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언어’ 알면 범죄가 보인다

“ㅈㅇ(작업대출), 내구제(휴대폰 할부 구입 후 즉시 판매), ㅎㅅㅈㄱㄴㅂ(흰색전국넘버), 1코(1번 관계)….”

대출 사기·불법 도박 등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이른바 그들만이 쓰는 특수언어인 ‘은어(隱語)’가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모바일 메신저나 SNS를 통한 범죄가 활발해지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은어 사용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29일 한 모바일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는 은어들로 가득했다. 성매매를 뜻하는 ‘ㅈㄱ(조건)’ ‘ㅁㄴ(만남)’ 등 초성뿐만 아니라 ‘주고받는 아름다운 만남’ ‘올나잇’ 등의 우회 용어도 눈에 띄었다.


·ㅈㄱㅁㄴ= 조건만남
·ㅅㄷㄹㅇㅂ= 사다리양방(온라인 도박)
·가족공원= 경마 도박
·내구제= 내가 나를 구제하는 제도, 휴대폰 이용한 편법대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도 쉽게 은어를 발견할 수 있다. 한 포털의 검색 서비스에는 ‘ㅈㄱㄷㅊ(조건대출) 문의’라는 글에 댓글이 수십 개 달려 있었다.

편법대출 역시 기승을 부리면서 이와 관련된 은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구제’는 ‘내가 나를 구제하는 제도’라는 뜻으로 휴대폰 판매업체에서 가입자에게 고가의 휴대폰을 개통해준 뒤 해당 단말기를 곧 바로 재매입해 중고 단말기 가격을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인터넷 불법 도박 관련 은어도 많다. ‘ㅅㄷㄹㅇㅂ’은 ‘사다리양방’이라는 온라인 도박을 뜻하고, ‘첫충’의 경우 ‘처음 사이트에 가입할 경우 서비스로 사이버 머니를 충전해준다’는 의미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가족공원’의 경우, 전국 경마장 안쪽의 공원이 ‘경마가족공원’이었던 것을 빗대 경마 도박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이처럼 은어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경찰도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현재 마약류 사범, 성매매 청소년, 도박, 소매치기 등의 은어 정보는 공유하고 있지만 새로운 은어가 계속 나오다 보니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초성만을 쓰는 경우 무슨 뜻인지 알아내기가 어렵다. 중·장년층 형사들은 이런 용어가 낯설어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과거 은어는 조폭 등이 유대감을 느끼고 일반인과 차별하기 위해 썼던 것이지만 최근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사용된다”며 “문제는 청소년이 무분별하게 따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별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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