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힘, 지역신문 .7] 프랑스 ‘르 파리지엥’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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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19   |  발행일 2015-12-19 제6면   |  수정 2015-12-19
[공공저널리즘을 실천하겠습니다] 도시별로 편집 차별화…지역신문 불구 자매지로 전국신문 발행

“신문의 위기다. 지역신문은 더 위기다.”

인터넷 활성화 이후 20여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종이신문의 위기설. 실제로 국내 상당수 신문사들은 인력감축 등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고 스포츠신문 등 자매지가 폐간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유럽의 신문사들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프랑스의 대표적 지역신문 중 하나인 ‘르 파리지엥’을 찾아 그들의 움직임을 알아봤다.

주요기사는 공유하는 시스템

신문가격 평일-주말 차이 둬

대중문화 집중…문화기자 18명

홈페이지에 콘서트 영상 올려

온라인판엔 정보 상세히 제공

기사도 35세 독자 수준에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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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파리지엥(오른쪽)과 오주르뒤 앙 프랑스. 다른 제호를 가진 신문이지만 일부 기사는 서로 공유한다.


◆지역신문이 전국신문 창간

1944년 4월22일 창간된 르 파리지엥(Le Parisien, Aujourd’hui en France)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역 일간 신문이다. 수도 파리 지역을 중심으로 배부된다. 파리에서 발행되는 신문 중 가장 많은 30만부가량을 발행하고 있으며 정치적 성향이 없는 일반대중지를 지향한다. 편집국 내에는 356명의 기자가 활동하고 있고 이외에도 150명의 객원기자와 30명의 해외특파원을 두고 있다.

르 파리지엥의 가장 독특한 점은 지역 신문이 전국 신문을 자매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르 파리지엥사는 전국을 배포권역으로 하는 ‘오주르뒤 앙 프랑스’(Aujourd’hui en France)를 함께 발행한다. 오주르뒤는 12만여부가 판매된다. 오주르뒤(Aujourd’hui)는 우리말로 ‘오늘’이란 뜻이다. 신문제호가 ‘프랑스의 오늘’이라는 의미를 가진 것. 신문 가격은 주말과 평일에 따라 다르며 파리지엥이 더 비싸다.

전국신문을 별도 발행하는 것에 대해 스테판 알보이 총괄편집국장은 “파리에서야 파리지엥의 네임밸류가 높아서 판매가 잘 되지만, 지방에서는 판매가 잘 안돼 전국신문을 새로 창간했다”며 “물론 신문을 추가로 발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주르뒤 앙 프랑스에 들어가는 기사와 르 파리지엥에 들어가는 기사의 상당수가 동일한 만큼 적절한 수준에서의 인력충원으로 지역신문과 전국신문을 동시에 발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대로 르 파리지엥과 오주르뒤는 기사를 공유한다.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 10월14일의 경우에도 1면 메인기사가 동일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고, 스포츠면도 동일한 기사가 게재됐다.

르 파리지엥의 경우 파리 근교 도시까지를 범위로 하며 도시별로 총 10개의 편집판이 서로 다르게 제작된다. 또 오주르뒤는 광역 지역별로 22개의 서로 다른 편집판이 제작된다. 오주르뒤의 경우 특히 스포츠 기사를 중시하는데 지역별로 차별화된 스포츠 내용을 게재한다.

스테판 알보이 편집국장은 “파리에 살든 보르도에 살든 사람들이 많이 읽는 주요 뉴스는 결국 동일하다”며 “한국의 경우도 나라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지역신문이 자매지로 전국신문을 발행하는 것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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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지를 표방하는 르 파리지엥은 가십성 기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해당 기사는 프랑스의 한 신부가 동성애를 고백한 내용으로, 르 파리지엥 이 최초 보도했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기사 작성

앞서 언급했듯 르 파리지엥은 대중지를 지향한다. 주력하는 분야는 생활정보, 여성 콘텐츠, 연예계 소식 등이며 편집 과정에서도 사진과 제목을 크게 사용한다. 프랑스의 유력신문이자 고급지를 표방하는 르 몽드가 사회나 정치 등을 주로 다루고 주요 독자층도 지식인을 대상으로 하고 편집에서도 사진 게재 등을 최소화하는 것과 대비되는 것.

기사작성 시에도 일반 대중이 주요 독자층이기 때문에 구독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가정에서 출발해 방향을 제시하고 상세히 소개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자들이 직접 현장에서 독자들을 만난 뒤 주제를 선정한다는 점이다. 르 파리지엥의 기자들은 정기적으로 거리에서 직접 시민들을 만나 무작위 인터뷰를 진행한다.

어떤 주제에 대한 기사를 읽고 싶은지 묻고 더불어 특정 사안에 대한 견해도 시민들에게 질문한다. 거리에서 만난 독자들의 의견은 독자 사진과 함께 신문에 게재하기도 한다.

르 파리지엥 문화부의 한 기자는 “직접 거리에 나가 보면 대중은 연극이나 전시 등 비대중적 분야보다는 영화와 음악 등 대중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연극 등 비대중적 분야에 대한 기사를 게재해 독자를 가르치는 신문이 많은데, 대중지인 우리는 독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전달하는 데 더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인력구성만봐도 르 파리지엥의 문화부 기자는 18명으로 정치·경제부보다 많다. 지역민들의 관심이 높은 ‘경마’를 담당하는 기자도 별도로 3명이 있다. TV 프로그램과 방송에 관련된 뉴스의 경우 별도의 잡지까지 발행한다.

최근에는 음악 분야의 콘텐츠를 강화해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르 파리지엥은 최근 앨범을 새로 발매한 가수를 회사에 초청한다. 가수는 새로 발매한 음반의 노래를 3~4곡 정도 부르는 ‘미니 콘서트’를 열고, 르 파리지엥은 이를 촬영해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올린다.

신규음반 발매시 인터뷰기사와 음반소개기사를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뉴미디어 시대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도입한 것이다.

르 파리지엥 관계자는 “최근 음반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가수와 르 파리지엥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르 파리지엥은 독자들에게 르 파리지엥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으며, 가수들은 음반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를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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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파리지엥은 축구를 중심으로 하는 스포츠 기사를 주제로 많이 다룬다. 스포츠 스타의 인터뷰를 메인에 배치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강화

르 파리지엥도 다른 신문사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과 모바일을 강화하는 중이다. 온라인용 기사의 경우 독자층을 평균연령 35세로 산정해 작성한다. 또 양적 제한이 없는 온라인의 특성을 반영해 종이신문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르 파리지엥이라는 신문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르 파리지엥이라는 종이신문은 파리지역 주민들만 소비하지만 온라인 기사는 세계인이 독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르 파리지엥이 목표로 하는 것은 ‘온라인의 유료화 전환’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제공 중이다. 교통상황과 사고소식 등 파리의 모든 정보를 담아내는 ‘파빌리언 마빌’이라는 앱으로, 처음에는 무료이며 일정기간 후부터는 유료다. 축구내용이 주가되는 스포츠 앱도 있다. 해당 앱들은 월 1천600만명이 사용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테판 알보이 총괄편집국장은 “종이신문의 위기가 언급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오히려 판매부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결국 해법은 어떤 신문이 독자들의 요구를 잘 담아내고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느냐라고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프랑스에서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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