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시장, 도시를 살리다 .8 <끝>] 서문시장은 이렇게…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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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19   |  발행일 2015-11-19 제19면   |  수정 2015-11-19
하늘열차 타고 온 ‘서문시장 르네상스’…먹거리 차별화로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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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깡통시장 야시장에서 전통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는 점포가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먹거리는 물론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 다양한 아이템이 갖춰진 야시장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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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을 앞두고 차례용품 등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서문시장이 붐비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서문시장이 다시 뜨고 있다. 지난 4월 대구도시철도3호선 개통 후 전국에서 ‘먹방’을 찍으러 오는 국내 관광객은 물론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주말의 경우 방문객이 하루 평균 1만명 이상 늘었다. 상인들 입에서 ‘서문시장의 르네상스’란 자화자찬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다시 찾아온 부활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야시장’이란 새로운 카드를 뽑아 들었다. 전문가들은 “야시장은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대구지역에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선사할 것”이라면서 “해외 관광객 급증으로 야시장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데다 대구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수도 증가추세인 만큼 하루 빨리 야시장을 조성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 인프라로 살려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기청서 3년간 50억 지원받아
내년 4월부터 야시장 운영 계획
중앙도로 80∼100개 점포 조성

특색있는 음식이 성공의 열쇠
“전국 유명맛집 유치로 승부수”
주류판매 허용 필요성 지적도

◆창의적인 밑그림 필요

서문시장은 외국인이 찾고 싶은 관광명소를 조성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이 올해 처음으로 모집한 ‘글로벌 명품시장’에 선정돼 3년간 5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1단계 사업이 야시장 개설이다. 시장 중앙도로에 80~100개 점포를 조성해 내년 4월부터 오후 7시~밤 12시 야시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정기영 대구시 시장경제팀장은 “야시장 개설을 시작으로 서문시장 PB(자체 브랜드 상품) 만들기, 사후면세점 입점 등 글로벌 명품시장 사업이 단계별로 추진될 예정”이라며 “일회성이 아닌 만큼 야시장 개설은 짧게는 5~10년, 길게는 수십년을 보고 종합적이고 창의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시장은 국내에서 선례가 드물어 마스터플랜 수립이 관건이다. 18일 현재 한국관광공사 대구경북지사가 글로벌명품시장 육성사업단을 꾸려 전체 아우트라인을 그리고 있지만, 그동안 (야시장의) 개장 시점이 수차례 연기되는 등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

서경현 대구시 경제정책과장은 “그동안 전문적인 전통시장 지원기관이 없는 데다 대기업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야시장 조성 등을 위한 사업단을 꾸리는 데 애를 먹었다. 현재 상황으로 조속한 추진이 어려운 실정인 만큼 올 연말 문을 여는 전통시장진흥센터와 공조해 야시장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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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열차 전동차가 서문시장을 지나고 있다. <영남일보 DB>


◆핵심 아이템은 먹거리

먹거리는 야시장의 핵심 아이템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갑작스럽게 야시장 조성이 붐을 타면서 야시장별 먹거리가 다소 중복되는 데다 특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부 야시장의 경우 맛집으로 소문난 일부 점포만 영업이 잘 되면서 지속적 메뉴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먹거리 베스트 셀러’를 집중 입점시킨다는 방침이다. 서경현 과장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별별치킨, 삼송베이커리 등 지역 인기 먹거리 브랜드 입점을 추진중이다. 대구를 비롯한 전국 유명 맛집을 대거 유치해 최고의 먹거리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판매도 고려해볼 만하다. 개설 초기 주류를 판매하던 국내 야시장은 음주 후 난동을 부리는 손님이 생겨나자 최근 들어 일절 판매를 금하고 있다. 하지만 야시장이 열리는 시간대 특성상 주류에 먹거리를 곁들이려는 직장인이나 관광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시민 의견이 적지 않다.

직장인 김상훈씨(39)는 “국내 야시장 몇 곳을 둘러보니 먹거리만 있어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다. 먹고 놀고 체험하는 야시장이 되려면 주류도 일정량 판매해 다른 야시장과 차별화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 주도적 참여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은 국내서 유일하게 상인회가 운영 전권을 갖고 있다. 상인회가 지자체의 간섭을 일절 받지 않고 야시장 관련 기획부터 먹거리 매대 아이템 선정을 도맡고 있다. 또 야시장 관리팀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상인회가 정한 규칙을 어기는 매대 상인에게 ‘삼진 아웃제’를 적용해 퇴출하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들이 상인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개입을 하는 상황에서 남부시장 야시장은 이러한 우려를 보기 좋게 비켜나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현수 남부시장 상인회장은 “상인회가 운영을 전담하는 것은 상인회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상인들이 주도적으로 야시장을 꾸리겠다는 뜻”이라면서 “상인회장이 중심을 잡고 상인들이 이에 협조하면 지자체 간섭 아래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오 회장도 “서문시장 야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전통시장의 주인인 상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 전통시장 전문가는 바로 수십년 시장에서 장사해온 상인인 만큼 이들의 의견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야시장을 조성해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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