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울고 있는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려온 여학생을 보고…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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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30 08:11  |  수정 2015-11-30 08:11  |  발행일 2015-11-30 제18면
다른 사람 보이지 않게 좋은 일 베푼 적 있나요
20151130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얼마 전 동물병원에 갔다가 고양이를 안고 들어오는 초등학생을 만났습니다. 학생은 집 주변에서 만난 고양이가 어디가 아픈지 계속 울고 있으니 치료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길에 있는 고양이를 모두 치료해줄는 수 없단다”하고 거절하자 그 학생은 한 번만 치료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지요. 난처한 표정을 짓던 간호사는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하더니 조금 후에 학생의 어머니가 왔습니다. 순간 ‘지저분한 길고양이를 데려왔다고 야단맞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습니다. 그런데 학생의 어머니는 진료를 받게 하고 예방접종까지 부탁한 다음 나을 때까지 집에 데리고 있어도 좋다는 허락을 하였습니다. 환하게 웃는 학생과 품에 안긴 고양이를 번갈아 보면서 잠시나마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져 왔습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동물의
울음소리 들어준 마음에 ‘감동’

남 무시않고 배려하는 것도 선행
다른 사람에게 용기·희망 선사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동물의 아픈 울음소리를 들어준 학생도, 어린 딸의 마음을 헤아려준 학생의 어머니도 날개 없는 천사로 보였지요. 인정이 메마르고 세상이 삭막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느껴왔지만 ‘조용히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여러분의 가슴 속에도 이 여학생처럼 하찮은 것을 지나치지 않고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 남이 시키거나 보지 않아도 선행을 실천하려는 마음이 분명 있겠지요.

여기 클라크라는 소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클라크는 아버지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었습니다. 클라크 앞에는 무려 다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줄을 서있는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은 비싸지 않지만 깨끗한 옷을 입었고 행동에도 기품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곧 구경하게 될 어릿광대와 코끼리, 곡예사들에 대해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보아 서커스를 처음 구경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날 밤은 그들의 어린 시절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이들의 부모는 맨 앞에서 매표소 직원에게 “우리 가족이 서커스를 구경할 수 있도록 어린이표 다섯 장과 어른표 두 장 주세요”하고 자랑스럽게 말하다가 여직원이 입장료를 알려주며 돈을 달라고 하자 실망한 듯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가족이 많아 입장료가 부족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때 상황을 지켜보던 클라크의 아버지가 말없이 주머니에서 2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슬그머니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조금 후에 아버지는 몸을 굽혀 돈을 주워들고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여보시오, 선생. 방금 당신의 주머니에서 이게 떨어졌소”하며 건네주자 무슨 영문인지 곧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적선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절망적이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아버지가 내밀어준 도움의 손길에 “고맙소, 선생.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로 큰 선물이 될 것이오”하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표를 사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넉넉하지 못했던 클라크와 아버지는 그날 밤 서커스 구경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흐뭇했습니다.(‘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저)

여러분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좋은 일을 베푼 적이 있나요? 대가 없이 누군가를 도운 일이 떠오르나요? 보통 사람들은 어떤 일을 했을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속상할 때가 있지요. 그런 서운함은 사람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특히 모두가 꺼리는 일을 했을 때 더욱 두드러지겠지요. 추운 날 혼자서 계단 청소를 했다거나 모두에게 주어진 일에 자신만 힘든 일을 맡는 경우도 있겠지요. 억울한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진심으로 남을 위한 선행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주변에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가난한 사람이나 어려움에 처한 이를 돕고 보살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 몰래 선행을 베푸는 것은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남을 위한 마음에서 우러나기 때문이죠. 선행은 꼭 물질적 도움이나 보살핌이 아니라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찮은 동식물을 아끼는 마음, 나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 바쁜 친구를 위해 양보하는 행동, 사람들이 편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문을 잡아주는 작은 배려도 누군가에겐 힘이 되어 웃는 하루를 선사하지 않을까요.

작은 열쇠가 커다란 철문을 열 듯 우리가 실천하는 작은 선행은 다른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그마한 선행의 씨앗이 자라면 또 다른 선행을 낳아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임기숙 <대구용계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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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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