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東城路 부활의 꿈 .8 <끝>] 전문가 좌담회

  • 최미애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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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4   |  발행일 2015-11-24 제5면   |  수정 2015-11-24
“‘길’에서 ‘광장’으로 변신해야…국채보상공원도 연계 활성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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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영남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동성로 부활의 꿈’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동성로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동성로는 대구의 대표적인 도심이다. 쇼핑은 물론 금융·행정업무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 하루 유동인구가 수십만 명에 달한다. 더욱이 대구에는 동성로 외엔 별다른 도심지가 없어 큰 침체기를 겪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도심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주도심으로의 매력을 잃고 있다. 동성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선 ‘걷고 싶은 거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찾고 싶은 거리’로 거듭나야 한다. 찾고 싶은 거리의 필요 조건을 살펴보기 위한 ‘동성로 부활의 꿈’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각계각층의 인사를 초청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조극래 대구가톨릭대 건축학부 교수, 정인수 동성로상점가 상인회장, 한상훈 민예총 사무처장, 윤형구 대구 중구 도시관광국장이 참석했다.

- 동성로는 2008년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통해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했다. 7년이 지난 지금 동성로의 모습이 어떤가.

△조극래 대가대 교수=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을 통해 보행환경이 좋아지고 거리 모습도 한결 세련된 느낌이다. 다만 다른 도시와 차별화될 수 있는 대구만의 특색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가로(街路) 디자인의 경우, 부산 서면이나 서울 건국대 앞 등 유사한 사업을 진행한 지역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노점상이 없어지고 나서 다양성이 없어진 것 같다.

△정인수 동성로 상인회장= 노점상 철거와 간판 개선사업 등으로 동성로가 깨끗해지고, 많은 사람이 걷고 싶어 하는 거리가 됐다. 내달부터 3층 이하 건축물에 대한 개·보수가 가능해지도록 건축법이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동성로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상훈 민예총 사무처장= 노점상 정비가 동성로의 풍경을 바꿔놨다. 시민은 주로 낮에는 쇼핑, 밤에는 술자리를 위해 동성로를 찾는다. 상권이 획일화돼 있는 셈이다.

△윤형구 중구 도시관광국장=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을 마친 동성로는 CGV대구한일 남쪽의 경우 활성화된 반면, 그 북쪽은 침체돼 빈 점포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획일화된 벤치나 휴게공간 디자인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통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이나 자재를 사용했더라면 다른 도시와의 차별성을 갖췄을 것으로 생각된다.

- 동성로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 앞으로 발전하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조 교수= 도심 재생 차원에서 노점상의 ‘부활’도 고려해볼 만하다. 부산 깡통시장 야시장도 처음에는 상인의 반대가 많았지만, 오히려 야시장이 형성되고 난 뒤 상가 매출이 올랐다. 노점상에서 음식을 팔면 위생 문제 등 걸림돌도 있지만, 행정기관에서 적절하게 통제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동성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점상과 상인의 공존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심도있게 해봤으면 한다.

원도심에 차량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상점에 물건을 실어나르는 차량의 경우, 시간제로 통행을 허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주차장 문제는 스위스 베른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베른은 지역 주차장에 몇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고, 여유 있는 곳은 어딘지 알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또한 동성로 활성화에 대기업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대기업 점포가 도심에 입점하면 그 업체는 지역 축제와 문화 인프라 발전 등을 위해 어떻게 지원할지 제안한다. 대기업 자본을 지역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동성로도 민간 차원의 자본 활용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정 회장=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좋은 점도 있지만, 일부 상인은 고객 수가 줄었다고 토로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도 반월당으로 이사를 한 곳이 많다. 또 로데오골목, 통신골목, 늑대골목, 야시골목 등의 상인과 회의를 하면 특정 골목만의 브랜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동성로는 주차할 만한 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차량을 먼 곳에 주차하고 걸어서 쇼핑하러 오는 시대도 언젠가는 오겠지만, 아직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동성로에 자가용을 타고 나오더라도 주차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한 사무처장= 동성로는 십수 년 전만 해도 흥미로운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백화점을 거리에 늘어놓은 듯한 느낌이 있다. 광장으로서의 매력을 부각시켜야 한다. 2·28공원에 비해 동성로와 인접한 국채보상공원은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동성로와 연계해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프로그램 위주로 기획하면 좋을 것 같다.

동성로엔 기타 학원과 인디밴드가 공연하는 라이브 클럽이 있다. 이들과 연계해서 길거리 공연을 기획하는 것도 도심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될 것 같다. 이와 더불어 대구백화점과의 상호협의도 필요해 보인다. 백화점 주차를 위해 통행하는 차량들로 인해 동성로를 공원처럼 활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동성로가 공원화되면 시민들에게 도심을 마음껏 걸을 수 있는 해방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윤 국장= 침체된 CGV대구한일 북쪽 구간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놓고 주민과 행정기관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플리마켓(벼룩시장)이나 야시장 문제도 고민할 필요가 있는데, 상인회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 상인은 노점상인이 세금을 안 내고 영업하고 내 고객을 뺏어간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행정에서 먼저 나서 얘기할 수 없다. 중구청은 동성로 활성화를 위해 통신골목 인근에 조형물 설치를 검토 중이다. 통신골목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주로 주차하는데, 랜드마크가 될 만한 시설물을 설치하면 이들에게 동성로를 좀 더 기억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동성로의 안타까운 점은 상인회에 가입된 상인이 적다는 점이다. 일부 상인의 협조만으론 동성로를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브랜드 매장은 상인회에 가입하지 않는 데다 동성로에서 진행되는 축제나 행사 등에 협조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앞으로 동성로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상인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정리=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사진=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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