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힘, 지역신문 .6] 우에스트 프랑스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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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08   |  발행일 2015-12-08 제5면   |  수정 2015-12-08
“지역밀착” 62개 지역마다 편집국 설치…판매부수 르몽드의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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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스트 프랑스의 1면. 왼쪽 상단에는 해당 신문이 배포되는 각 도시의 명칭이 기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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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스트 프랑스 사옥 1층에 전시된 지역별로 서로 다른 52개의 신문. 우에스트 프랑스는 52개의 소도시별로 지역면을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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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스트 프랑스의 6면. 같은 날 신문임에도 광역지자체 별로 다른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이 진행 중이던 1789년 8월, 프랑스 국민의회는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담은 ‘프랑스 인권선언’을 발표했다. 제1조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를 핵심으로 하는 프랑스 인권선언에는 언론의 자유도 포함하고 있다. 300여 년 전부터 프랑스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기 시작한 것. 그렇다면 온라인과 모바일의 발전으로 대표되는 언론 환경의 변화 속에 프랑스 언론들은 어떻게 대응해가고 있을까. 프랑스 내 모든 신문사 중 최대 판매부수를 기록 중인 지역신문 ‘우에스트 프랑스(Ouest-France)’를 찾아 그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지역과의 소통…프랑스 판매부수 1위
지역지면 다른 52개 신문 발행…역사·문화 초점 단행본도 제작

1944년(창간) 22만부, 1960년 59만부, 2013년 75만부. 프랑스의 지역신문 중 하나인 우에스트 프랑스의 대략적인 연도별 판매부수 현황이다. 이는 프랑스 전체 신문 중 가장 많은 동시에 프랑스에서 권위있는 신문사로 알려진 르 피가로(Le Figaro)와 르몽드(Le Monde) 판매부수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우에스트 프랑스가 발행되는 지역인 브르타뉴(Bretagne), 노르망디(Normandie), 페이 드 라 루아르(Pays de la Loire) 등 3곳의 인구는 800여만명으로 프랑스 인구(6천600만여명)의 약 12%에 불과하다.

국내라면 대구·경북 또는 부산·울산·경남에 위치한 지역신문이 전국 최대의 유가부수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우에스트 프랑스 측은 판매부수 1위의 비결에 대해 지역 소도시마다 서로 다른 지면 제작을 하는 지역밀착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우에스트 프랑스가 발행되는 지역 내에는 62개의 도시가 있고, 각각의 도시에는 지역별 편집국이 설치돼 있다. 우에스트 프랑스는 이중 총 52개의 서로 다른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6~8면은 광역지자체인 브르타뉴, 노르망디, 페이 드 라 루아르 각각의 소식을 담은 지면, 9~21면은 52개 소도시별 지역면으로 제작된다.

지역면 제작을 위해 우에스트 프랑스는 지역별로 2~5명의 기자를 두고 있으며, 별도로 2천600여명의 지역 통신원도 보유하고 있다.

지역 밀착의 일환으로 지역의 역사 및 문화에 초점을 맞춘 별도의 단행본도 제작한다. 지난해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을 기념한 책을 출간했으며,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월드컵과 관련한 단행본을 제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에스트 프랑스 그룹 차원에서 발행하는 유·무료 주간지 및 월간지도 75개에 달하며, 이들 잡지 중 상당수는 지역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 배·요트 등 특정 주제를 다루는 전문지도 있다.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에스트 프랑스가 발행되는 지역에서는 1년에 400~450여개의 행사가 열린다. 우에스트 프랑스는 이들 행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지역민의 관심을 위해 비교적 큰 규모 행사의 경우 잡지 형식의 특별판을 제작해 신문과 묶음으로 판매한다. 대표적으로는 프랑스 최대 걷기대회로 15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CROSS’가 있다. 국내 언론과 달리 이 과정에서 별도의 수익사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프랑스와 자비에르 르프랑 편집국장은 “우리 신문의 편집 방향은 전 세계에서부터 내가 사는 곳까지의 모든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전국지를 보는 독자가 세계와 프랑스에 대한 정보를 접한다면 우리 독자는 이에 더해 자신이 사는 고장의 소식도 알 수 있다”며 “또 지역 밀착은 급변하는 언론 환경에서 지역신문이 가진 가장 큰 무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언론환경의 변화에 발빠른 대응
신문에 실린 기사 온라인서 보면 유료…태블릿용 잡지도 인기

우에스트 프랑스는 온라인과 모바일 등 뉴미디어의 발전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우에스트 프랑스의 온라인과 모바일 홈페이지에는 일일 평균 80만~100만명이 접속하며, 온라인 전용 기사는 무료다. 지면에 실리는 기사의 경우 유료이며, 읽을 수 있는 범위에 따라 5~33유로(6천~4만여원)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까지 유료회원 수는 3만5천명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프랑스 최초로 제작한 태블릿 전용 매거진이다. 여행 및 호텔정보 등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기사로 구성되며, 매일 오후 6시 업데이트된다. 처음 20개 기사까지는 무료 구독이 가능하지만, 이후부터는 월 구독료로 15유로(1만8천여원)를 지불해야 한다. 하루 평균 100만여회의 클릭을 기록 중이다.

우에스트 프랑스 관계자는 “퇴근 후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기사를 읽으라는 의미에서 오후 6시에 업데이트하는 것”이라며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정보 등을 제공한 것이 성공해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형식도 단순한 정보 전달에서 해설 형식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뉴미디어의 발전으로 신문의 역할이 정보 전달에서 정보 분석으로 변화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법정에서 변론하는 형식 등 다양한 방식의 내부교육을 실시하며, 편집국장과 신입 기자들이 함께 신문의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자주 갖는다.

프랑스와 자비에르 르프랑 편집국장은 “최근에는 단순한 정보의 경우 스마트폰 등을 통해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만큼,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보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라며 “이에 기자들에게 기사를 작성할 때 15세 이상이 읽었을 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설명해주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자들이 좋은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업무 환경 조성을 위해 회사가 얻는 이익은 모두 회사로 재투자한다”며 “최근에는 기자들을 위해 친환경적인 공간을 만들고, 최신형 기계와 사무시설을 설치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프랑스에서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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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스트 프랑스 그룹은 자매지의 형태로 총 75개의 유·무료 주간지 및 전문 월간지를 발간하고 있다(작은 사진). 우에스트 프랑스 편집국 내부 모습. 최근 기자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친환경적이고 현대적인 공간으로의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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