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3부] ② ‘비단마을’로 거듭나는 비산7동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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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0   |  발행일 2015-12-10 제6면   |  수정 2015-12-10
“그림문자면 모든 게 통해요” 외국인도 당당히 마을공동체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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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산7동으로 들어가는 북부정류장 담벼락. 아래 사진은 칙칙한 회색 담벼락이 온기가 느껴지도록 탈바꿈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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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상가로 방치되어 있던 건물은 주민교류의 장인 비단카페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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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공단의 화려한 명성 이어
주민의견 반영 안전마을 변신
“다양한 사람 비단결 마음 조화”

360도 회전 CCTV·지킴이집
위치확인 번호 등 안전 강화도
사랑방 ‘비단카페’ 28일 오픈

지난달 30일 오후 4시쯤 대구북부정류장에서 비산7동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 회색의 담벼락 꾸미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안전마을로 탈바꿈 중인 비산 7동 출입구 중 한 곳이다. 좁은 데다 어둡고 침침해 오가는 게 늘 불안했던 이곳을 산뜻하게 꾸미는 작업이다. 콘크리트 담벼락 대신 온기가 느껴지는 나무 모양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여기에 비산 7동 안전마을의 새로운 이름인 ‘비단마을’ 안내도도 붙일 예정이다.

같은 날 만평교회 인근 상가 건물. 수 년 동안 비어 있던 상가 건물 두개 동을 합쳐 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낡은 ‘임대 문의’ 안내문이 사라진 자리에는 최신 멀티미디어와 세탁 설비, 그리고 찻집 등이 들어서기 위한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람들이 오기를 꺼리던 이곳은 이달 중 주민들의 사랑방인 ‘주민커뮤니티센터’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염색공단에서 비단마을로

비산7동 주민들은 안전마을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마을이름을 만들었다. 바로 ‘비단마을(BIDAN VILLAGE)’이다. 염색공단에 위치해 대구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이제는 낙후되어 버린 비산7동. 그 화려한 명성을 되찾고 안전한 마을로 탈바꿈하기 위해 다양한 색의 사람이 서로 화합하는 비단결 같은 마음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담아낸 것이다.

이름뿐만 아니라 모든 작업에서 주민의 뜻은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중 하나였다. 환경정비사업을 맡은 대구경북디자인센터는 이 지역을 면밀히 분석하는 동시에 주민과의 소통에 중점을 뒀다. 바로 ‘서비스디자인방법론’. 전문가들이 모여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이를 그대로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디자인을 보완한 뒤 수정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비산7동 안전마을 디자인 설계를 맡은 대구경북디자인센터 측은 비산7동 안전마을 만들기 협의회가 구성된 후 공식적인 모임 외에도 20차례가 넘게 현장을 찾았다. 낮과 밤, 외국인은 물론 성별·연령대별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주민이 원하는 방식에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비단마을, 어떻게 변하나

비산7동은 새 이름인 ‘비단마을’처럼 화려한 염색공단과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비단마을의 어둡고 칙칙했던 길을 ‘비단길’로 이름 지어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안전한 길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주민이 많이 이용하는 골목은 물론 그 골목의 가로등 밝기까지 파악했다.

이러한 분석 끝에 360도 회전하는 CCTV 4대를 더 설치하기로 했고, 지킴이집 5곳도 신설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CCTV는 24시간 가동되는 것은 물론 50m 가량 떨어진 사람의 얼굴까지 확실하게 식별할 수 있다. 또 지킴이집은 보행자가 위급한 상황을 맞았을 때 대피할 수 있는 집으로, 안전벨과 함께 저녁에는 집 앞 바닥에도 SOS불빛이 비치도록 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자신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마을 내 44개 전주에 라이팅 번호를 새기고, 막다른 길도 표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쓰레기 배출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위해 쓰레기 금지표지판 20개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모든 표지판은 외국인이 많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픽토그램(pictogram)을 도입했다.

가장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은 ‘비단카페’로 불리는 마을 커뮤니티 센터다. 마을 내에 있는 작은도서관과 공원 앞에 있는 빈 상가를 이용해 사람들로 인한 자연스러운 감시와 방범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곳에는 카페기능 외에도 세탁과 건조, 영화 상영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 관계자는 “비단카페는 오는 28일 준공 예정”이라면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이 과정에 주민의견이 많이 반영된 만큼 주민의 사랑을 받는 안전마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픽토그램=그림(Picture)과 전보(Telegram)의 합성어로 국제적인 행사 등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그림문자이며, 언어를 초월해 직감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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