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과외 없고 공부 강요 안해 좋아요…미래에 대한 고민도 스스로 하지요”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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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13   |  발행일 2015-11-13 제34면   |  수정 2015-11-13

간디유학센터 운영 규칙과 아이들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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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이 지난 6일 오후 간디유학센터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똑똑’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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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유학생의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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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마루 도서관. 유학생은 물론 주민도 책을 대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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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유학센터 뒷마당에 있는 장독대. 장류를 비롯한 부식은 대부분 자급자족이다.


1년 단위로 유학생 모집
부모와 함께 면접
1주일간 캠프생활
적응한 학생은 공동생활

학비 年 60만원 기준으로
가정 형편 따라 차등 적용

교육 이념은 사랑·자발성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텃밭가꾸기·영화보기·명상
독서·길여행·산행 등 다양

간디유학센터(이하 간디)로 가는 길은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대구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린다. 군위군 소보면 서경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간디는 마을 초입 서경초등학교 옛터에 자리 잡고 있다. 폐교되면서 한 기업체가 인수해 연수원으로 활용하다 다시 농촌유학센터가 됐다. 우리나라에 있는 유학센터는 농가에서 숙식을 하며 다니는 농가형, 숙식이 가능한 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지역학교에 다니는 센터형, 둘을 혼합한 복합형, 가족이 귀농하는 가족형으로 나뉜다. 간디는 센터형이다.

‘간디’의 이름을 딴 교육기관은 군위 간디문화센터를 비롯해 충북 제천, 충남 금산, 경남 산청에 있다. 간디가 추구한 비폭력, 평화, 생명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함이다.

군위 간디는 처음 간디문화센터(cafe.daum.net/Gandhicluturecenter)로 출발했다. 2007년 3월 문창식 현 센터장(전 대구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의 건의로 주선국 이사장(전 KYC 대표), 이상욱(전 KYC 대표)·류현진(회계사)·유한목(서대구병원 원장)·이강득(기업인)·신동민(덕산한의원장)·주성철 이사(회사원) 등이 모여 십시일반으로 연수원을 인수했다. 문화센터는 방학캠프,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비롯한 각종 문화행사, 농산물직거래, 자연놀이학교,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청소년 대안교육, 도보순례, 도시·농촌 아이들 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다 2013년부터 유학센터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4년 전부터 매년 여름방학 때 실시하는 4박5일 일정의 도보순례는 인기가 높다. 인권, 선비, 평화, 화랑과 같은 주제를 정해 약 100㎞의 구간을 걷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하며 교사는 보조 역할을 하는 게 특징이다. 잠을 잘 땐 마을회관 같은 곳을 이용한다. 겨울방학 때는 캄보디아, 중국, 필리핀 지역의 소수민족 마을과 빈민촌을 찾아 1주일 이상 봉사활동과 문화체험을 한다. 여름과 겨울에 각각 2주간 실시하는 간디자치학교는 공동체생활을 통해 자치역량을 키우는 게 목적이다. ‘왁자지껄’로 명명된 자연놀이학교는 1박2일간 진행된다. 농사체험, 자연체험, 전통놀이, 요리 등을 한다.

간디는 1년 단위로 유학생을 모집한다. 현재 3년째 다니고 있는 유학생도 있다. 매년 11월경 모집을 시작해 이듬해 서류전형을 거쳐 부모, 학생과 함께 면접을 한 뒤 1주일간 캠프생활을 한다. 이에 적응한 유학생은 2월 중순부터 공동생활을 한다. 유학생은 각각 인근 송원초등, 군위중·고에 다니면서 방과후 간디의 프로그램에 따라 시골살이를 하게 된다. 현재 초등학생 4명, 중·고교생 4명 등 총 8명이 생활한다. 문 센터장과 김승주 사무국장이 교사를 겸임하고 있다. 지난달 한 명의 교사가 퇴직해 충원할 예정이다. 유학생의 학비는 한 달에 60만원을 기준으로 가정형편에 따라 차등적으로 받는다.

