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헤이트폴8·포인트 브레이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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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08   |  발행일 2016-01-08 제41면   |  수정 2016-01-08

★ 헤이트폴8
잡화점서 눈보라 피하는 8人…그리고 참혹한 독살사건

20160108

미국 서부 와이오밍 설원 위를 질주하는 역마차를 세우는 한 남자. 악명 높은 현상금 사냥꾼 워렌(사무엘 L. 잭슨)이다. 레드락 타운으로 죄수 데이지(제니퍼 제이슨 리)를 이송해가던 교수형 집행인 존 루스(커트 러셀)는 다짜고짜 합승을 요구한 그의 동행을 허락한다. 곧이어 레드락의 새로운 보안관이라는 매닉스(월튼 고긴스)까지 이 여정에 합류한다. 그들은 눈보라가 잠잠해질 때까지 ‘미니의 잡화점’에서 몸을 피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미 그곳에는 먼저 와있던 또 다른 4명의 남자가 있다. 연합군 장교 샌포드(브루서 던), 이방인 밥(데미안 비쉬어), 리틀맨 오스왈도(팀 로스), 카우보이 조(마이클 매드슨)다. 이렇게 모인 8명 사이에선 차츰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그 와중에 범인을 알 수 없는 참혹한 독살 사건이 일어나자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8번째 작품
미니멀리즘 미장센을 통한 서스펜스
잔혹하면서도 통쾌한 서부극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그의 여덟 번째 장편 ‘헤이트풀8’을 들고 찾아왔다.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을 시작으로 ‘펄프 픽션’ ‘킬 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장고: 분노의 추적자’ 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구축했던 그다. ‘헤이트풀8’은 그런 그가 전작과 차별된 미니멀리즘 미장센을 통한 극도의 긴장감과 서스펜스로 또 한 번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물론 그의 인장인 선명한 피칠갑 액션까지 포함해서다. 영화는 남북 전쟁 이후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과 개성을 지닌 8명의 주인공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일단 ‘헤이트풀8’은 인물 구성과 장치적인 면에서 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을 연상케 한다. 수다스러운 대사로 인물들을 설명하는 방식이 그렇고,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 간의 갈등관계를 점차 심화시켜가는 과정이 그렇다. 이는 누구보다 타란티노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기존 장르를 오마주해 자신만의 무국적 취향으로 재창조해냈던 그의 비범한 연출력이 이번엔 또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에 대한 기대감이다. ‘헤이트풀8’ 역시 ‘스노 웨스턴 서스펜스’라는 타란티노식 변종 서부극을 완성함으로써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스릴러와 서스펜스, 액션과 유머가 적절히 뒤섞여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운, 그래서 더 매혹적인 장르영화로 말이다.

레드락 타운으로 향하는 마차 안 40분을 제외하면 모든 촬영은 잡화점 내부에서만 진행된다. 사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만큼 서사와 사건이 지루하고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총 6개의 챕터로 나눈 영화는 긴장과 서스펜스로 잡화점 안의 공기를 차츰 예열시키며 168분의 러닝타임을 군더더기 없이 채워간다. 이야기와 동선이 한곳으로 모아진다는 점에서도 집중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타란티노의 장기인 속사포 대사는 빛을 발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인 워렌은 마치 추리극을 풀어나가듯 차분하게 독살사건의 범인을 색출하고 살아 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강구한다. 이 영화가 밀실 스릴러라는 또 하나의 재미를 담보하는 순간이다.

필름만이 담아낼 수 있는 풍부한 색감과 디테일은 물론, 타란티노 감독의 모든 장기가 응축된 잔혹하면서도 통쾌한 서부극의 탄생이다. 여기에 40년 만에 서부극으로 돌아온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확실한 방점을 찍는다. (장르:액션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 포인트 브레이크
익스트림 스포츠 스타, 범죄 조직에 위장 잠입하다

20160108

익스트림 스포츠계에서 유명한 유타(루크 브레시)는 산악 모터크로스 도중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을 목격한다. 친구의 죽음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FBI에 지원한다. 때마침 인도에서 천만 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멕시코 상공에선 현찰수송기에 실려있던 거액의 현금뭉치가 괴한들에 의해 탈취되는 기상천외한 사건이 발생한다. 모두 미국의 자산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FBI는 긴장한다. 이 범죄조직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전문가임을 간파한 유타는 그들의 세계로 위장 잠입한다. 리더인 보디(에드가 라미네즈)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 조직은 전설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이자 환경운동가인 오자키의 여덟 가지 도전과제를 완성해가는 중이다. 유타 역시 그들과 함께 오자키 도전을 하나씩 수행해 나간다.

짜릿하고 아찔하다. 러닝타임 내내 이 느낌이 전해지는 ‘포인트 브레이크’는 목숨을 담보로 한 익스트림 스포츠의 한계치를 향해 달려간다. 남자들의 진한 우정과 파도를 향한 도전을 그렸던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의 ‘폭풍 속으로’(1991)를 리메이크했지만, 이야기는 물론 스펙터클한 볼거리와 액션은 한층 더 확대됐다. 일단 오프닝부터 화끈하다. 산등성이를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는 모터크로스 장면을 시작으로, 지상 100층 빌딩에선 오토바이를 탄 채 건물 유리창으로 뛰어내리고, 운항중인 비행기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등 묘기에 가까운 장면을 연출한다. 놀랍게도 이 모든 장면은 CG가 아닌 실사로 담겼다.


‘폭풍 속으로’ 리메이크 작품
압도적 스케일·화려한 영상미
볼거리·액션은 한층 더 확대


‘분노의 질주’에서 박진감 넘치는 카메라 기법을 선보인 에릭슨 코어 감독은 “관객들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리얼 액션으로 아찔한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부분은 확실하게 전달된다. 다만 원작이 품고 있는 범죄영화로서의 서사적인 접근은 아쉽다. 은행털이 갱단과 FBI요원 간의 추격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남자들 간의 미묘한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낸 원작에 비해 논리와 설정이 너무 허술하다. 키아누 리브스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보여준 남남 케미는 고사하고 이야기의 동력으로 작용할 인물 간의 갈등과 연결고리도 좀체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에서 의미있는 결실을 본 이 영화가 서사적으로 못내 아쉬웠던 부분이다. 물론 그 아쉬움은 익스트림 스포츠의 아찔한 순간을 제대로 포착한 영상으로 달랠 수 있을 듯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눈요기만큼은 확실하다. 타히티 티후푸, 스위스 융프라우, 알프스 몽블랑, 베네수엘라 앙헬 폭포 등을 무대삼아 시종 압도적 스케일과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특히 21m 높이의 파도 위 빅 웨이브 서핑과 절벽 틈새를 누비는 윙 슈트 플라잉, 만년설 위 시속 100㎞의 스노보딩, 979m 높이의 암벽을 오르는 프리 클라이밍 등은 보고도 믿지 못할 익스트림 액션의 향연이다. 이 모든 영상은 스턴트맨에게 장착한 카메라 덕분에 실제의 위험성과 짜릿함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감각적인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만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매력을 담보하는 영화다.(장르:액션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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