리콜 내년 1월 이후 예상

폴크스바겐의 디젤차 중에서 문제가 된 차량은 EA 189 타입 엔진(1.6TDI·2.0TDI)을 단 모델이다. 이 엔진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용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것이다. 폴크스바겐 코리아와 아우디 코리아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 판매(9월30일 기준)된 차량 중 EA 189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모두 12만대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폴크스바겐은 폴로 2천635대, 골프 1만5천965대, 제타 1만500대, 더 비틀 2천986대, CC 2.0 TDI 1만4천568대, 티구안 2만6천76대, 파사트 1만8천138대, 시로코 R-Line 885대, 골프 카브리오 490대 등 모두 9만2천247대다. 아우디는 A4 8천863대, A5 2천875대, A6 2.0 TDI 1만1천859대, Q3 2천535대, Q5 2.0 TDI 2천659대 등 모두 2만8천791대다.

폴크스바겐 코리아와 아우디 코리아는 지난 8일 사과문을 통해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고객들에게 사과하고 리콜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리콜 시기는 내년 1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조만간 차대번호를 통해 고객들이 배출가스 조작 차량 해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마이크로 사이트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도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지난 6일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와 함께 서울과 인천, 경기 일대의 도로에서 폴크스바겐 디젤차 실주행 검사를 실시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배출가스 인증시험 상황을 가정한 실내 검사를 완료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실내 검사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모든 조사 차량의 배출가스가 기준치(EURO 5·6) 이내로 측정됐다”며 “만약 실주행 검사 결과 미국에서 처럼 배출가스가 기준치 이상으로 측정될 경우 폴크스바겐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기술적으로 조작했는지 질의해 임의 조작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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