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금오산(金烏山 해발 977m, 김천시·구미시·칠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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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08   |  발행일 2016-01-08 제38면   |  수정 2016-01-08
성벽을 따라 오르면 정상 바로 밑 절벽에 붙어 있는 약사암이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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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내려다본 약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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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바위 능선 뒤로 구미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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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오르면서 뒤돌아본 풍경. 멀리 팔공산까지 조망된다.


오르는 길은 능선길을 택했다
정상 1.3㎞ 이정표 구간부터
금오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정상 성안엔 평지와 물길이 있다
팔공산이 보일만큼 조망도 일품
가파른 하산길의 곳곳에는 폭포

금오(金烏). 황금 까마귀가 태양을 향해 날아다녔다는 전설을 지닌 금오산으로 향한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연일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산행 며칠 전에 약간의 눈이 내렸다.

첫눈 산행의 기대로 들머리로 향하는 동안 정상부에 조금 남아있는 눈을 보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로를 건너면 안내소 옆에 ‘금오산 정상(주등산로) 3.4㎞, 금오산 정상(급경사)’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있다. 급경사 코스는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이고, 주 등산로라 적힌 길은 계곡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길인데, 오르면서 조망이 좋은 능선 길을 택한다. 토사나 바위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계단을 만들어둔 곳도 있고, 잔돌이 그대로 널려있는 가파른 길을 오르자니 꽤나 신경이 쓰인다. 30분을 오르니 조금 완만해지는 길인데 왼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장소를 만난다. 아직 해발 500m 가까운 위치라 멀리까지는 조망이 어렵고 마주한 능선과 건너 채석장이 있는 산이 보이는 정도다.

20분쯤 더 오르자 오른쪽으로 경부고속철도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를 만난다. 대구 방향으로 일직선상에 북삼터널이 발아래에 보인다. 약 10분 간격으로 상행선과 하행선 열차가 지나는데, 저 멀리서 다가오는가 싶더니 쏜살같이 터널 속으로 숨어들고 나가기를 반복한다.

이어지는 길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져 자라는 숲길이다. 간간이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여 조망하면서 쉬엄쉬엄 오르기에 좋다. 잠시 후 오른쪽으로 굴암사 갈림길을 만나는데 급경사로 이어진 능선은 내려가기도, 올라가기도 힘들어 보이는 구간이다. 이어 굴암사, 소림사 갈림목에 정상 1.3㎞ 이정표가 서있다. 여기서부터는 능선을 따라 돌로 쌓은 성벽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금오산성은 규모가 매우 큰 축에 속한다. 험한 암석을 밑으로 두른 천혜의 고지대이고, 돌을 쌓아 두른 길이도 내·외성을 합쳐 6.3㎞나 된다. 구미시와 김천시, 칠곡군이 만나 경계를 이루는 현월봉을 중심으로 둘레 4㎞ 정도의 내성을 쌓았다.

명금폭포 쪽에서 올라오는 중간에 외성을 쌓았는데, 그 길이도 2.3㎞ 정도에 이른다. 외성의 위치는 암벽에서 암벽으로 이어지는 험한 골짜기를 가로질렀는데, 급하게 뻗어 내려간 골짜기 중간 아래쯤에서 양쪽 암릉을 연결하는 구조로 벽을 쌓았다. 성벽이 아니더라도 절벽 그 자체가 방어벽이 되었을 텐데도 외성과 내성 이중으로 쌓은 철옹성이다.

성벽을 따라 오르면 정상 바로 아래에 약사암이 절벽 아래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다.

잠시 안부에 내려섰다가 마지막 가파른 오르막을 한 번 치고 오르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 바로 뒤에는 통신 철탑이 하늘을 받쳐 올린 듯 세워져 있고, 헬기장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서면 정상이다. 돌아 오르는 짧은 구간 바윗길에 얼음이 얼어있어 엉금엉금 기다시피 힘겹게 지난다.

정상 현월봉은 미군부대 통신시설이 있어 60여년을 정상 바로 아래까지만 오를 수 있었다. 2014년 11월 개방되어 지금의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정상에서 보이는 약사암 뒤로 구미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팔공산까지 조망이 일품이다.

정상에서 내려서면 지나온 헬기장 반대편에 또 하나의 헬기장이 있다. 헬기장에서 조금 나아가면 약사암 일주문이 절벽 사이에 세워져 있다. ‘동국제일문(東國第一門)’이란 현판이 붙은 계단을 내려서면 약사암 앞마당이다. 한 바퀴 둘러보고 되돌아 나와 헬기장 앞에서 ‘성안’이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면 금오산성 안쪽 분지로 가는 길이다. 20분쯤 내려가면 왼쪽에 성안으로 흘러드는 물길을 만난다. 성안에는 수많은 군사와 백성이 살았을 것이다. 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상부에 물이 흐르고, 요새 같은 성안에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물길을 건너는 지점에 ‘금오동천(지경리) 2.7㎞’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진행하면 금오산성 유래를 적은 안내판과 안내도를 지난다. 안내도를 지나자마자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되는 바윗돌이 널브러진 너덜지대다. 바닥에는 약간의 눈이 쌓여있어 미끄럽다. 오전에 올랐던 급경사길보다 더 가팔라 보인다. 어지럽게 놓인 바윗길을 30분 정도 내려서니 조금씩 다듬어진 길이 시작된다. 금오동천 계곡 중간에 유일하게 이정표가 되는 곰바위를 지나는데 이정표가 없어 다들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20분을 더 내려서면 자생하는 식물과 동물 등을 소개한 자연관찰 탐방로로 바뀐다. 오른쪽으로 제1폭포인 선녀탕 이정표가 있어 내려가 보니 10m 남짓한 폭포에서 겨울가뭄에도 제법 폭포다운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용마를 타고 내려온 선녀가 용마를 놓쳐 이곳에서 옥황상제께 눈물로 승천을 기원했다고 해 눈물폭포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다시 등산로로 되돌아 올라와 5분 정도 더 내려서면 제2폭포인 구유소, 용시소를 연이어 지나고, 제4폭포인 벅시소는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놓쳐 지나치고 말았다. 길 왼쪽으로 만화영화 짱구의 얼굴을 닮은 바위를 지나고 잠시 후면 오전에 올랐던 급경사로 적은 갈림길을 만난다. 갈림길에서 50m만 내려가면 주차장에 닿는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금오동천 주차장-(1시간30분)-굴암사 갈림길-(30분)-헬기장-(7분)-정상-(20분)-성안 습지-(1시간20분)-선녀탕-(40분)-금오동천 주차장

금오산은 신라의 아도화상이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가는 황금빛 까마귀를 보고 ‘태양의 정기를 받은 산’이라는 뜻으로 금오산으로 지었다고 전한다. 대부분 산행할 때 구미시 남통동 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올라 도선굴, 명금폭포,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는 반대편 칠곡군 북삼읍 쪽에서 올라 정상에 선 뒤 금오동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몇 해 전 진입도로가 확장되면서부터 입소문을 타며 찾는 이들이 늘었지만 비교적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산행거리는 약 8㎞이지만 경사가 가팔라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데 6시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경부고속도로 왜관IC에서 내려 4번국도를 따라 약목면을 지나고 북삼읍 숭오교차로까지 간다. 숭오교차로에서 약 700m를 가 금오동천 입구를 알리는 아치형 조형물을 지나면 곧 금오동천 주차장에 닿는다.

☞ 내비게이션

칠곡군 북삼읍 금오동천로 141(금오동천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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