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당신이 파르마에 가면 꼭 맛봐야 할 것, 프로슈토햄과 파르미자노 레자노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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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0   |  발행일 2015-11-20 제42면   |  수정 2015-11-20

토마토 미트 소스와 수제 파스타로 유명한 볼로냐, 올리브유와 함께 몸에 좋은 식재료로 널리 알려진 발사믹식초의 도시 모데나, 갖은 재료로 속을 채워 부들부들한 식감이 일품인 토르텔리 파스타와 이탈리아식 모둠 수육이 참 맛있는 피아첸차….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주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금세 종이 한 장이 빽빽하게 채워진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요리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최고의 식재료 두 가지를 야무지게 움켜쥐고 있다는 에밀리아 로마냐주의 대표 미식 도시, 파르마로 제일 먼저 떠나본다.

[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당신이 파르마에 가면 꼭 맛봐야 할 것, 프로슈토햄과  파르미자노 레자노치즈
창고 가득 돼지 다리가 끝없이 매달린 지하 숙성실에서 파르마산 프로슈토 생햄을 소개하는 장인 루이지씨.



◆ 파르마의 보물…프로슈토햄

파르마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한 시골 마을. 길가에 늘어선 집들마다 창문이 유독 길쭉한 모습이 신기하여 물어보니 ‘이곳의 명물 프로슈토햄을 생산·숙성시키는 과정에서 통풍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마을 전체의 건물들은 아예 창을 크게 만들었다’는 대답에 절로 고개가 끄떡여졌다. 피자에 얹어도, 이탈리아식으로 멜론에 곁들여도, 아니 손으로 그냥 집어 먹어도 별미 중 별미, 달콤 짭조름한 프로슈토햄의 본고장에 드디어 입성한 것이다.

마을 전체가 유명하다지만 그중에서도 아무 첨가물을 더하지 않고 오로지 전통 방식의 특별한 숙성법으로만 만들어낸다는 프로슈토 명장을 찾아갔다. 하루의 시작과 마지막을 늘 이것과 함께 시작한다는 장인이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준 것은 송곳처럼 끝이 날카로운 작은 막대기 하나. 꼭 말의 정강이뼈로만 만들어야 제 구실을 한다는 막대기는 지하창고에 주렁주렁 끝없이 매달린 프로슈토를 찔러 냄새를 맡으며 숙성 정도와 경과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장인의 손길로 얇게 썰어낸 햄 한 장을 입에 쏙 넣으니 향긋한 향이 입안에 머무는가 싶더니 씹을 것도 없이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맛에 눈이 번쩍 뜨인다. 이탈리아를 비롯하여 유럽의 유명한 여러 염전에서 직접 공수한 소금을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비율로 섞어 염장한다는 그의 열정에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당신이 파르마에 가면 꼭 맛봐야 할 것, 프로슈토햄과  파르미자노 레자노치즈
파르마의 또 다른 명물, 파르미자노 레자노치즈. 전통 방식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치즈 장인 잔루카씨의 숙성실.



◆ 파르미자노 레자노치즈

피자 위에 뿌려 먹는 파마산 치즈의 원조로 유명한 파르마의 또 다른 자랑거리, ‘파르미자노 레자노치즈’. 이탈리아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가장 많이 먹는 치즈다. 수십, 수백 년 전 선조들이 만들던 옛 방식 그대로 만들어 낸다는 치즈 장인은 시원스레 맛의 비밀부터 대공개하겠다며 창고로 조용히 데려간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창고 안은 온통 건초 더미.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질 좋은 우유가 관건. 소가 먹을 건초를 직접 재배하는 것도 모자라 구수한 향이 나도록 숙성까지 시킨다고 하니 역시 이탈리아 장인다운 발상이다.

신선한 우유에 카제인과 열을 가해 조심스레 저어주다가 순두부처럼 몽글몽글해지면 면보자기로 걸러 나무 작대기에 대롱대롱 매달아주는 장인의 손길을 보니 그 정성이 가히 지극하다.

50년째 매일 한결같이 하루에 딱 열 덩어리만 만들어 낸다고 하니 얼른 맛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창고에 깊숙이 들어가면 갈수록 치즈 숙성 기간이 길어지면서 코끝을 자극하는 향은 점점 더 강해진다. 마침내 창고의 마지막 방에 다다르자 이탈리아 요리를 만드는 한국인 요리사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겠노라며 조심스레 건내준 묵직한 치즈 덩어리.

“15년 전에 만든 거예요….”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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