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지깅 인 제주(JIGGING in JEJU)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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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25   |  발행일 2015-12-25 제39면   |  수정 2015-12-25
부시리·방어·대삼치…사수도 수심 30~40m 바닥 180g메탈지그에 ‘줄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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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급 대형 방어가 다이와 KY메탈지그(180g)의 훅에 걸려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걸었다. 히트~!”

배 왼쪽에서 채비를 내리던 김종필 한국다이와 마케팅 과장이다. 오전 내 이렇다 할 입질이 없던 차에 반가운 외침. 금방이라도 물속으로 고꾸라질 듯 다이와 지깅대 ‘카타리나’가 크게 휜다. 그런데 이상하다. 낚싯대가 쿡쿡 처박지 않고 그냥 묵직하게 끌려간다.

“바닥인가…?”

김 새는 소리….

“어… 아니네. 걸려 있어요. 고기가 걸려 있어….”

묵직하게 활처럼 휘어있던 초릿대 끝이 쿡쿡 처박힌다. 고기가 걸리긴 한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뭔가 바닥에서 함께 엉켜 있다는 것. 배 왼쪽에 있던 김 과장은 그대로 낚싯대를 든 채 선수 쪽으로 이동한다. 힘껏 버티다가 낚싯대를 내리면서 릴링…. 쉽지 않다. 김 과장은 포기한 듯 낚싯대를 일자로 눕히더니 지긋이 뽑아낸다. 툭, 빠졌다. 릴링…. 이때까지도 묵직한 느낌. 결국 물 밖으로 올라온 건 역시 폐그물이었다.

“입질을 받긴 했는데 고기가 폐그물을 감아 버렸네요.”

10분 정도의 사투가 무색한 결말이다.

그러나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선수에 있던 성상보 다이와 솔트루어 필드테스터가 입질을 받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걸었다. 180g짜리 KY메탈지그의 훅에 제대로 입걸림이 됐다. 이윽고 수면에 떠오른 건 70㎝ 정도 씨알의 방어.


12월 중순까지 이어진 방어와 부시리 조황은 

지금 시즌 마무리 시점 미터급 이상을 노리는 

전문 지거들의 눈은 여전히 사수도를 겨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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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성 압둘라호 선장은 바닥에서 5m 정도 띄운 수심에서 미터급 농어를 걸었다.
◆ 첫날, 70㎝급 방어 마릿수로 만족

지난 11월30일. 오전 7시 30분에 제주항을 나와서 1시간30분 걸려 도착한 사수도. 그리고 낚시를 시작한 지 근 3시간30분 만에 올린 첫 조과였다.

오전 9시쯤 사수도 동쪽 해상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캐스팅 게임부터 시작했다. 전날인 11월29일 마릿수 부시리와 방어가 낚인 포인트였다. 그러나 바다 상황은 불과 하루 만에 확 바뀌었다.

“어제 그 많던 베이트 피시가 하나도 안 보여요.”

선실에서 어탐기를 보고 있던 장진성 압둘라호 선장이 걱정스러운 듯 중얼거린다. 표층 수온은 17℃. 베이트 피시 어군이 있다면 이정도 수온에는 폽핑이 가능할 법한데 전혀 반응이 없다. 바로 지깅으로 전환. 정오를 넘겨서야 겨우 한 마리 확인한 거다.

“조류 방향과 바람 방향이 정반대네요.”

바람은 북서풍인데 배는 서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장진성 선장의 말이다. 이런 상황이면 지깅은 포인트 탐색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조류에 따라 배가 흘러야 바닥을 찍는 메탈지그의 타깃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포인트 수심은 30~40m. 오후 1시30분쯤 이번에는 직접 낚싯대를 잡은 장진성 선장이 한 마리 걸어낸다. 역시 비슷한 씨알의 방어다. 다시 한시간 뒤 오전에 한 번 곤혹을 치른 김 과장이 입질을 받았다. 천천히 랜딩. 수면에 떠오른 건… 이번에는 반가운 부시리다. 씨알은 70㎝ 정도.

오후 2시가 넘어서자 이때부터 제법 잦은 입질이 들어온다. 비슷한 씨알의 방어들. 미터급 이상 대형 부시리나 방어와의 파이팅을 기대했으나 첫날은 아쉬움만 안고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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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리와 방어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상악 골을 확인하는 것이다. 부시리(위)의 주상악골의 각은 방어의 그것보다 둥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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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과장(왼쪽)과 성상보 솔트루어 필드테스터가 사수도 연안을 향해 포퍼를 날리고 있다.
◆ 둘째날, 미터급 부시리에 대삼치까지

이튿날인 12월1일 오전 7시. 어제보다는 바람이 많이 죽었다. 추자도 절명여 부근으로 가 볼까 생각했으나 이미 거기는 70여대의 어선이 점령해 있는 상태. 우리는 제주항에서 다시 북쪽으로 1시간 30분을 달려 사수도로 향했다.

