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문학관·위안부역사관 세운 ‘시민의 힘’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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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6 07:22  |  수정 2015-12-16 09:46  |  발행일 2015-12-16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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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교수 형제가 사비 털고
이하석 시인은 소장 시집 기증
내년 1월쯤 중구 북성로서 개관

민족의 역사를 스스로 지키려는 대구 시민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가나 자치단체가 아니라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역사적 인물의 기념관 등을 건립, 업적을 재조명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내년 1월말쯤 대구시 중구 북성로 일대에 ‘이육사, 작은 문학관’(가칭)이 개관한다. 이 문학관은 지자체의 도움없이 오롯이 시민의 힘으로 건립된다.

이 사업을 주도한 박현수 경북대 교수(국어국문학과)의 노력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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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시민모임’ 6년 노력 결실
성금 등으로 건립비용 67% 모아
외면하던 정부·市 지원 이끌어

박 교수는 지난해 말 친형과 함께 이육사와 그의 작품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로 결심, 사비를 털어 문학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이육사는 한국 문학사를 떠나 항일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해 온 인물이지만 대구시가 그의 작품, 생애 조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탓이다. 박 교수는 “다른 지역에서는 이름 없는 문인까지 지자체가 나서 개인문학관을 만드는데 대구는 현진건, 이육사 등 걸출한 문인을 여럿 배출하고도 개인문학관을 건립하는 등의 움직임조차 없어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 외에도 문학관 건립을 위해 많은 시민이 동참했다. 이하석 시인은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이육사 시집을 기념관에 기증했고 일본의 한 학자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이육사 시집의 일본어 번역판을 내놓기도 했다.

기념관은 2층 목조 건물로 1층에는 기획전시실과 카페, 2층엔 상설전시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시공간에는 이육사와 대구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평가, 연구 성과 등을 보여주는 전시물로 채워진다.

앞서 지난 5일 개관한 일본군위안부 역사관 ‘희움’도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역사관 건립을 이끈 사례다.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009년 일본군위안부 자료 교육관건립추진위를 발족한 뒤 역사관 건립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대구시와 교육청, 중앙정부 등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싸늘한 답변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원 여부를 놓고 양측이 줄다리기한 시간만 4년. 더 이상 건립을 지체할 수 없었던 이들은 시민의 힘을 빌려 비로소 역사관을 건립했다.

 

시민 기부와 성금, 판매 수익금 등으로 모은 금액만 9억여원, 역사관 건립에 소요된 13억5천여만원의 67%에 달하는 액수다.

 

이인순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처장은 “2013년 역사관 조성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자 그제서야 여성가족부와 대구시·중구청이 뒤늦게 지원을 결정했다. 희움 역사관은 시민들의 힘으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낸 사례”라고 강조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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