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저력, 우리는 대구 경북인] IT창업 성공학 개론 ③‘게임빌’과 송병준 대표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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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22   |  발행일 2015-10-22 제6면   |  수정 2015-10-22
25兆 글로벌시장 선점은 모바일게임 미래 내다본 세번의 겁없는 결단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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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직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쓰이는 게임빌 사옥 옥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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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빌 게임 개발자들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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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준 대표.



모바일게임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10억명이 모바일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시장 규모도 2013년 183억7천700만달러(약 21조원)에서 올해 222억6천200만달러(약 25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같은 모바일게임의 성장을 예측하고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한 기업이 있다. 바로 대구 출신의 송병준 대표가 이끌고 있는 ‘게임빌(GAMEVIL)’이다. 게임빌은 ‘게임빌 USA’를 시작으로 ‘게임빌 재팬’ ‘게임빌 차이나’ ‘게임빌 유럽’ 등을 설립하며 12개 국가를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게임빌 본사를 찾아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서울대 첫 벤처동아리 경험 자산
2000년 모바일게임특화 창업 결단
2006년 美법인 설립…글로벌 공략
2013년 ‘적과의 동침’컴투스 인수

‘놈’ ‘제노니아’ ‘몬스터워로드’ 등
독창적 콘텐츠 대거 글로벌 히트
작년 세계 7위 모바일게임사 선정
英 가디언지‘개발의 達人’ 지칭도

올해 누적 다운로드수 5억 돌파…
2분기 374억 매출 중 해외서 236억

◆창업을 꿈꾼 서울대생

‘게임빌(Gamevil)’은 게임 마을이란 뜻으로, 게임빌에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연둣빛이 유달리 강조된 사무실에서 김세민 홍보과장을 만났다.

김 과장은 “연두색이 주는 밝은 이미지는 게임빌의 창의력과 젊음을 표현한다”고 소개했다. 게임빌의 창의력과 젊음은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묻자, 그는 “급변하는 IT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정신 아니겠나”고 답했다.

이 같은 게임빌의 도전정신은 창업주인 송병준 대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한 송 대표는 공부만 열심히 한 모범생이 아니었다. 그는 학창 시절 1996년 서울대 최초로 벤처창업동아리를 만들었다.

김 과장은 “대표님이 직접 벤처동아리 모집을 위한 포스터를 학교 곳곳에 붙이고 사람들을 모았다”며 “대학 시절 이민화 메디슨 회장(군위 출신으로 1985년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설립한 1세대 벤처기업인) 같은 벤처기업인을 동경했다”고 전했다.


◆회사를 성장시킨 세 번의 결단

송 대표가 회사를 성장시킨 데는 세 번의 큰 결단이 있었다. 첫 번째 결단은 2000년 창업 당시 회사 발전 방향을 모바일 게임 특화 기업으로 잡은 것이다. 두 번째는 2006년의 미국법인 설립, 세 번째는 2013년 경쟁사였던 컴투스 인수였다.

사람들이 항상 휴대폰을 손에 쥐고 다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감한 송 대표는 ‘전 세계 인류의 손 안에서 펼쳐지는 큰 즐거움’이란 비전 하에 ‘모바일게임에만 집중한다’라는 원칙을 세웠다. 이러한 원칙은 2002년 휴대폰이 컬러 액정 단말기로 바뀌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게임빌은 2006년엔 국내 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 법인인 게임빌 USA를 설립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하지만 미국 사업은 쉽지 않았다. 미국 모바일게임 기업들의 영업망을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고전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유행하면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통신사가 아닌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에 바로 게임을 선보일 수 있게 돼 독창적 게임콘텐츠를 가진 게임빌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게임빌은 ‘놈’ ‘물가에 돌 튕기기’와 같은 초기 게임들을 비롯해 ‘제노니아 시리즈’ ‘에어펭귄’ ‘펀치히어로’ 등의 글로벌 히트작들을 대거 선보이며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몬스터워로드’ ‘다크어벤저’ ‘피싱마스터’ 등도 장기 흥행에 성공하며 국내 대표 모바일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2010년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게임빌을 ‘모바일게임 개발의 달인(Master)’이라 지칭했다.

게임빌은 다른 해외 매체들에 의해서도 2012년 ‘글로벌 최고의 모바일게임 플랫폼사’로, 지난해 3월에는 ‘세계 7위 모바일게임사’로 각각 선정됐다.


◆경쟁사 인수로 매출 급증

2013년 10월 게임빌은 경쟁사였던 컴투스 인수 결정을 하면서 국내외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컴투스는 게임빌과 함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로, 당시 양사의 결합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에게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제휴만큼이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게임빌은 컴투스를 일방적으로 통합하지 않고, 세계 최고 모바일게임 기업이란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양사의 문화와 사업 방식을 각각 살려가는 전략을 택했다. 당시 게임빌은 배급 및 해외 시장 노하우가 메리트로 꼽혔고, 컴투스는 자체 개발력이 강점이었다.

송 대표는 컴투스 인수 뒤 내부 개발진을 한 명 한 명 만나 면담했다. 주인이 바뀌면서 생길 수 있는 불안감을 친화력으로 극복하며 직원들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송 대표의 이러한 포용적 리더십으로 양사는 각각의 사업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매출 증대로 직결됐다.

컴투스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이 1천83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천억원의 벽을 돌파한 것이다. 게임빌의 2분기 전체 매출은 373억8천400만원으로 이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236억원의 매출 실적을 거두며 처음으로 분기 해외매출 200억원을 넘어섰다. 양사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낸 셈이다.

또 컴투스 인수로 자체 게임유통 플랫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다. 게임빌과 컴투스가 독자적으로 보유한 게임유통 플랫폼이 합쳐지면서 약 3억2천만명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게임시장에서 게임빌의 모바일게임 누적 다운로드 수가 5억건을 돌파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 역시 지난 7월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4천만건을 넘었다.

특히 이 게임은 최근 글로벌 주요 시장인 미국의 애플·구글 양대 마켓 동시 톱10 진입, 일본 구글플레이 최고 순위 경신, 전 세계 총 79개국 RPG(롤 플레잉 게임) 매출 1위 등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빌이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유지했던 ‘No.1(넘버원) 모바일게임 전문기업’이란 경영철학이 컴투스의 사업 노하우와 결합되면서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과장은 “게임빌은 일찍부터 모바일 사업의 미래를 보고 정진해 온 기업”이라며 “지금은 모바일이 대세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2000년 창업 당시에는 모바일이 미래에 큰 수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앞으로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송병준 대표는…

△1976년 대구 출생
△1996년 서울대 벤처 창업 동아리 초대 회장
△1998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
△2000년 게임빌 설립
△2001년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 회장
△2007년 미국 비즈니스위크지 선정 ‘아 시아 최고의 젊은 사업가 25인’
△2010년 정보통신 진흥공로 대통령표창
△2015년 대구창조혁신센터 창업대사 위촉


게임빌이 걸어온 길

△2000년 1월=주식회사 피츠넷으로 출발
△2001년 4월=회사명 게임빌로 변경
△2003년 11월=순수창작게임 ‘놈’ 정통 부 장관 모바일 콘텐츠 대상 수상
△2006년 3월=게임빌 USA설립
△2011년 12월=게임빌 재팬 설립
△2012년 5월=중국 GMIC2012 ‘글로벌 최고 모바일게임 플랫폼사(Best Pro motional Platform)’ 수상
△2013년 5월=게임빌 차이나 설립
△2013년 10월=<주>컴투스 인수
△2015년 2월=‘별이 되어라!’ 중국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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