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층간소음 갈등 해결책은 ‘이웃과 소통’

  • 한영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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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5   |  발행일 2015-11-25 제14면   |  수정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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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가 다섯 살 때의 일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아저씨를 만났는데 뜬금없이 “나는 우리 집이 참 좋다”하는 것이다. 아저씨가 빙그레 웃으며 “그래, 너는 집이 좋아서 참 좋겠다”라고 하니 둘째는 “내가 쿵쿵 뛰어도 아무 말도 안하는 착한 아저씨가 우리 집 밑에 살아서 우리 집이 참 좋다”고 했다.

순간 아래층 아저씨도 필자도 얼굴이 붉어졌다. 평소 입버릇처럼 “우린 진짜 아래층에 좋은 사람 만난 거야. 아들 둘 키우는데 한 번도 올라오는 일 없으니 얼마나 고마워”라고 했던 말을 둘째가 기억했던 것이다. 그 후 아래층 아저씨는 필자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더 환하게 웃어주셨다.

층간소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면 누구나 신경 쓰이는 일이다. 동네 엄마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있다. 필자의 집처럼 아들 둘을 키우는 친구는 아래층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통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한다. 아래층에서도 소음이 참기 어려웠는지 급기야 LPG통까지 들고 와서 협박을 했다고 한다.

결국 친구는 같은 동네 다른 아파트 저층으로 이사를 했다. 층간소음 문제로 얼굴 붉히며 이웃끼리 본체만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뛰면 안 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뿐 아니라 거실 매트도 기본으로 깔아 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층 이웃만 만나면 늘 조마조마하다.

최근에도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사건·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도 마련되고 있다. 인천시에서는 층간소음 갈등 해소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조정반을 운영한다. 이들은 조정 신청이 들어온 가정을 방문해 충격소음과 공기전달소음을 1시간 동안 측정해 소음이 기준치를 넘을 땐 이웃 가정에 소음 발생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할 예정이다. 또 포스코는 층간소음 방지 1등급을 인정받은 고망간강 바닥판을 개발해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이웃과의 소통이다. 독서 토론 수업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층간소음 해결방법을 물었더니 “이웃과 친하게 지내면 돼요”라고 답했다.

이웃과 친해지는 방법도 ‘맛있는 음식 나눠 먹기, 이웃 만나면 인사하기, 엘리베이터에서 층수 물어 보고 대신 눌러주기’ 등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다.

초등학생들이 아래층에 엽서나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후 아파트 층간소음 민원 건수가 넉 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소식을 인터넷 뉴스에서 보았다. 가까운 이웃은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정을 나누다 보면 층간소음 갈등도 분명 줄어들 것이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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