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시리즈 통·나·무] 문경 두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노오택 시대철강 대표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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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9   |  발행일 2015-12-19 제5면   |  수정 2015-12-19
쇳덩이 만져 번 돈으로 이웃위해 따뜻한 기적 펼치는 ‘鐵의 사나이’
20151219
14일 문경시 시대철강에서 노오택 대표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쇳덩이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걸음마 떼면서부터 父親일 도와
아침에 일어나 할 일에 들떠서
집을 나서는 게 성공이라 생각”

‘인생 버킷리스트’에 선행 포함
시청·주민센터에 정기적 기탁

“영남일보 소개 이상일 병원장의
영향 받아 기부에 동참하게 돼”

“깡! 쿵쾅! 낑! 깡! 쿵쾅!”

“응애응애.”(아기 울음소리)

1961년 어느날 문경 시골마을의 한 공업사 한켠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탄생의 순간부터 쇳덩이 두드리는 소리와 마주한 사내아이는 자라면서 ‘철의 아들’이라 불릴 만큼 쇳덩이와 가까운 인생을 펼쳐나가게 된다.

오직 쇳덩이 하나로 수십억대 부자가 된 그는 이제 어려운 이들에게 잠시 쉬어갈 그늘을 만들어 줄줄 아는 통나무로 성장했다.

쇳덩이로 번 돈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 만큼 어쩌면 그를 ‘기부 연금술사’라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노오택 시대철강 대표(55)의 이야기다.

이미 틈날 때마다 어려운 이들을 도와온 그는 오는 21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에 가입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경북의 42번째이자 문경에서 나온 두 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다.

지난 14일 ‘기부 연금술사’ 노 대표가 따뜻한 기적을 펼치고 있는 상주시 시대철강을 찾았다.

◆가난한 철의 아들이 일궈낸 성공

노 대표는 문경의 한 공업사 셋째아들로 태어났다. 쇳덩이를 다룰 줄 아는 아버지 덕에 찢어지게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매 끼니를 배불리 먹을 만큼 넉넉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아버지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쇳덩이를 만지는 일이 위험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는 장난감이었다.

노 대표는 “집은 가난하고 주변에 놀 거리도 없으니 쇳덩이를 가지고 놀았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자연스레 일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일거리 중에서도 용접이 그의 특기였다.

부서진 대문을 고치고 축사를 지으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남달랐다고 한다.

군을 전역하고 밥벌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1991년 종잣돈 450만원으로 지금의 시대철강을 설립했다.

소자본으로 시작한 만큼 처음에는 일거리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업장을 운영하면서도 전국 곳곳의 공사장을 돌며 용접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 대표는 “축사를 짓고 있었는데 건축 자재 중 슬레이트가 지붕에 들어가는 재료의 절반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을 판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역에서는 최초로 슬레이트 제작기계를 들이고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역의 유지가 될 만큼 많은 돈을 벌었다.

평소 자동차 레이싱을 동경했다는 그는 기자 앞에 자신의 ‘페라리’ 자동차 키를 꺼내보였다. 그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중 하나였다고 한다.

노 대표는 “성공에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에 들떠서 집을 나서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음지었다.

◆거창할 것 없는 기부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뤘고 지역에서는 나름의 명성까지 얻은 노 대표는 평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선행을 펼치고 있었다.

주위에 파지를 줍고 있는 어르신이 있으면 1만~2만원씩은 꼭 쥐여줘야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또 시청과 동 주민센터에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기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는 오는 21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기로 약속하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영남일보 통나무시리즈를 통해 소개한 이상일 문경중앙병원장(영남일보 12월5일자 5면 보도)의 영향이 컸다고.

노 대표는 “이 원장과는 어릴적 친구인데, 얼마 전 큰 결심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따르게 됐다. 평소에 이런 일을 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서 하지 못했는데 영남일보를 통해 아너소사이어티를 알게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기부철학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노 대표는 “돈 많은 사람에게 100만원 얻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지만, 부족한 이들에게 10만원을 쥐여주면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하더라. 돈 많은 사람들이 부족한 이를 위해 조금씩만 베풀어도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며 “그래서 기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있는 사람이 조금씩 떼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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