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東城路 부활의 꿈 .2] 원도심 쇠퇴 겪은 대전

  • 최미애
  • |
  • 입력 2015-10-13   |  발행일 2015-10-13 제6면   |  수정 2015-10-13
충남도청 빠져나가자 ‘휘청’…예술시설 등으로 다시 고객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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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대전의 명동’ 으능정이 거리. 저녁시간 30분 간격으로 영상쇼가 펼쳐지는 대형 LED 영상시설인 스카이로드 아래로 주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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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에 지어진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에는 2008년부터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 센터가 운영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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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대전 중심가 은행동에 위치한 빵집 성심당 앞에 손님이 줄을 서 있다.
도청 2013년 내포신도시 이전탓
공공·금융기관 밀집한 원도심
건물 공실률 20% 넘어 ‘텅텅’
식당엔 손님 줄어 한동안 침울

◆활력 잃은 대전 원도심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대전은 중부권의 새 중심지로 부상했다. 덕분에 충남도청이 이전한 중구 대흥동을 비롯한 중앙동·은행동 일대는 중부권의 정치, 경제, 문화, 행정 중심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일대는 1990년대부터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둔산 신도시 개발에다 공공기관 이전이 잇따랐던 것. 1995년 대전시청이 둔산 신도시로 청사를 옮겼고, 2013년에는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했다. 그 결과, 각종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이 밀집해 원도심의 중추기능을 맡은 중앙로 인접지의 건물 공실률은 평균 12%로, 일부 지역의 경우 20% 이상이다.

대전도 다른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주거지가 도시 외곽까지 확대된 점도 원도심 쇠퇴에 한몫했다. 대전시의 인구가 1980년 65만1천642명에서 2014년 154만7천467명으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원도심의 인구는 12만9천666명에서 5만7천934명으로 크게 줄었다. 대전의 중심이었던 원도심 일대는 활력을 잃어갔다.


대전의 명동인 ‘으능정이 거리’
아케이드 설치하며 부활 신호탄
술집·문화 거리도 살아날 조짐
市, 다양한 도시재생사업 박차


◆젊은이 거리된 원도심

공공기관이 이전되기 전에는 대전의 원도심인 중앙동·은행동·대흥동 일대는 상권의 전성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공기관과 각종 사무실 직원, 전문직 덕분에 점심·저녁시간 때면 이곳에 위치한 음식점에는 손님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공공기관 이전, IMF 경제 위기 등을 겪으면서 이 일대 사무실 곳곳이 비면서 식당가에는 파리만 날렸다. 이후 공무원·직장인이 떠난 자리를 중·고교생, 대학생이 대체했다. 주차가 쉽지 않은 이 지역에 2006~2007년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됐고, 대중교통의 주 이용객인 학생의 방문이 잦아졌다. 고객층의 변화에 따라 패스트푸드점, 노래방, 젊은 층 취향에 맞춘 옷이나 신발가게 등이 들어섰다. 이후에 직장인이 된 학생들이 이곳을 계속 찾으면서 술집도 생겨났다.

