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검은 사제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11-13   |  발행일 2015-11-13 제42면   |  수정 2015-11-13
종반부 40여분의 구마의식 장면 장엄하고도 충격적…대단원은 상투적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이 자신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화한 ‘검은 사제들’은 퇴마와 가톨릭이란 이질적 요소를 적절히 버무려 관객의 촉수를 자극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빙의된 사령에 시달리는 여고생, 영신(박소담)을 구하기 위해 나선 신부와 보조사제의 퇴마모험담을 다룬 영화는 그대로 한 편의 추리소설이다. 마귀에 영혼이 짓눌린 소녀를 그들로부터 구해낸다는 외피를 둘렀을 뿐, 실상은 의문의 교통사고와 관련됐다. 그 이유는 교황청 신부, 장미십자회와 12형상, 구마의식 집전 부제의 갑작스러운 사퇴, 동생을 사고로 잃은 부제의 트라우마, 장미십자회 원로신부에게 깃든 사령 등 실타래처럼 얽힌 수수께끼의 근원을 파헤쳐 가는 도정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교단의 반대와 의심 속에서도 영신을 구하려는 일념에 불타는 김신부(김윤석)에게 구마의식 보조사제로 영입된 인물은 최부제(강동석)다. 가톨릭대 7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어린 시절 맹견에 물려죽은 누이동생의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체제 순응적 가치관과는 거리가 있는 ‘고문관’스타일이라 얼핏 불완전한 조합의 궁합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들의 이러한 개성이 악령 퇴치의 난관을 극복하는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기에 버디 무비(buddy movie·이질적 개성의 두 인물이 화합을 이뤄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적 요소도 짙다.

‘검은 사제들’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종반부 40여분에 이르는 장엄하고도 충격적인 구마의식 장면이다. 사령의 기운이 가장 왕성해 출현 확률이 높은 음력 7월 보름날 영신의 침상에서 행해진 이 예식은 종교적 영성에다 엑소시즘의 경계점과 그 깊이를 가늠케 한다. 하지만 악령이 피신한 돼지를 한강에 던짐으로써 급하게 마무리되는 대단원은 장황한 설명과 단서로 출발한 의욕적 발단에 비해 극히 상투적이라 실망스럽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