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 능청… 반전있는 인물 나랑 비슷해… 영화 ‘성난 변호사’ 주연 이선균

  • 윤용섭
  • |
  • 입력 2015-10-12 08:12  |  수정 2015-10-12 09:35  |  발행일 2015-10-12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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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은 “보통 변호사를 생각하면 무겁고 진지한 이미지를 떠올릴 텐데, 변호성은 유쾌한 반전을 지닌 인물이라 매력적”이라며 “영화에 나를 많이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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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신념으로 살아가는 ‘성난 변호사’의 변호성은 능력있는 변호사다. 타고난 두뇌와 뛰어난 언변을 바탕으로 법정을 일거에 압도하는 그의 사전엔 패배란 없다. 그래서일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리시하고 자유분방하게 완성된 그의 튀는 외모마저 또 다른 자신감과 승부욕으로 읽힌다. 바로 이선균이 새롭게 갈아입은 캐릭터의 옷은 그랬다. ‘성난 변호사’는 용의자만 있을 뿐 시체도 증거도 없는 살인 사건을 맡은 그가 벌이는 통쾌한 반격을 그린다. 전작 ‘끝까지 간다’에서 궁지에 몰린 인물의 절박함과 고군분투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해 극을 반석 위에 올려 놓았던 그는, 이번에도 원톱에 가까운 비중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 과정에서 평소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에 더해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하는 스마트한 면모까지 선보인다. “힘들어도 도전해 보고 싶었다”는 그는 “변호성은 톡톡 튀는 매력과 경쾌함을 지닌 캐릭터이다. 보통 변호사를 생각하면 무겁고 진지한 이미지를 떠올릴 텐데, 그는 유쾌한 반전을 지닌 인물이라 매력적이었다”고 말한다. ‘끝까지 간다’의 의미있는 성공에 힘입어 다시 내디딘 그의 발걸음이 전에 없이 힘차고 활기찬 이유일 것이다.

대학 동기인 감독과 공동 기획
당초 시나리오보다 가벼워져
스토리 변주 계산하며 즐겼다

18시30분 칼퇴근 지킨 첫 영화
지하철 추격신 하루만에 완성


-‘성난 변호사’는 극의 비중은 물론 장르의 영역을 확장시킨 전작 ‘끝까지 간다’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 만큼 부담감도 크겠다.

“솔직히 ‘끝까지 간다’ 때보다 부담감은 덜한 편이다. 이미 한 번 겪었기 때문에 영화에 임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있다. ‘끝까지 간다’는 처음 우려와는 달리 흥행이 잘 됐고 작품성도 인정받아 상을 받았지만, 모든 것을 떠나서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성난 변호사’ 역시 앞으로 내가 어떻게 배우로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번에도 내가 총대를 메고 끌고 가야 했는데 그로 인한 부담감은 당연히 있다.”

-변호성은 변호사치곤 외모가 튄다.

“어디까지 선을 지켜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검사를 하는 친구에게 ‘법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허용이 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따로 규칙 같은 건 없지만 위에서 싫어하고 또 의뢰인들도 변호사가 날라리처럼 하고 다니면 사건을 맡기겠냐고 말해줬다. 그렇다고 우리 영화가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다보니 포인트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소품을 활용했다. 감독은 조금 더 가길 바랐는데 영화를 보다 보니까 ‘조금 더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연출을 맡은 허정호 감독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이다.

“원래는 허 감독이 ‘카운트다운’을 만들기 전 2007년도에 같이 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안 됐다. 나도 그렇지만 허 감독에게도 이번 영화가 되게 중요하다. 이렇게 좋은 시나리오를 준 게 고마웠고, 내가 빠른 결정을 해주는 게 이 친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태프를 꾸리기도 전에 출연한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바로 투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유리할 수 있는 여지는 있으니까. 매일 만나서 함께 작전을 짰다. 톤앤매너부터 캐릭터의 성격, 등급, 장르적인 배분 등을 어떻게 진행시킬지 논의했다. 결국 좀 더 오락성으로 가길 원한 감독의 생각대로 원래 시나리오보다 가볍고 캐주얼한 지금의 영화가 완성됐다.”

-연기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보였다면 다행이다. ‘끝까지 간다’의 고건수는 주어진 상황에 맞게 긴장과 짜증이 쌓여가는 것만 계산하면 됐다. 반면 사건을 주도하는 변호성은 어떻게 변주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고 더 많은 계산이 필요했다. 곤경에 처할 때 그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엔딩에선 어떤 반전이 있을지 관객들은 나름 예상하고 있을 텐데 이를 들키지 않고 진짜처럼 보일 수 있도록 배분을 잘해야 했다. 그만큼 힘들지만 재미난 과정이었다.”

-‘성난 변호사’가 표준계약을 시행한 첫 영화라고 알고 있다.

“맞다. 스태프에겐 좋은 제도이지만 시간과 제작비의 압박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감독에겐 부담이었을 거다. 전에는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썼다면 이젠 요금이 정해져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큰 규모의 신을 찍을 때는 추가 차지를 요구해서 찍어야 하고 그만큼 계획을 잘 짜야 한다. 스태프가 오후 6시30분이면 무조건 일과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도 피곤하지만 배우도 피곤했다. 물론 적응이 안 되는 건 그 혜택을 받는 스태프도 마찬가지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그들도 불만 아닌 불만을 털어놓는다. 일의 리듬이 끊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차츰 적응이 되니까 좋긴 하다.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고 그러다보니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지하철 추격신을 하루 만에 찍은 건 그 대표적인 예다. 시간 대비 정말 깔끔하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전형적인 캐릭터를 전형적이지 않게 자연스러움을 느끼도록 연기해왔다. 그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른 건 없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은 내가 보이기보다는 작품 전체를 끌고가야 하는 역할들이었다. 이에 맞는 역할론에 대해 고민했고 그것을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앞으로는 나를 많이 보여줄 생각이다. ‘끝까지 간다’와 ‘성난 변호사’가 그 출발점이다.”

-차기작이 장르적으로 처음인 사극과 누아르다.

“사실 어쩌다보니 올해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촬영을 안 한 시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나를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말씀한 두 작품은 내년에 크랭크인한다. 내가 누아르와 사극을 한다니까 우려하는 분도 있다. 나는 잘 해낼 거고 나름 기대도 하고 있다. 이게 자신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별로 겁이 나거나 두렵지는 않다. 생각을 바꾸면 된다. 걱정과 고민을 할 시간에 준비하면 된다. 시나리오도 좋고 훌륭한 선배님도 있으니 내 것만 철저히 준비하면 될 것 같다. 느낌은 좋다.”(웃음)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김현수 프리랜서 dad24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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