오늘을 포인트 도착과 동시에 김종필 과장이 입질을 받았다. 카타리나 62ms 지깅대에 180g짜리 TB지그를 합사(J브레이드) 4호 원줄 + 솔티가 후로로 카본 80파운드 쇼크리더를 썼다. 릴은 신형 솔티가 4천500번. 다소 부드러운 허리였으나 카타리나 62ms는 탄성 좋게 70㎝급 방어를 수면에 띄워낸다.

곧이어 선미에 있던 박경익 솔트루어 스태프가 입질을 받았다. 이번에는 씨알이 심상치 않다. 카타리나 60mhs가 심하게 휜다. 미디엄 헤비 타입의 카타리나 mhs가 물속으로 처박힐 듯 휘는 정도라면 이건 분명히 미터급이다.

40m 바닥에서 입질을 받은 박경익 프로는 능숙한 솜씨로 여유 있게 놈을 제압해 나간다. 대를 힘껏 세워 버틴 후 여유줄을 주면서 펌핑. 몇 차례 드랙을 차고 나가던 놈이 낚싯대의 탄성에 못 이겨 결국 수면에 떠오른다.

“우와~!”

취재팀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부시리였다. 한 눈에도 미터급이다. 180g짜리 은색 TB지그가 제대로 먹혔다. 다이와 TB메탈지그는 전날 쓴 KY메탈지그와는 달리 센터 밸런스를 가진 것으로 비대칭의 롱슬라이드 타입이다. 물의 저항을 작게 받으면서 타트액션에 특히 어필력이 좋아서 호쾌한 저킹을 주로 구사하는 꾼들에게는 최적화된 지그.

어제보다는 낚이는 씨알이 훨씬 굵어졌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조류 흐름에 따라 내리는 채비의 타깃 포인트가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오전 10시쯤 장진성 선장이 미터급 농어를 낚아낼 때 물돌이가 시작됐다.

정오 무렵. 박경익 프로의 카타리나가 다시 크게 휜다.

“내려가면서 물었는데….”

지그를 내리는 도중, 즉 중층에서 입질이 들어왔다는 말이다. 지그의 훅에 걸린 놈이 사정없이 내닫는다. 좌우로 째면서 ‘끼리릭’ 드랙이 풀린다. 이윽고 수면에 뜬 건… 삼치였다. 미터급 대삼치.

“그런데 어떻게 목줄이 안 끊기고 제대로 올라왔을까?”

뜰채에 담아 갑판 위에 내동댕이쳐진 삼치를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메탈지의 훅이 삼치의 입에 걸리지 않고 대가리 부분에 꽂혀 있었다. 삼치는 이빨이 날카로워 와이어 목줄을 쓰지 않으면 후킹 시 여지없이 목줄이 끊긴다. 이번에 낚인 놈은 재수 없는 경우. 하필이면 떨어지는 지그의 훅에 대가리가 꽂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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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30일 사수도 근해에서 어군탐지기에 확인되고 있는 베이트볼. 중층과 바닥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수온은 17.1℃.
◆ 사수도, 새로운 지깅 메카로 급부상

어부들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 방어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매년 모슬포항에서 방어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축제에 쓸 방어가 귀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틀 동안 사수도 근해에서 취재팀이 낚아낸 방어는 줄잡아 20여 마리. 하루 10마리꼴이다. 여기에 대부시리와 농어, 대삼치까지 섞였으니 제법 호황인 셈이다. 최근 바다 수온이 꾸준히 오르면서 방어 어장이 제주도 남쪽에서 북쪽으로 많이 올라온 건지도 모른다.

실제로 취재팀이 낚시를 했던 사수도 인근에는 이틀 동안 제법 많은 지깅배가 들어와 있었다. 사수도 부근의 방어와 부시리 조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방증인 듯.

장진성 압둘라호 선장에 따르면 올해 사수도 방어와 부시리 조황은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즉 지금은 제주지깅의 시즌 마무리 시점. 그러나 미터급 이상 대형 부시리와 방어를 노리는 전문 지거들의 눈은 아직 사수도를 겨낭하고 있다.


Tip 주상악골이 90도 이상 예리하게 각 져 있으면 방어, 약간 둥근 형태면 부시리다

부시리와 방어를 구별하는 방법은 꽤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지거 중에는 아직도 이 둘을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부시리와 방어는 완전히 종이 다른 어종이다. 이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몸체의 모양이나 옆 지느러미의 위치(부시리 ·옆줄 위, 방어 ·옆줄 아래) 등이 있지만 실제로 낚시를 하면서 이것을 제대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부시리와 방어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상악골’이라 불리는 주둥이 옆에 난 각도다. 주상악골이 90도 이상 예각으로 각이 져 있으면 방어(아래), 그렇지 않고 약간 둥근 형태라면 부시리다.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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