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지역사회 협력 기반의 학교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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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30 07:54  |  수정 2015-11-30 07:54  |  발행일 2015-11-30 제15면
[행복한 교육] 지역사회 협력 기반의 학교교육이 필요하다
임성무<대구 신당초등 교사>

2010년 겨울, 대구지역 종교·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천주교대구대교구청에 모여 이듬해 1~2월 동안 7번에 걸친 끝장토론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대구경북연구원이 발간하는 대경포럼 봄 호에 ‘평화로운 학교를 위한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어른들의 무한 책임과 ‘마을이 학교이다’라는 지향으로 지역사회가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학교와 연계하여 민주적인 생활공동체 교육을 실현하도록 소통하고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는 종교단체와 협력하여 풀뿌리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고 교육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을 했다. 그 핵심은 풀뿌리 마을공동체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 나는 학교에서 사회협력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학년 초 지역의 단체와 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마침 우리 학교가 행복학교로 지정이 되어 예산을 지원받았다. 그래서 시범 과제로 1천여만원을 확보하여 ‘지역사회 협력을 통한 동아리 활성화’ 사업을 추진했다. 1년 동안 코티칭(co-teaching)에 참여한 단체는 SCN성서공동체라디오, 협동조합 동그라미숲, 협동조합 곰네들, 나이테공방, 지암공방, 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 극단 함께사는세상, 협동조합 꿈꾸는 카메라, 아울러 사람도서관, 어린이도서연구회,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으로, 이들과 함께 14개의 동아리를 운영했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동아리 활동을 언제 하는가 묻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30년 동안 꿈꾸었던 동아리 활성화를 처음으로 경험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입시교육 때문에 ‘국수사과영’이라는 주지교과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교육과정에는 중요하다고 짜여 있지만 예체능, 노작교과, 창의체험활동 영역은 소홀했다. 그러다보니 교사들이 공부는 잘하지만 학생들의 흥미나 요구에 맞는 다양한 동아리활동을 운영해 오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은 단 시간에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지역사회의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운영한다면 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그 밖에도 달서구노인회 월촌서예실 어르신들과 서예수업, 계명대 태권도학과와 운동회 운영, 대구식생활교육네트워크와 식생활시범학교 운영, 한국아마추어 천문학회와 별축제, 시립예술단·지역 공연단체의 초청공연, 좋은세상바라기와 환경학교·교통안전학교 운영 등 많은 단체와의 협력 방식을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그러고 보니 협력교육에 참여한 단체들이 요즘 대구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회적 경제나 마을만들기 사업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곳이다. 지역사회협력이 사회적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는 모델인 셈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올해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고 있다. 예산도 부족하고, 지역사회협력기반도 없고, 지역사회와 협력해 본 적도, 설득해 본 적도 없어서 힘들어 한다. 학교는 그동안 입시경쟁교육이라는 사슬에 갇혀 학교 담장을 넘어보지 못했고 그 결과 지역사회협력을 추진해 낼 역량이 부족하다. 만약 마을의 총역량을 교육에 쏟아 붓는다면 학교교육은 어떻게 변화할까? 이러한 학교교육지원 시스템은 어떻게 가능할까?

서울 금천구청, 구로구청 누리집에 들어가 보니 교육지원과가 있다. 동아리지원, 토요체험프로그램, 진학진로지원 등 다양한 직접 교육경비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평생학습관에서 양성한 마을교사를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지원하기도 하고, 70개의 토요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운영주체도 마을공동체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시민사회단체로 다양하고 많다.

별천지 같은 이야기이기만 할까? 대구의 지자체 누리집에서는 학교교육에 대해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근래 대구시청 교육청소년정책관실에 교육지원팀이 만들어져 있다. 학교 교사는 정규 교육과정을 알차게, 질적으로 높이는 데 힘을 쏟아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고 세계 인재로 육성하도록 책임지면 된다. 대구시나 각 구청에서도 학교교육과정 이외의 일이나 지원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학교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온 마을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는 없을까? 구체적으로는 학교교육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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