간디는 지역민을 위한 문화공동체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도시에 비해 문화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과 주민에게 간디는 ‘문화의 오아시스’나 마찬가지다. 2009년에 문을 연 ‘생각마루 도서관’은 군위군 제1호 등록시설이다. 1층에 인문, 자연, 과학, 문화, 예술과 관련한 약 1만권의 장서가 비치됐다. 학생은 물론 주민도 대출할 수 있다. 2층에는 음악도서관이 따로 있다. 피아노(2대)를 비롯해 드럼, 장구, 북 등이 있다. 한 후원인이 기부한 LP판 수천 장과 고급스피커가 눈길을 끈다. 음악도서관은 공연, 강좌 등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지난달 ‘소보가을음악회’가 열렸다. 강당은 이곳 말고도 한 군데 더 있다. 본관 오른쪽 펜션 옆에 집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도 약 1만권의 장서가 비치돼 있다. 간디에선 지역주민과 함께 친목을 다지는 체육대회도 한다. 또 6주에 1회 한의서비스사업도 펼친다.

간디는 생명존중, 평화실현, 공존공생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교육이념은 사랑과 자발성이다.

문 센터장은 “사랑에 기초한 교육은 결코 강요되거나 주입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발성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자발성에 기초한 교육은 사랑과 신뢰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교사와 학생 간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이루어지고 배움과 가르침이 순수한 자발성 위에서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참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는 △자발적인 생활습관과 태도를 가진 친구 △주체적 삶을 사는 친구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친구 △상대방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친구 △비폭력 평화를 실천하는 친구 △예를 알고 실천하는 친구 △전자기기와 잠시 안녕하는 친구 △노동을 즐기는 친구 △식사예절을 지키며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친구 △생명다운 먹거리를 즐기는 친구 △인사를 잘하는 친구 △정리정돈을 잘하는 친구 △책을 많이 읽는 친구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는 친구를 지향한다.

간디의 방과후 학습프로그램으로는 텃밭 가꾸기, 영화보기, 인문학 캠프, 외부 전문강사 초청 특강, 영상제작, 운동, 명상, 풍물 배우기, 목공, 독서, 일기 및 편지 쓰기, 길여행과 산행, 요리체험 등을 한다. 휴일엔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하고 설거지도 한다. 빨래와 옷 개기, 청소도 물론 스스로 한다.

정우진군(송원초등 6)은 3년째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김승주 교사의 아들이기도 하다. 정군은 대구시 북구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다 엄마의 권유로 간디에 왔다. 전교생이 20명인 인근 소보면 서경리 송원초등엔 3명의 동기생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 간디 출신이다. 3년째 시골살이를 하고 있어 농촌생활에 익숙해 보였다.

“작년 겨울에 눈이 왔는데 학교 뒷산에 올라갔어요. 멧돼지 소리가 들리기에 친구들과 함께 쇠파이프를 들고 찾았답니다. 영화를 보고 기타를 배우는 게 가장 재미있어요. 한 달에 한두 번 아빠를 만나는데 엄마랑 동생이랑 함께 있어 그렇게 심심하지는 않아요”라고 했다.

박태현군(군위중 1) 역시 간디생활 3년째다. 송원초등을 졸업하고 군위중에 통학하고 있다.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서 살다 엄마의 권유로 간디에 왔다. 태현군은 매주 목요일 대구에 가서 피아노 레슨을 받는다. 그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다. 간디에서 열리는 음악회에서도 피아노는 늘 그의 차지다. 클래식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태현군은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으니 좋다”고 했다.

김혁주군(군위중 3)은 10개월째 간디에서 생활하고 있다. 포항시내에 있는 한 중학교에 다니다 지난해 110㎞ 도보순례에 참여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김군은 “힘은 들었는데 참 재미있었어요. 초등학교에 다닐 때 과외를 했는데 이곳에선 스스로 공부해야 하지요. 남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게 늘 쑥스러워 입을 떼지 못했는데 간디에 오고부터는 제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가끔 부모님 생각이 나기도 하는데 내년엔 포항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입니다”라고 했다.

남우림양(송원초등 6)은 지난해 9월 수원에서 간디로 왔다. 2학년 때부터 간디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여러 번 참여해 간디가 낯설지 않다. 아빠가 사업상 진주로 가는 바람에 이곳에서 생활한다는 우림양은 “고구마와 땅콩, 감자를 캐는 농사일이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우정원군(군위중 2)은 게임에 빠졌다가 엄마의 강권에 의해 간디에 오게 됐다고 했다. 인터넷게임을 하지 못해 섭섭하지 않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게임을 안 하니 미래에 내가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 요즘은 책 읽기가 재미있어진다”고 했다.

6일 오후 7시엔 간디에서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이 ‘미디어똑똑’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년에 30차례, 매주 한 번 특강을 하는데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허 국장은 “대구에서 1시간 정도 걸려 이곳에 오는데 아이들을 보면 피곤이 싹 달아난다. 여기서 아이들의 에너지를 받아 충전을 해 돌아간다”고 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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