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프리 허그(Free Hug)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뇌과학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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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30 08:02  |  수정 2015-11-30 08:02  |  발행일 2015-11-30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프리 허그(Free Hug)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뇌과학 지식

매년 연말이 되면 등장하는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와 제복입은 아저씨가 내는 종소리는 앞만 보고 달려가던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곤 했습니다. ‘나도 지금 힘들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함께 나누자’ 는 마음에 성금을 기꺼이 자선냄비에 넣었습니다. 그럼 우리 뇌는 보상회로가 작동하면서 행복감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됩니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에 나타난 새로운 연말 풍경이 있습니다. 길거리에 서서 ‘프리허그(Free Hug)’란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포옹을 청하는 사람을 안아주면 그 포옹에 위로받은 사람은 성금을 냅니다. 이 프리허그 캠페인은 2001년 제이슨 헌터라는 사람이 처음 시작한 운동으로, 고도화된 사회 속 바쁜 생활에 황폐해진 현대인의 정신을 따뜻한 포옹을 통해 치유하여 다시 행복을 찾게 해주는 운동입니다.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이러한 욕구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하나인 신체 접촉을 통해 소속감을 회복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하는 인간 본능의 발로입니다.

사실 사람이 아닌 영장류들도 이러한 사회적 접촉(social touch)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의 왕국’ 에서 침팬지들이 서로 머리카락을 다듬어주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 텐데, 이러한 행동을 그루밍(grooming)이라 합니다. 청결을 유지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줘 친밀감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행동입니다. 상호 신체적 접촉 정도에 따라 서로 간의 사회적 친밀도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사람의 경우 가까운 사람일수록 신체적 접촉 정도가 높습니다.

그럼 사람들은 서로 친밀도에 따라 얼마만큼의 신체접촉을 허락할까요. 최근 핀란드 투르크대학 심리학과 누멘마( Nummenmaa)교수 연구진은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1천368명의 유럽인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사회적 관계에 따라 자신의 몸을 만지도록 허락하는 범위를 신체부위별로 정량적 수치를 제시하였습니다.

결과를 보면 부부 간에는 신체 부위 어디든 만지는 것을 허락하였으며, 남자친구에게는 팔과 어깨, 여자친구에게는 머리와 팔과 어깨 그리고 등을 허락하였습니다. 아버지와 자매의 경우는 남자친구와 유사한 패턴이 적용되었습니다. 다만 아버지와 자매에게는 남자친구와 달리 얼굴까지를 허락하였습니다. 한편 어머니의 경우는 여자친구와 비슷한 패턴을 보여, 머리와 팔과 어깨 그리고 등을 허락하였습니다. 그럼 낯선 이에게는 신체 어디까지를 허락했을까요. 낯선 여성에게는 손을 허락했으며, 낯선 남성에게는 손만을 허락하고 가슴과 배 그리고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즉 사람들은 낯선 이와는 악수를 제외한 어떠한 신체접촉에도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누멘마 교수 연구진의 연구를 잘 활용하면 우리는 사회생활하면서 지켜야 할 신체 접촉의 범위를 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자신의 친구에게 친근감을 표현할 때는 팔을 잡는다든지 어깨동무를 하는 것은 허락되지만, 머리를 만지거나 등 혹은 엉덩이를 만지면 상대방은 불쾌감을 느낍니다. 또 아빠가 아무리 자녀들이 예뻐도 엉덩이를 두드리면 자녀들은 불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럼 과연 프리허그를 제공하는 사람은 포옹을 청하는 사람을 어느 정도로 가깝게 느끼는 것일까요. 이 연구에 따르면 프리허그를 제공하는 사람과 가슴에 안긴 사람은 어머니와 자녀 정도의 사회적 친밀도라 합니다. 결국 힘든 날 생각나는 사람은 어머니인가 봅니다. 힘든 하루하루에 어머니의 품이 너무나 그리운 현대인들, 올 겨울 사랑의 프리허그로 큰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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