지난 10일 오후 7시30분쯤 대전시 중구 중앙로 164번길. 거리 양쪽에 늘어선 옷가게·음식점 등에는 10~20대 젊은이로 붐볐다. 이곳은 ‘으능정이 거리’로 불리는 곳으로, 이른바 ‘대전의 명동’이다. 대전시는 2013년 8월 이 거리를 아케이드 구조물을 조성해 ‘스카이로드’로 이름을 붙였다. 아케이드 천장에는 길이 214m, 높이 20m의 LED 영상시설을 설치했다. 이 시설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지만, 이를 놓고 지역 여론은 엇갈렸다. 주변 상가의 매출이 어느 정도 늘어났지만, 부실한 콘텐츠, 소음, 빛 공해 등으로 오히려 시민 보행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곳에는 최신 유행을 따르는 상점 외에도 수십년 전부터 시민의 사랑을 받는 곳도 있다. 60년 전통의 빵집인 ‘성심당’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누런색의 종이가방을 들고 끊임없이 들락거렸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한 성심당은 대전을 찾는 관광객에게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인근 으능정이 네거리에는 옛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을 이용한 전시공간인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가 2008년 문을 열었다. 돌출된 창틀이 특징인 이 건물은 2004년 등록문화재 100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성심당에서 50여m를 걸어내려가 한 무리의 대학생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자 대흥동 문화예술거리(64m)에 다다랐다. 10~20대부터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찾는 으능정이 거리와 달리 이곳에는 20대 대학생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길 초입에는 가톨릭문화회관이 있었다. 이 회관은 1970~80년대 대전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각광받았다. 지금도 각종 연극·뮤지컬 공연 포스터가 건물 벽면에 붙어있는 가톨릭회관은 여전히 공연, 발표회, 갤러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길을 따라 좀 더 들어가면 오른쪽에는 무대 공간을 갖춘 우리들공원이 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술집 등이 양옆으로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이 일대 68개의 점포는 술집·음식점 등으로 테라스를 앞으로 낸 형태의 카페형 술집이 주를 이뤘다. 술집이 있는 지역을 지나 좀 더 한적한 공간에는 화방, 갤러리·표구사·공방 등 예술관련 시설 등이 50여곳이 모여있다.

대흥동 일대는 대전 문화 예술의 중심지이자 충남도청이 있어 대전 행정 중심지였지만 도청 이전으로 빈 건물이 많아졌다. 덩달아 임대료가 저렴해지면서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도 빈 건물 곳곳에 생겨났다. 이곳의 임대료는 신도시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 인근 상인들의 전언이다.

20년 이상 대흥동에서 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성열상씨(48)는 “대흥동에는 화랑·공방이 주로 있었는데, 최근 소극장도 생겨나고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음식점도 꽤 많이 들어섰다. 주말이면 둔산·유성 등 신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이 일대 음식점과 술집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원도심이 조금씩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대전시는 대구 중앙로처럼 대전역부터 옛 충남도청(1.1㎞)까지 버스·택시만 통행하고 기존 차로를 축소하는 내용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근 지하상가 상인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2002년 착공해 짓다만 상태로 10여년간 방치된 종합쇼핑몰 메가시티(중구 대흥동)도 원도심의 골칫거리다.

30년 넘게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한 이모씨(67)는 “메가시티가 처음 착공될 당시만 해도 인근 상인의 기대가 컸다. 메가시티만 제대로 완성되면 원도심인 대흥동 일대가 예전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민·관이 함께하는 도심 활성화

대전시는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10년전쯤부터 관심을 가졌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은 3~4년 전부터 였다. 스카이로드 조성, 대흥동 문화예술거리 조성 등 다소 노후된 원도심의 환경을 개선했다. 시민단체인 대전문화연대는 2007년부터 3년간 대흥동을 중심으로 원도심의 역사와 장소성을 홍보하는 ‘대전 원도심에서 만나요’라는 원도심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후 2010년부터는 강좌와 답사를 결합한 ‘대전 바로알기’라는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시의 정책 방향이 공공 중심의 하드웨어 사업이 주를 이루면서 원도심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간 주체와의 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 또한 원도심 활성화 정책이 농업유통과, 경제정책과, 문화예술과 등 시청 부서별로 각자 추진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전시는 지난 1월 도심 활성화, 도시 재정비 등을 총괄·조정하는 전담 조직인 도시재생본부를 신설했다. 더불어 지난 6월부턴 민·관의 중간역할을 하는 도시재생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센터는 원도심인 대전역 인근 전통시장의 낙후되고 비어있는 건물 공간을 예술가의 아틀리에(작업실)로 조성하는 사업을 검토 중이다.

송복섭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시청의 정책 추진에 따른 시민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고, 정책을 이해시키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라며 “시민단체·상인회·문화예술단체가 매월 간담회를 하는 등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대구의 동성로가 상권의 부침을 겪고 있듯이 비수도권 도시들의 중심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부권의 중심 도시인 대전의 경우,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1990년대부터 원도심이 쇠퇴를 거듭했다. 이 때문에 10년 전부터 원도심 활성화는 대전시의 정책과제였다. 대전시는 원도심의 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기대에는 못미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해선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자각하고 시민단체·상인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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