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로 본 명당] 영덕 괴시마을의 종택터…물길을 득수하는 공간 배치로 조산에서 발원한 정기 지속적으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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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7   |  발행일 2015-11-27 제36면   |  수정 2015-11-27
[박재락의 풍수로 본 명당] 영덕 괴시마을의 종택터…물길을 득수하는 공간 배치로  조산에서 발원한 정기 지속적으로 받아

영덕군 영해면 괴시리에는 영양남씨 영해 입향조인 남붕익(1641~1687)의 괴시파종택과 안동권씨 영해 괴시리 입향조인 대은 권경(1604~1666)의 대은종택이 있다. 괴시파종택은 남붕익이 현종 13년(1672)에 대과에 급제하면서 괴시문중이 번성하게 됐으며, 영남유림에 뛰어난 선비들을 배출하게 된다. 대은종택은 효종 때 유학자인 권경이 괴시마을에서 후학을 가르치면서 안동권씨 영해문중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괴시파종택은 낙동정맥의 명동산(해발 812m)에서 화림지맥으로 분맥한 용맥이 망월봉을 세운 곳을 의지하였고, 대은종택은 화림지맥의 용진처인 상대산(182m)을 의지하여 입지한다.

풍수지리에서 산은 기복(起伏)과 과협(過峽), 그리고 지각(枝脚)과 요도(橈棹)의 변화무쌍한 형태의 능선이나 산줄기를 이룬다. 이러한 산의 형태를 ‘용(龍)’이라 칭하며, 계속 뻗어나가는 형태를 ‘맥(脈)’이 이어져 가는 것으로 표현하여 ‘용맥’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산줄기가 더 이상 변화를 이루지 않고 마지막으로 머문 산자락을 ‘용진처(龍盡處)’라 하며, 대부분 현무봉을 이루게 된다. 이때 현무봉의 중심부에 머리를 숙이는 형태의 변화가 있으면 중심룡맥이 뻗어 나온 것을 의미한다. 중심룡맥은 터를 이루기 위해 뒤쪽에 ‘잉(孕)’의 형태를 띤 후에 땅 밑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맥(地脈)을 이루어 입수(入首)하게 된다. 그리고 혈장을 이루기 위한 입수맥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도록 앞쪽에 물을 만나 경계를 이루어야만 한다. 이때 혈장의 중심공간은 평탄하거나 좌우가 기울지 않고 토색이 양명하고 경사면이 머문 곳이다. 그렇다면 괴시마을의 종택 터가 500여 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입지는 무엇일까.

첫째, 괴시파종택 터는 망월봉(150m)에서 뻗은 용맥이 횡룡(용맥이 뻗어가다가 90도로 방향을 돌린 것)형태로 지맥이 입수한 곳이며, 대은종택은 상대산에서 회룡고조(조산을 바라보는 형국)의 지맥이 입수하여 혈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난다. 종택입지가 대간맥∼정맥∼지맥∼현무봉으로 뻗어온 용맥이 횡룡과 회룡고조형태로 중심룡맥을 이룬 뒤, 잉을 이루고 입수맥이 이어져 혈장을 이룬 곳에서 생기를 받고 있는 터가 된다.

둘째, 종택은 넓은 중명당과 궁수형태를 이룬 송천을 득수하는 곳에 터를 이루고 있다. 송천은 낙동정맥의 칠보산(810m)과 등운산(767m)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물길을 이룬 것이다. 물길이 오랜 세월 동안 퇴적층을 쌓이게 하여 영해들을 형성시켰다. 낙동정맥의 정기를 머금은 물길을 보고 경제공간인 중명당의 넓은 들이 오래도록 형성될 수 있었다. 또한 수기(水氣)를 공급받을 수 있어 지속적으로 생태공간을 형성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입지선정을 한 것이다.

셋째, 종택의 좌향을 살펴보자. 괴시파종택의 정침공간은 약 50m 전면에 지당(池塘)을 마주한 동좌서향의 터이다. 즉 정침공간의 지맥이 뻗어나가다 지당을 만나 경계를 이루면 지맥이 머물게 되는데, 이곳은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 생기를 생성하는 곳이다. 대은종택은 현무봉 5부능선에 동북좌 서남향으로 정침공간이 자리하는데, 괴시파종택보다 높은 곳에 있다. 이러한 입지는 회룡고조의 터에서 나타나는 형국이다. 이곳은 혈장내 지당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보국내 물길을 득수해야 명당의 지기를 받을 수 있다. 이곳의 정침공간과 대문의 공간배치는 영해들을 적신 뒤 서북방위에서 흘러들어오는 물길을 마주하는 좌향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물길을 득수하는 공간배치는 조산에서 발원한 정기를 지속적으로 받기 위한 입지인데, 회룡고조의 터에 맞는 좌향으로 터를 앉힌 것이다.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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