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리터 커피’…동성로 새 골칫거리

  • 최보규
  • |
  • 입력 2015-10-12 07:35  |  수정 2015-10-12 07:35  |  발행일 2015-10-12 제8면
최대 1ℓ 대용량 음료 구매자들
다 못마시면 길거리에 무단투기
보도블록 더럽히고 악취도 유발
버려지는 ‘리터 커피’…동성로 새 골칫거리
지난 8일 대구 동성로 곳곳에 대용량 음료 일회용 컵이 버려져 있다.

대구에서도 최대 1ℓ짜리 대용량 음료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쓰레기 증가 등 예상치 못한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11일 커피전문점 업계에 따르면 ‘봄X’ ‘빅XX’ ‘빽XX’ ‘매XXX’ 등 커피전문점들이 포화상태에 이른 커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박리다매 방식으로 대용량 음료 판매에 속속 나서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 때문에 젊은층 사이에서도 대용량 커피를 테이크아웃으로 마시는 게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리터 커피’(1ℓ짜리 용기에 제공되는 음료)를 주요 제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는

버려지는 ‘리터 커피’…동성로 새 골칫거리
지난 8일 대구 동성로 곳곳에 대용량 음료 일회용 컵이 버려져 있다.

기존 1회용 테이크아웃컵 용량(335㎖)의 약 3배에 달한다.

지난 8일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중구 중앙파출소~대백 구간(255m) 커피전문점 5곳 중 3곳이 대용량 음료 취급점이었고, CGV 대구아카데미~동성로 구간(145m)에는 8곳 중 절반에 해당하는 4곳이 대용량 음료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중구청에 따르면 동성로의 커피전문점 203곳 중 대용량 음료를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전문점만 37곳에 이른다.

하지만 컵의 용량이 커진 만큼 쓰레기 양이 많아지는 등 문제점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음료 용량이 많다 보니, 모두 마시지 않은 채 쓰레기통이나 길거리에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쓰레기 부피도 더 클 수밖에 없다.

임다정씨(25·대구시 달서구)는 “싼 가격에 많은 양의 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한번에 마시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만큼 음료를 쉽게 버리게 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에게 대용량 음료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날 동성로 곳곳의 전주, 화단, 시내버스정류장 등지에선 내용물이 그대로 담긴 채 버려진 대용량 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2년째 동성로 정비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김민수씨(41)는 “컵의 크기가 커지다보니 그만큼 버리는 음료도 많아졌다. 시민이 길거리에 버리고 간 컵이 넘어지면서 바닥에 내용물이 쏟아져 악취를 풍기거나 보도블록 색이 변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소용 대형 봉투를 살펴보면 쓰레기 부피의 반 이상을 1회용 컵이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20여 년째 환경미화 업무를 담당한다는 박홍규씨(60)는 “컵의 크기가 두배 정도 커지다보니 낮에 쓰레기봉투를 새로 교체해 놓아도 금방 가득 차, 자주 갈아줘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관리를 담당하는 일선 지자체는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최근 내용물이 들어있는 채 대용량 음료가 길거리에 많이 버려지면서, 이로 인한 악취 등 민원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한 달에 두 번 소형 물차를 이용한 골목길 청소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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