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심사평] 익숙한 서사방식 아쉽지만 절제력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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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01   |  발행일 2016-01-01 제29면   |  수정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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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으로 넘어온 작품은 모두 7편이었다. 여러 작품이 독특한 상상력을 뿜었으나 우선 기초가 되는 플롯과 스토리 장악과 인물의 개성적 면모와 대상을 포착하는 리얼리티가 떨어져 충분한 효과를 내기가 어려웠다. 반대로 작법에 충실한 작품은 활달한 상상력이 모자라 소설이 독자에게 반드시 부여하기로 약속한 그 울림이 잘 들리지 않았다.

이에 본심작은 3편으로 압축되었다. ‘가출견 이야기’는 개를 화자로 한 집안의 몰락과 구차한 복구 과정을 담고 있지만 무난한 이야기에 그치고 있다. 거기다 문체가 화자인 개와 어울리지 않게 무겁고 정형적이다.

‘느림보 혁명’과 ‘슾름’을 두고 논의를 길게 끌어갔다. ‘느림보 혁명’은 나무늘보에게 인지 기능을 강화시켜 쓰레기를 처리하게 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작품이다. 사건을 몰고 가는 능란함에다 위트 있고 발랄한 문장을 갖추고 있어 신선한 작품을 만날 것 같은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나 후반에 갈수록 의도한 알레고리가 애매해지고 결말까지 무리하게 이어져 선자를 안타깝게 했다.

이와 성격이 다른 ‘슾름’은 습관성 유산으로 아이를 자꾸 잃게 되는 화자가 자기 속의 증오와 싸우는 진지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슾름’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흔쾌했던 것은 아니다. 서사의 방식이 익숙해 보인다는 점, 화자의 고민이 아이를 만나서 손쉬운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는 세계를 성찰하는 깊은 눈이 있고, 인물들의 감정을 은밀히 감추는 기법적 절제력과 작품 전체를 통해 하나의 감정을 흐르게 하는 난숙함이 있어서 앞으로 더 나은 작품을 쓰게 될 거라는 믿음을 주었다. 정진을 바라며 당선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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