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연변 히딩크’ 박태하 감독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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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7   |  발행일 2015-11-27 제33면   |  수정 2015-11-27
대구경북 토박이·프로축구 포항스틸러스 출신…
2부 리그 연변FC 16년만에 中슈퍼리그 진출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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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하 연변FC 감독이 지난 22일 포항에 있는 한 카페에서 한 에이전트와 전화를 하고 있다. 그는 2016슈퍼리그 시즌 개막을 앞두고 새로운 용병을 물색 중이다.

‘박태하, 연변 인민 영웅 THANK YOU’. 지난 10월24일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 인민경기장. 이날 중국 축구 갑(甲·2부)급 리그 29라운드 연변FC-후난 샹타오의 경기를 앞두고 연변FC의 한족 팬들은 본부석 맞은편 관중석에 연변FC 박태하 감독(47)에게 ‘영웅’ 칭호를 부여하는 대형 걸개를 들어 올렸다. 이에 맞춰 본부석 측면에선 조선족 동포팬들이 ‘박태하, 슈퍼리그도 함께하자’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어 경기장에 ‘아리랑’ 응원가가 우렁차게 울려퍼지고 한족과 조선족은 물론 남녀노소가 함께 어깨동무를 한 채 경기장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아리랑을 불렀다. 만주의 쌀쌀한 추위도 팬들의 열기에 녹아버렸다.

이날 연변장백산호랑이(연변FC)는 한국 용병 스트라이커 하태균의 해트트릭 등에 힘입어 후난을 4-0으로 제압했다. 연변 축구팀이 17승10무2패(승점 61)로 남은 한 경기와 관계없이 창단 50년 만에 갑급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관중의 환호성과 축포, 아리랑이 경기장을 또다시 뒤덮었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는 동안 중국의 수많은 사진기자들이 몰려와 연방 셔터를 눌러대고 플래시를 터뜨렸다. 갑자기 연변의 한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땅에 놓더니 박 감독에게 큰절을 했다.

이미 연변팀은 6일 전 후베이성 우한 줘얼과의 28라운드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확보해 후난 샹타오와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중국 슈퍼리그(1부)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는 2000년 갑급 리그로 강등된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울릉도 축구팀이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 진출한 것과 다름없는 기적을 연출한 것이다. 박 감독은 이제 ‘연변의 히딩크’가 됐다. 이날 우승이 확정된 뒤 박 감독은 연변 동포의 희망대로 연변장백산호랑이팀 감독직을 2년간 재계약한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한 동포 노(老)기자가 그 말을 듣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연변FC는 지난해 총 16개팀이 경쟁하는 갑급 리그에서 시즌 꼴찌를 해 3부리그인 을 리그로 밀렸다. 하지만 15위인 청두 셰페이롄이 승부조작 여파로 팀을 해체한 데다 14위 팀 역시 운영자금부족으로 사라져 기사회생으로 갑급 리그에 잔류했다. 박 감독이 연변팀의 지휘봉을 잡은 지 10개월 만에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박 감독은 영덕군 강구면에서 태어나 강구초~강구중~경주종고~대구대를 나온 대구·경북 토박이 축구인이다. 강구초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그는 1994년 미국 월드컵과 98년 프랑스월드컵 국가대표를 했다. 박 감독은 프로축구 포항스틸러스 선수(1991~2001)를 거쳐 스카우터생활(6개월)을 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2년간 지도자 과정 연수를 했다. 이후 포항스틸러스 1군 코치(2005~2007)를 역임했다.

그는 포항에 있는 동안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스틸러스의 레전드(전설)’로 불렸다. 34세 때 선수생활을 마감할 당시 다른 몇몇 프로팀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포항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면서 전격 은퇴를 발표해 포항 팬들에게 ‘의리의 사나이’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박 감독은 이후 국가대표팀 코치(2007~2010), 국가대표팀 수석코치(2010~2011)를 하면서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허정무 대표팀 감독과 함께 월드컵 축구 원정 사상 첫 월드컵16강이란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이번 호 위클리포유는 연변의 영웅 박태하 연변FC 감독이 50년 만의 우승과 16년 만의 슈퍼리그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연을 해부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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