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안철수, 黨 아닌 국민 보고 정치해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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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30   |  발행일 2015-11-30 제30면   |  수정 2015-11-30
20151130

국민이 安에게 원하는 건
黨혁신만 매달려 싸우는
협량정치가 결코 아니다…
이젠 黨밖으로 눈을 돌려
정치쇄신의 밑거름 돼야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렵 나타난 ‘안철수 신드롬’은 대단했다. ‘새정치’에 목마른 국민은 안철수를 2012년 대통령선거의 유력한 후보로 밀어올렸다. 지지율 조사에서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제치고 한참 동안 1위를 달리기도 했다. 당시 대구·경북에서도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이 안철수에 열광했다. 영남일보가 그 해 9월25일 실시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대선 후보 가상 맞대결에서 안철수는 27.6%를 얻었다. TK에서 철옹성을 쌓고 있던 박근혜 후보(64.6%)의 절반에 육박하는 지지율이었다.

정치적 미숙함으로 야권 대선후보 자리를 문재인 후보에게 내준 안철수는 이후 우여곡절 끝에 야당 공동대표를 지낸 뒤 지금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체제에 반기(反旗)를 들며 비주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문 대표가 극심한 내분 수습을 위해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후 이를 거절했다. 대신 자신과 문 대표 등이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를 열어 혁신의 구체적 내용과 정권교체 비전을 갖고 경쟁하자고 역제안했다. 안철수는 최근 ‘혁신’을 입에 달고 산다. 문 대표가 제안한 당 혁신위원장직은 거부하면서 자체 혁신안 10가지를 내놓고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

안철수의 핵심 측근은 필자에게 “안철수는 국민에게 마음의 빚을 잔뜩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국민들이 열망했던 ‘새정치’를 아직 실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한 적이 있다. 안철수에게 ‘새정치’와 ‘혁신’은 동의어인 셈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국민이 목말라했던 새정치는 국민을 바라보고 올바른 정치를 하라는 요구였다. 지금 안철수가 말하는 혁신은 온통 당(黨)의 체질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철수 혁신안’을 뜯어봐도 그렇다. 당내 부패척결과 낡은 진보청산이 핵심이다. 부패척결은 이미 당 혁신위의 혁신안에 담긴 내용들이다. ‘낡은 진보’는 퇴로 없는 강경투쟁, 패권적 운동권 문화 같은 친노의 행태를 겨냥하고 있다. 문 대표가 답할 수 없는 이유다.

안철수의 협량(狹量)정치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문·안·박 연대를 거부하면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만들어 박근혜 정권의 독단과 폭주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안철수에게 기대했던 새정치와 거리가 멀다. 살아 있는 정권은 무조건 타도의 대상이란 발상은 구태(舊態)다.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할 때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했던 유연성과도 맞지 않다. ‘국민저항’ ‘독단’ ‘폭주’를 얘기하는 안철수는 아직도 어색하다. 2012년 9월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 좀 정치를 다르게 해보자. 새롭게 출발해보자’는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다른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했던 신선함이 사라졌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안철수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미래가 있다. 정글 같은 야당판에서 싸워 이겨봤자 상처투성이가 된다. 당 안에 세력도 없고, 정치기술도 겨우 걸음마 수준이니 노련한 상대방을 이길 수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시선을 당 밖으로 돌려야 한다. 안철수가 당 안에서 치고받는 자체로 그를 좋아하는 국민에겐 짜증거리다. 일단 대통령이 꼭 되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기득권으로 가득찬 현실정치의 벽에 막혀 새정치를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국민을 바라보면서 안철수만의 정치를 다시 찾아야 한다. 본인은 실패할지 모르지만 다른 류(流)의 새정치가 움트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국민에게 진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길이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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