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세일 수준 실망스러운 블랙프라이데이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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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13 07:25  |  수정 2015-10-13 07:25  |  발행일 2015-10-13 제2면
제조업체 동참없인 정례화 힘들어
유통업체 할인 가능 폭 20% 수준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제조업체가 동참해야 한다는 유통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는 정부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실시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로 백화점 71곳, 대형마트 398곳, 편의점 2만5천400곳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미국 유통업체들은 이 기간 할인율을 최대 90%까지 올려 1년 매출의 30% 이상을 팔아치운다.

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블랙 프라이데이를 진행 중이지만 할인폭은 20~30% 정도로 정기세일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할인 품목도 의류에 국한돼 있다. 일부 백화점들은 동참하지 않거나 가을 정기세일 행사로 대신하고 있다.

주부 이모씨(37)는 “지난해 해외직구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경험한 뒤,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이벤트를 한다고 해 나와봤더니 전자제품이나 핸드백 같은 고가 제품은 할인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면서 “재고의류 할인이 추가된 것을 빼면 정기세일과 다른 게 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렇게 된 데는 국내 유통구조에선 유통업체들이 할인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백화점이 직접 제조업체를 통해 물건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만큼 가격결정권이 있지만, 국내의 경우 백화점이 제조업체에 매장을 임대하고 판매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어서 가격을 직접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은 제조업체에서 총 매출의 20~30% 수준을 판매수수료로 받는다. 여기서 운영비를 빼면 백화점에서 해줄 수 있는 할인폭은 최대 20%밖에 안 된다”면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각각 할인율을 분담해야 대폭 할인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가 가을시즌인 것도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가의류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겨울시즌을 앞두고 행사가 열려 의류업체들이 신상보다 재고의류 위주로 물량을 내놨다는 것이다.

이상민 동아백화점 쇼핑점 홍보팀 대리는 “국내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를 도입해 일부 소비심리 회복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지만 제대로 자리매김하려면 갈 길이 멀다”면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논의해 할인율을 상향하고 물량을 늘리는 등 제대로 된 준비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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