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바웃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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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06 07:51  |  수정 2015-11-06 07:51  |  발행일 2015-11-06 제17면
[문화산책] 어바웃 타임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뜻의 ‘타임슬립’. 1994년 일본의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다. 이는 타임머신과 같은 기계적인 시간여행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과거나 현재, 미래를 오가는 시간여행을 뜻한다.

‘시간을 여행한다’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스토리 전개는 소재의 유사성이나 표절 등의 시비가 다소 있긴 하지만 특이한 이야기 구조와 다른 시공간대의 인물간 갈등과 해결이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그 매력을 입증했다.

보통 타임슬립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알 수 없는 우연과 매개체로 같은 타임라인 혹은 다른 타임라인의 이동을 반복한다. 어떤 이야기는 죽은 연인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어떤 이야기는 인생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 혹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들기도 한다. 현재의 문제가 과거의 작은 부분에서 기인된 것이라는 다소 간단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하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론에 절망하는 인물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팍팍한 우리 삶 속에서 한번쯤 자신만의 타임슬립을 꿈꾸어 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가끔 현재의 삶에 대한 후회와 회한으로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무언가를 다르게 바꾸어 놓는다면 지금의 나의 모습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곧 시간 낭비라며 냉소적으로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허나 그럴수록 타임슬립을 꿈꾸어야 한다. 이유는 싱거울 만큼 간단하다. 미래 속 나의 모습은 현재 시공간의 나의 모습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상상 속, 과거로의 타임슬립 속에서 현재의 문제의 시작을 찾아 바꾸어 놓고 싶듯이, 미래에 과거가 되는 현재의 나의 문제를 바꾸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헛된 망상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옳지 않은 의지로 과거로 회귀하려는 의도들과 그 결과로 세상이 시끄럽다. 과연 그 시도가 어떤 미래를 낳게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면 분명 미래의 결과에 대하여 그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문득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나온 대사가 생각난다.

“우린 우리 인생의 하루하루를 항상 함께 시간여행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안건우 <극단 시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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